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700회 헌혈한 60대…1만원씩 모은 700만 원도 기부
“세상을 살면 우리가 많은 도움을 받고 살잖아요. 쌀밥을 먹는다는 건 농부의 도움이 있기 때문이고….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헌혈하게 됐습니다.”
최근 ‘700회 헌혈’을 달성한 화물차 운전기사 이승기(68)씨의 말이다. 이씨는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돈이 많다면 돈을 기부하겠지만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남을 돕는 데에는 헌혈이 제일 좋을 것 같았다”라며 헌혈에 나선 계기를 밝혔다.
이씨는 45년 전 1979년 6월 19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스물세살이던 그가 처음 소매를 걷어붙이고 헌혈에 나선 날이라서다. 그 뒤 45년을 거르지 않고 대한적십자사 헌혈의집 등을 주기적으로 찾았다. “첫사랑이라는 말이 있듯 처음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소중하잖아요. 처음 헌혈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있을까요.”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긴 그지만 헌혈을 위해 건강 관리도 열심이라고 한다. 이씨는 “타인 생명을 살리는 헌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플 수 없다”고 말했다. 헌혈을 못 하게 될까 봐 최근엔 해외여행도 포기했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헌혈을 한 달 정도 할 수 없다. 그에게 건강 비결을 물었더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지난 21일 700번째 헌혈을 하며 그동안 모아온 헌혈증서 200장과 성금 700만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다. 이씨는 “헌혈할 때마다 1만 원씩을 꼬박 모아 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이씨는 전국에서 8번째로 700회 헌혈을 달성했다. 2주에 한 번꼴로 45년간 헌혈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만 69세인 헌혈 정년을 1년 반(18개월) 정도 남겨뒀다. 이씨는 “저출산으로 헌혈자는 줄고, 고령화로 수혈자는 늘고 있는데 다른 나라처럼 헌혈 정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헌혈 기록이 전산화되기 전까지는 이를 수기로 남겨뒀다. ‘79년 6월 19일, 서울적십자 혈액원’ ‘79년 12월 11일, 구인 혈액원’…. 그 순간을 대부분 기억한다는 그는 “건강하기 때문에 헌혈하는 것이 아니라 헌혈하기에 더 건강해졌다”라며 “헌혈 정년까지 헌혈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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