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열혈 형사 곽선영 “정의감 닮아…드라마·예능 다양한 경험 기대돼”
아무리 큰 덩치의 사람이 앞에 서 있어도 “한 명씩 오라”며 대범히 맞서고, 고난도의 운전 기술을 선보이며 도로 위의 무법자들을 붙잡는다. 어떤 위험을 보더라도 몸부터 나가는 열혈 형사 민소희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크래시’에서 통쾌함을 선사했다.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 화장기 없는 얼굴, 품이 큰 재킷에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까지. 배우 곽선영이 빚어낸 민소희는 의심의 여지 없는 형사 그 자체였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선영은 ‘크래시’ 속 민소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드라마 속 민소희의 모습이 배우의 아이디어였느냐고 묻자 그는 “감독님이 박카스 광고 때의 머리를 원하셨다. 그래서 일부러 세게 파마하고 하나로 묶었는데 저는 너무 편했다”며 “화장도 거의 안 해서 코를 풀거나 울어도 자국이 안 남을 정도였다. 옷도 평상시 제 스타일 그대로여서 남편이 ‘그냥 곽선영이네’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민소희는 의욕만 넘치는 어리바리한 신입 형사 차연호(이민기)를 성장시켜주는 교통범죄수사팀(TCI) 반장이다. 외형은 비슷했지만 민소희와 곽선영의 성격은 달랐다. 곽선영은 “불의를 봤을 때 민소희는 몸이 움직이지만 저는 그냥 속상해한다는 게 다르다”며 “하지만 공감할 부분도 있었다. 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선영이었다면 할 수 없었겠지만, 불의에 몸이 먼저 움직이는 민소희인지라 드라마에선 액션이 많았다. 한참 덩치가 큰 남자를 엎어치기로 제압하거나 차를 자유자재로 몰며 J턴을 선보이는 장면까지, 드라마 속 액션의 대부분은 곽선영이 직접 했다. 그는 “액션스쿨에 들어가서 두달가량 연습을 한 것 같다”며 “범인을 검거하고서 나오는 몸의 에너지, 온도나 호르몬 등이 있어서 직접 액션을 해야 그 다음 연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액션은 100% 직접 소화했고, 멋진 각도가 필요한 것만 무술팀의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운전도 직접 하려 했지만, 위험한 사고가 한 번 나는 바람에 카 액션에선 욕심을 조금 내려놨다. 곽선영이 직접 각그랜저를 몰아 J턴을 한 뒤 후진하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인도에 치우친 채로 핸들을 꺾다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때문에 곽선영은 잠시 기억을 잃기도 했다. 그는 “촬영에 들어가자 저도 모르게 ‘범인 검거해야 돼’ 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액셀을 조금 더 용감하게 밟았던 것 같다”며 “J턴을 성공하지 못해서 너무 속상했다. 직접 연기하고 싶었는데 차가 너무 귀해서 그 이후부터는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안전하게 촬영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뮤지컬에서 시작해 연극, 광고를 거쳐 드라마로 무대를 옮긴 곽선영은 최근 연이어 경찰, 형사 등 정의롭고 똑 부러지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구경이’와 ‘두뇌공조’에선 경찰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선 군인을 연기했다. 그래서 ‘크래시’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고민을 했다. 곽선영은 “같은 이미지가 가중되면 안 되는 직업인지라 그런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경찰이면 괜찮을까 하는 고민을 아주 잠깐 했었다”며 “하지만 같은 경찰이어도 인물의 경험, 처한 상황 등이 다르니까 다른 인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선영은 다양한 경험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이었다. 무대를 옮겨가며 연기를 해온 것도 무대와 방송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는 배우 지망생은 아니었고, 목표가 연기이자 배우였다”며 “다 재밌는 경험이 될 테니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곽선영의 도전은 연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곽선영은 tvN ‘텐트 밖은 유럽’으로 첫 예능에 나선다. 그는 “예능도, 긴 시간 밖에 나가 있는 것도, 유럽도 다 처음이다. 그래서 재밌을 것 같다”며 “요즘 곽선영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로 가는 거지만, 그래도 여행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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