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치자금법 ' 승부수에도 지지율 또 하락…스가 "새 리더 필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또 떨어졌다. 여론을 악화시킨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재발 방지책으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승부수로 던졌는 데도 낮은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급기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대놓고 기시다 총리의 퇴진을 압박하고 나서는 등 여당 내 분위기도 험악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재임 1000일(오는 29일)을 앞두고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자체 여론조사(지난 21~23일, 1023명 대상)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진 23%로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기시다 총리의 연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 일색이었다. 응답자의 54%는 사실상 다음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오는 9월)까지만 임기를 채울 것으로 요구했고, '즉시 교체'로 답한 응답도 29%나 됐다.
이날 발표된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지난 22~23일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3%포인트 하락한 17%로 나타났다. 교도통신 여론조사 역시 2%p 떨어진 22.2%의 지지율을 보였다.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이다. 일본 언론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이 쇄신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여당 내 분위기도 심상찮다. 아사히신문(23일 보도)이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지방조직 책임자(간사장)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기시다 재선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기시다 총리의 고향인 히로시마를 포함해 단 3곳에 그쳤다.
스가 전 총리가 기시다 총리의 퇴진을 압박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스가 전 총리는 지난 23일 분게이슌주(文芸春秋)의 온라인 방송에 출연해 "이대로는 정권이 교체될 거란 위기감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재 선거에 새로운 지도자가 나와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며 "당 쇄신을 이해시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는 "기시다 총리에 대해 (총재 선거) 불출마를 압박하고 퇴진을 요구한 것"이라며 "비주류파의 필두 격인 스가 전 총리의 발언이 반(反) 기시다 진영의 움직임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스가 전 총리 자신도 3년 전, 이러한 지지율 하락을 경험해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오지 않았었다.
스가 전 총리의 발언과 관련,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24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개별 발언에 대해선 논평을 삼가겠다"면서도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당면 과제에 전념해 결과를 내겠다"고만 답했다.
도쿄=정원석 특파원 ju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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