"학교급식실 노동자도 쉴 수 있게 대체인력제 시행하라"

장재완 2024. 6. 24. 18: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장] 학비노조대전지부, 대전교육청 산업안전대책 촉구·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정상화 결의대회

[장재완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는 24일 오후 대전교육청 정문 앞에서 '대전교육청 산업안전대책 촉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정상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손에 화상을 입어도, 다리에 깁스를 해도, 얼굴에 붕대를 감고도 대체인력이 없어 참고 일해야 합니다."

대전지역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이 대전교육청의 일방적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을 규탄하고 나섰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공동의장을 인정하라는 요구다. 아울러 이들은 급식실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는 24일 오후 대전교육청 정문 앞에서 '대전교육청 산업안전대책 촉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정상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대전교육청이 교육청 소속 노동자의 산업안전예방 및 대책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이하 산보위)를 산업안전보건법의 취지에 맞지 않게 형식적이고 일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보위에서 노동자들이 내놓은 안건이 지속적으로 묵살되고 있다는 것.

특히, 급식실 산업재해의 주요 원인인 인력부족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했으나, 대전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집회에서 이들이 요구하는 첫 번째 요구사항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정상화'다. 현재 사측인 대전교육청과 노동자 측인 학교비정규직대전지부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산보위에 사측 대표로 관련 과장이 참여하고 있는데, 주요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부서간 의견 조율이 어렵다는 것.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상 대표자인 교육감이 산보위에 참석해야 한다는 요구다.

아울러 노조 측이 주장하는 안건이 지속적으로 묵살되는 회의진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으면서 노사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만큼 교대로 회의진행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요구는 급식실 노동자 안전대책으로 '대체인력제'를 시행하라는 것이다. 현재 대전지역 학교급식실에서는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리에 깁스를 하고, 얼굴에 붕대를 감고도 급식노동을 감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대체인력이 없어 병가뿐만 아니라 연차 및 단체협약에 의한 학습휴가, 장기재직휴가 등 휴가 사용의 실질적 보장이 되지 않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급식실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고 산재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

현재 인천, 울산, 강원, 충북, 세종, 전남,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대체인력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대전교육청도 이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끝으로 학교급식 종사자 폐질환 예방을 위한 '튀김류(전·구이포함) 제한'을 요구했다. 학교급식실 종사자 6명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128건의 폐암산재판정이 나오는 등 급식실종사자 폐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폐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튀김류 조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교급식길라잡이에서는 주2회 이하의 튀김류 제한을 권고하고 있으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주3회~5회까지 기름에 튀기는 방식의 조리를 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면서 근로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를 아무런 제제 없이 자율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측, 안전대책·대체인력 마련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는 24일 오후 대전교육청 정문 앞에서 '대전교육청 산업안전대책 촉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정상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투쟁발언에 나선 김양희 학비노조대전지부장은 "오늘 열린 산보위가 사측의 일방적 회의 진행 끝에 정회됐다. 지난 201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리의 요구를 안건으로 올리지 못했다. 폐암으로 죽어나가고 산재로 죽어간다고 안전대책과 대체인력을 마련해 달라고 아무리 요구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투쟁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발언에 나선 이영주 학비노조대전지부 서구지회장도 "사측에 제안하는 우리의 안건이 어려운 게 아니다. 학교에서 일하다가 다치고, 병들고, 아픈 사람들 병가로 쉴 수 있게 대체인력제를 시행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산보위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우리 요구를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대체인력제가 학교급식법, 산업안전보건법에 반하기 때문에 안건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한다. 현장에서 그렇게 원하고 있는 대체인력제가 왜 법에 위배되는지 설명도 하지 않고서 일방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이날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서도 "우리는 그간 노사 간 대화를 통해 우리의 문제가 나아지기를 기대했고, 설득하고 인내했다"며 "그러나 결국 그러한 기대는 헛된 기대였다. 우리는 이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아파하는 동료를 보고 눈감지 않기 위해, 정년까지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투쟁에 나선다"고 결의했다.

이날 모인 노동자들은 "일방적 산보위 그만하고 공동의장 인정하라", "아프고 다친 채로 일한다. 산재위험 방치하는 교육청을 규탄한다!", "대체인력제도 시행으로 쉴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하라", "골병 드는 급식실 노동자, 건강대책 마련하라", "교육감이 사용자다, 산보위 대표로 나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는 24일 오후 대전교육청 정문 앞에서 '대전교육청 산업안전대책 촉구,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정상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노조가 대전교육청 앞에 내건 현수막.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교육청 "노조, 산보위에서 결정할 수 없는 사안 요구"

한편,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노조 측의 주장이 오히려 일방적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산보위에서 결정할 수 없는 요구를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하기 때문에 안건으로 상정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조리원의 인사나 정원 같은 것은 산보위에서 결정할 수 없는 사항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요청하기 때문에 안건 사정이 안됐다"며 "또한 튀김류 제한 요구는 각 학교 영양교사의 권한이고 학교장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에 산보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보위 노사 교대 진행 요구에 대해서도 "위원회나 회의 진행과 같은 것은 규정이나 합의 사항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대체인력제 시행에 대해서는 "급식조리원 정원을 변경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산보위 안건으로 다루기 어렵다. 타 시도의 경우, 학생 수가 줄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