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가 여성 창업가를 눈여겨보는 까닭
“여성 사회적 기업가들은 리더이자 창작자, 개척자입니다. 그들은 용감하고 대담하며, 자신의 비즈니스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영감의 원천인 그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영향력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까르띠에 인터내셔널 대표이자 CEO 시릴 비네론(Cyrille Vigneron)의 이 말은 여성 창업가를 발굴하고 후원하는 까르띠에의 방향성에 대해 무한 신뢰를 불러일으킨다.
환경, 의료, 교육, 라이프스타일 등 다채로운 분야에 걸쳐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주도하는 여성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해 온 까르띠에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tier Women’s Initiative, 이하 CWI)’는 2006년에 출범했다. 17년째 이어오고 있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구체적인 숫자와 성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여성 사업가들의 사업 지원금으로 수여된 상금 총 950만 달러(약 130억 원), 총 66개국에서 온 330명의 여성 창업가 펠로우 배출, 700명 이상의 커뮤니티 회원들로 구성된 견고하고 세계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사업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와 대출 프로그램 제공까지. 특히 펠로우 회사의 92%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는 2023년의 조사 결과는 자생 능력과 가능성을 가진 펠로우들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는 명징한 증거다.
2024 어워즈는 지난 5월 22일,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 지역인 선전(Shenzhen)에서 열렸다. 여성이 특별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선의를 위한 힘(Forces for Good)’을 주제로 한 이번 어워즈의 수상자는 총 33명. 특히 한국의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세이브앤코’ 박지원 대표가 11명의 1등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는 순간이 포착됐다. 2010년 첫 수상자를 배출한 이래 총 8명의 펠로우가 탄생한 한국은 지난해 문우리 대표에 이어 연이어 1위 수상자를 배출해 냈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 창업가가 가진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다양한 리더들과 비영리기관장, 국제기구 대표 등이 행사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기업가이자 자선가인 칼리 클로스(Karlie Kloss)와 올림픽 다이빙 챔피언 궈징징(Guo Jingjing)이 무대에 올라 공공 복지 및 환경 보호와 관련된 여성의 목소리를 높여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가장 큰 박수갈채가 쏟아진 순간은 페루, 인도, 르완다, 모로코,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펠로우들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펼쳐졌을 때였다. 재능은 보편적이지만 기회는 대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더 많은 기회와 지원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보탬이 된다는 것. 그리고 여성 창업을 후원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까르띠에는 ‘선의를 위한 힘’을 밀고 나아간다.
“매년 우리는 여성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면서도 시대의 긴급한 사회적· 환경적 과제를 해결하고, 선을 위한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는 용감한 비즈니스 리더임을 증명합니다.” CWI 글로벌 프로그램 디렉터 윈지 신(Wingee Sin)의 이야기처럼 여성의 잠재력에 대한 까르띠에의 믿음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그래서 2025년의 CWI도 기대하게 된다. ‘CWI 2025 어워즈’는 일본 오사카에 등장할 엑스포 우먼스 파빌리온에서 개최될 예정이니까.
CWI 2024 어워즈 동아시아 부문 1위 수상을 축하합니다. 호명됐을 때 기분은
정말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매우 놀랐어요. 특히 세이브앤코는 CWI가 지난 17년 동안 배출한 330명의 펠로우 중에서도 최초이자 유일한 성 건강 분야의 기업이어서 수상 자체가 섹슈얼 웰니스와 테크 업계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봐요. ‘까르띠에’라는 저명한 브랜드로부터 인정받은 것도 의미 깊고요.
2018년 창립 이후 ‘펨테크’ ‘섹슈얼 웰니스’ 등의 키워드로 꾸준히 주목받았고, 성장도 안정적입니다. 그럼에도 CWI라는 긴 여정에 도전한 이유는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올해 CWI가 보유한 글로벌 인지도와 네트워크, 커뮤니티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6월 서류 제출을 시작으로 11월 펠로우 선정 결과를 받을 때까지 5개월이 걸렸죠. 회사 구성원과 기존 투자자, 협력 업체 등의 인터뷰 평가도 진행됐고요. 매 단계마다 평가자와 심사위원들로부터 정성 어린 피드백과 조언을 받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이 여정이 평가가 아닌 배움의 과정으로 느껴졌어요.
2024년 어워즈 위크와 시상식에 직접 참여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상금뿐 아니라 미디어와 홍보 지원, 네트워크 등 사회 자원과 멘토링, 코칭 등의 자원을 1년 동안 아낌없이 받았죠. 특히 엄마들을 위한 양육자 지원이 감동적이었어요. 양육자들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으로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가정과 아이를 떠나 출장을 가야 하는 펠로우들이 유모를 고용하거나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해준 거죠. 저는 이 혜택의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이번 펠로우 중에는 아이가 다섯 명인 엄마도, 세 명인 엄마도 있었으니까요. 얼마나 많은 워킹 맘이 육아 문제로 해외 행사나 컨퍼런스 같은 좋은 기회를 포기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저출생 문제로 고민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지원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 전공자로 미국 대학의 단상에 오르기도 했고,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창업을 시도했습니다. 박지원은 어떤 사람인가요
창업을 시도하며 도전을 통해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실패를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이 진정한 성장의 발판이 되죠. CWI 어워즈 위크 중 시릴 비네론과 펠로우들의 대담에서 ‘반취약성(Antifragility)’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언급됐는데, 앞으로는 회복탄력성을 넘어 경험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반취약성을 저뿐 아니라 저희 조직에서도 지향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창업가이자 대표로서 고충은
창업가로서 직면한 어려움보다 사업 아이템으로 인해 겪은 어려움이 컸어요. 특히 여성이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이중 잣대, 저희 회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부장적인 편견이 가장 힘들었죠. 그럼에도 함께 만들어낸 긍정적 변화들이 의지가 됐습니다. 처음으로 콘돔을 구매했다는 고객의 후기나 딸을 위해 구매한다는 어머니의 메시지, 처음으로 피임에 대해 연인과 대화를 나눴다는 피드백을 통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세이브앤코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역할을 자랑한다면
저희는 보수적인 성 문화와 부족한 성 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임팩트 기업입니다. 한국에서 여성이 콘돔을 구매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해요. 그러나 저희 제품의 여성 고객 구매 비중은 50%가 넘습니다. 그동안 성 생활용품 시장 자체가 자극적인 섹스어필에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쏟으며 남성 위주로 발전해 왔는데, 국내 브랜드 최초로 콘돔의 전 성분을 공개하며 흐름을 바꾸려 하고 있어요. 또 상품 판매 수익의 10%, 캠페인 상품 수익의 100%를 성평등과 여성 권리, 건강한 성 문화 증진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자체 콘텐츠 채널(www.saibsaid.com)도 운영하며 여성의 성과 성 건강, 젠더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뿐 아니라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죠.
당분간 전력을 다해 달리고 싶은 것
여성의 신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변화를 겪어요. 월경 전후의 삶이 다르고, 피임 기간, 임신 준비 기간, 출산 전후, 갱년기, 완경까지 굉장히 다양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저희 브랜드 이름이 세이브(SAIB)잖아요. 처음에는 성에 대한 편견(BIAS)을 뒤집는다는 의미였는데, 생각해 보니 여성은 생애주기의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편견과 마주하게 되더군요. 미국 론칭이 예정된 올해 ‘SAIB’를 글로벌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로 성장시켜 이 고민을 해결할 제품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창업을 망설이는 여성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한 마디
당신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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