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 복심까지 나섰다…아모레, 해외법인장 전면 교체 ‘승부수’
중국 시장은 기존 온오프라인 사업구조 '점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주요 해외 법인장을 전면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새로운 주력 시장으로 떠오른 유럽(EMEA)과 북미시장은 새인물을 수혈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침체에 빠진 중국 시장은 법인장 교체를 통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뷰티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회장실 비서실장이던 이준식 상무를 다음달 1일부터 아모레퍼시픽 유럽지역 법인장으로 새롭게 선임했다. 이달 초 중국과 북미, 일본지역 법인장을 교체한 데 이어 3년만에 유럽지역 법인장에 새 인물을 낙점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2022년부터 경영주기를 매년 7월로 기준을 삼고 정기 인사도 실시하고 있다.
이 신임 법인장은 2015년 오설록 디비전(Division)장으로 입사한 후 2018년부터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서경배 회장 곁을 지킨 인물이다. 회사는 이 상무를 서 회장의 해외 사업 구상에 탄력을 더해줄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경배 회장은 지난해 9월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북미, 유럽 등 잠재력과 성장성이 높은 신규 시장에서 도전을 지속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럽지역 매출 규모가 해외 시장 중 가장 적다. 하지만 성장률만 놓고 보면 연간 50% 이상 늘어나는 등 전체 시장 중 상승폭이 가장 크다. 주력 브랜드는 라네즈와 이니스프리이다. 라네즈는 지난해 영국과 중동 시장에 진출했고, 이니스프리는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시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유럽 지역에서는 신규 입점을 확대하는 등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고객과 접점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말 중국과 미국, 일본 법인장을 전격 교체했다. 차기 주력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법인장에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을 두루 경험한 조반니 발렌티니 신임 법인장을 새롭게 영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북미 시장에서 87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1000억원 매출' 고지를 앞두고 있다. 조반니 발렌티니 법인장은 유니레버, 로레알 그룹 키엘, 조르지오 아르마니, 랑콤 등에 몸을 담은 인물로, 미국과 유럽시장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영입해 북미 시장에서 현지 영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에 진출 브랜드인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외에 설화수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회사 측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북미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나정균 북미 법인장은 일본 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본 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아시아지역 매출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라네즈가 멀티브랜드숍(MBS) 채널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브랜드 헤라와 에스트라가 현지에 진출해 인지도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로 MBS와 온라인몰 등 현지 유통사와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가파른 실적 하락세를 겪고 있는 중국 시장에선 국내 사업디비전장 출신인 박태호 법인장이 임명됐다. 회사 측은 중국 시장의 경우 실적을 늘리기보다는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해 법인장 교체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기간 이후 떨어진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시장에서 체질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매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고강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법인장 교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중국 시장 매출액은 5440억원으로 전년(7910억원) 대비 32%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매출 하락세는 이어졌는데 1분기 중국 시장 매출액은 1180억원으로 전년(1490억원) 때비 2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거래구조 변경과 마케팅 투자 등으로 인해 매출 하락과 영업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며 "사업구조를 세부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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