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죄다 러 보내고 구멍 생겼나…北, 대전차 방벽 세우는 까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초부터 남측을 겨냥해 “영토 완정과 수복”을 외치면서도 정작 휴전선 일대에 대전차 방벽을 세우고 지뢰를 매설하는 건 대남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입으로는 공격을 위협하면서, 행동으로는 방어적 전술을 구사하는 모순된 행태에 대해 복수의 군 관계자는 24일 “최근 휴전선 일대 북한군의 작업들이 일종의 방어 위주의 대남 전술 변화를 의미하는 지를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핵무기 고도화와 별개로 대러 포탄 대규모 수출 등으로 재래식 전력에서 남한과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수 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북·러 군사 협력으로 포탄 수출 등에 의한 재래식 전력 공백 발생으로 방어선 구축 차원의 대전차 방벽 설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북한의 속전속결, 기습전과 같은 기존의 공세적 군사 전략에서 방어를 강조하는 수세적 전략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군사 작전계획의 변경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포탄 '영끌'해 러시아 보내는 北
실제 우크리아나·한국 국방부 등 국제 사회는 북한이 122㎜, 152㎜ 포탄은 물론 지대공 미사일과 같은 정밀 재래식 무기까지 러시아로 수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물량을 약 480만발(14일 신원식 장관 외신 인터뷰)까지도 추정하는데,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벽지에 비축된 포탄까지 꺼내 러시아 수출 물량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탄은 일일 전쟁 수행 능력과 직결된다. “현대전에서도 핵만 갖고 전쟁이 불가하다”는 건 러시아가 직접 보여주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추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장에서 소비하는 포탄은 연간 기준 각각 73만발과 300만 발 정도다.
정확한 수치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정보 당국은 북한이 생필품 공장 등까지 총동원할 경우 연간 포탄을 최대 약 200만 발 가까이(연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수백만 발을 러시아에 보내면 정작 북한의 전쟁 지속 수행 능력에 ‘구멍’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셈이다.
러 동맹 확보로 방어 태세 강화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전쟁 준비’를 계속 강조하며 핵·미사일 전력을 강조하는 것 역시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가리려는 행보일 수 있다"며 "지방 발전 20X10 정책으로 각 지방 도시마다 군인들이 차출돼 있고, 전선 지역에 남은 병력은 정예 병력도 아니고 장비도 노후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북·러가 지난 19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통해 사실상 군사 동맹을 구축한 것도 북한이 열악한 전쟁 수행 능력을 만회하기 위해 ‘방패’를 추가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수 있다. 새 조약은 4조에서 어느 한쪽이 침략 상태에 놓일 경우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것을 전제했는데, 이론적으로는 러시아의 핵우산 제공도 불가능하진 않다.
③새 해상 국경선에 쏠린 눈
김정은의 ‘두 국가 단절 시도’도 결국 적대적 공존을 위해 영토 경계를 확실히 하고자 하는 시도일 수 있다. 국가 개념을 적용하면 '북한식 국경선'을 한국이 넘게 되면 '침공' 개념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올해 2월 김정은이 언급한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 국경선”의 실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과거 주장했던 서해 경비 계선을 그대로 들고 나올지, 새로운 해상 국경선을 들고 나올 지에 따라 ‘두 국가 단절’을 위한 추가 조치인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조만간 개최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군 관계자는 “김정은의 ‘영토 완정’ 지시는 여전히 유효하고, 남측을 향한 기습 도발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 “북한군이 설사 일부 방어적 목적으로 방벽을 세운다 하더라도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공세적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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