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빚 논란 후 6년…마이크로닷 “사과하고 싶었다”
- 자숙하며 마음 다잡아…심경 담은 신보 ‘다크사이드’ 24일 발매
- 마이크로닷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어… 꿈 향한 마음은 그대로”
래퍼 마이크로닷이 6년 만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는 거듭 푹 숙였다. 24일 서울 구로동 예술나무씨어터에서 연 신보 ‘다크사이드’ 발매 쇼케이스를 통해 취재진과 만난 그는 줄곧 사죄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입을 꾹 닫은 채 잔뜩 굳은 얼굴로 등장한 마이크로닷은 긴장이 역력해 보였다. 목소리도 다소 쉰 상태였다. “부모님과 저로 인해 피해와 상처 입은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어렵게 입을 연 마이크로닷은 “사건 이후 반성과 노력의 시간을 가졌다”고 돌아봤다.
“6년 동안 변제·합의 거쳐…지금도 고깃집서 일해”
지난 6년 동안 마이크로닷은 피해자들을 각각 만나 사죄를 이어갔다. 부모가 진 빚이 세간에 알려지며 파악된 피해자만 총 13명. 이 중 1심 재판을 통해 피해자 10명을 확인하고 이 중 여섯에게 총 2억1000만원을 변제하며 합의했다. 2심에서는 남은 피해자 넷 중 한 명과 합의했다. 모든 재판을 마치고 부모가 교도소에서 복역한 이후에도 그는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현 소속사 더빅브라더무브먼트의 빅 알렉스 대표를 만나 지난해 나머지 세 피해자 중 두 명과 합의를 마쳤다. 빅 알렉스 대표는 연대보증까지 서며 마이크로닷에게 응원을 보탰다. 남은 한 사람과는 현재도 합의 중이다. 마이크로닷은 “지금도 고깃집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요즘도 부모와 연락을 나누고 있다는 마이크로닷은 “부모님도 후회하고 계시더라”면서 “형인 산체스 역시 열심히 노력 중인 걸로 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닷은 사건 초기 대처를 후회한다고 말을 이었다. 당시 마이크로닷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을 시사해 역풍을 맞았다. 경찰 재수사 이후 혐의점이 드러나자 그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힘들었던 만큼 간절히 기도만 했다”면서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는다. 어느 쪽의 편을 들지도 않고 해결에만 헌신했다. 혼자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유기견을 돌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봉사활동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마이크로닷은 “앞으로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떤 상황이 주어져도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뿐”이라고 했다.
“신보에 솔직한 심경 담아…응원 전하고 싶다”
새 음반 ‘다크사이드’는 어두운 면이라는 뜻처럼 그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동료 래퍼 루피와 디보가 힘을 보탠 타이틀곡 ‘변하지 않아’에는 그의 솔직한 마음이 담겼다. ‘두려울 게 없잖아 / 아직 비판을 받아 / 희생한 게 너무 많아 / 세상은 알아주지 않아 / 상처가 너무 많아 …(중략)… 넌 변하지 않아 / 내가 할 얘기가 아직 너무 많아’ 등 심경을 담은 가사가 돋보인다.
음반에는 타이틀곡 외에도 ‘프레이 포 마이 에너미즈’, ‘올라잇’ 등 속마음을 빼곡하게 담은 다섯 곡이 실렸다. 마이크로닷은 “사건 이후 가졌던 마음과 생각이 녹은 곡들”이라고 소개하며 “메시지는 묵직해도 듣는 분껜 응원을 드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타이틀 곡을 작업하며 SNS를 통해 루피와 디보에게 협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테드박, 디트루, 지투, 오왼, 호림 등이 마이크로닷의 신보에 힘을 보탰다. 마이크로닷은 “쉽지 않은 상황에도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함께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웠다”며 뭉클해했다.
“음악만큼은 포기 못해…꿈 향한 마음은 불변”
앞서 마이크로닷은 부모의 채무 관련 1심 선고 이후 싱글 ‘책임감’을 발표했다. 음악인으로서 심경을 노래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하지만 대중 반응은 싸늘했다. 비슷한 시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근황을 공개하고 패션위크 행사에 참석한 그의 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도 했다. 마이크로닷은 “기회가 오면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어떤 기회든 신중히 소중하게 임하며 노력하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마이크로닷은 힘든 시간을 보내며 음악의 힘을 다시금 깨달았다. 기도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던 그는 “누군가가 들어주지 않더라도 음악 하나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시간이 흘러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해자뿐 아니라 대중께도 꼭 사과하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자숙하며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마이크로닷은 “이 모든 시간이 내 앨범의 밑거름이 됐다”며 “상황이 달라져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태도와 마음가짐은 변치 않는다는 신념을 노래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듣는 이에게 힘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면서 “지금까지 겪은 일을 모두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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