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일랜드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비를 찾아가다
[장소영 기자]
새 기념비가 세워질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안 된 듯한데 제막식 뉴스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한국전이 시작된 6월 초입에. 내가 사는 맨해튼 동쪽의 섬 롱아일랜드에는 나소와 서폭이라는 두 개의 군(County, 행정구역)이 있다.
▲ 메모리얼 파크 내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 광장 롱아일랜드 서폭 카운티 ((Hauppauge, Suffolk County)에 새로운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세워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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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사회가 용사를 기억속에 새기도록 하는 방법
롱아일랜드에는 6천 5백여 명의 한국전 참전용사가 계신다(2022년 인구조사국 자료). 6월이 되면 뜻있는 한인교회와 협회를 중심으로 참전용사와 가족을 위한 감사의 자리가 여럿 마련된다. 공식 석상이나 현충일 퍼래이드에 하늘색 정장을 깔끔하게 입고 나오시는 참전용사 분들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 메모리얼데이(미국 현충일) 퍼레이드에 나선 한국전 참전용사들 몇 해 전만해도 퍼레이드의 중요한 부분으로 행진하셨는데, 최근에는 행렬에는 없어지고 차량에 소수만 탑승한 채 참여하시는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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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 용사의 길로 명명된 거리도 다섯 개 정도 되는데 구석진 짧은 골목길이 아니라 4차선 대로로 뻗은 큰길과 타운을 잇는 중요 길목에 있다. 특히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 도로는 롱아일랜드 최대 공원인 아이젠하워파크와 나소 콜로세움이라는 대형 경기장 곁이라 눈에 특히 잘 들어온다.
▲ 참전용사 기념패가 붙은 거리 주요 길목과 대로, 고속도로에 걸린 참전용사 기념패. 퍼플하트는 전사 혹은 부상병에 수여하는 훈장으로 조지 워싱턴 대통령으로부터 유래한다. 퍼플하트 첫 수여자는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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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에서 만난 세계대전 참전 기념 공원은 주요 부대나 전투를 각각의 기둥에 새겨 분수처럼 둥글게 조성한 곳을 자주 봐왔다. 반면 들렀던 한국전 참전 기념 공원에는 실물 모양의 전투 대원 동상이 있었다.
▲ 워싱턴 D.C. 의 한국전 참전 기념 공원 판초를 입은 19명의 병사 동상은 한국전 당시의 혹독한 날씨속에서도 진군을 멈추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다양한 인종과 보직, 병과로 구성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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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지도 모형의 참전 기념비 지도 위에는 3.8선과 주요 전투지가 한국전 당시 표기대로 새겨져 있다. 참전 용사들의 기억속 지명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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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폭카운티 메모리얼파크 내 장진호 전투 기념패 당시 군사지도에 표기된 Chosin으로 새겨져 있다. '소수의 살아돌아온 자들'로 유명한 장진호 전투는, 2017년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비 헌화로 미국내에서도 다시 한 번 크게 주목을 받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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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전에 만났던 한 참전용사 할아버지는, '나치와 싸운 것도 아니고 일본이나 소련과 싸운 것도 아니고 너는 대체 누구와 싸우다 온 거냐'라고 주변에서 묻더란다. 그만큼 한국은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고,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했고, 미국이 참전한 다른 전쟁에 비해 혹독했지만 짧았다. 돌아와서도 제대로 보상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한 용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번 제막식에도 참여한 살 스칼라토 참전용사분은 몇 해전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환영 행사도 없이 전역증을 나눠주고 해산하는 게 끝이었다"고 한다.
미디어의 주목을 받던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 가려져 버린 한국 전쟁
새 기념비 중간쯤에 포로의 옆얼굴로 된 POW-MIA 상징이 있다. POW는 전쟁 포로를 뜻하고, MIA는 실종 병사를 말한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 가족으로부터 시작된 POW-MIA 상징기는 미국 국기와 함께 게양되는 중요한 깃발이다.
▲ 잊지 않겠다, 잊혀졌다 나소 카운티의 한국전 참전 동상에는 새겨져 있지 않은 '잊혀진 전쟁'이란 문구가 서폭 카운티의 참전 동상에 새겨져 있어 마음이 아팠다. 맞은 편 새 기념비에는 '당신들을 잊지 않겠다'는 POW MIA 상징이 새겨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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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찾기는 어려운 위치지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걸음하고, 리뷰로도 남기면 좋을 듯싶다. 용사나 가족분들이 미처 읽으시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음에서 또 다음으로, 결코 잊혀지지 않을 희생에 대한 기억과 감사의 랜선 기념비가 될테니.
친구와 영화를 보러 나갔던 큰아이에게 카톡이 왔다. 걷다 보니 차로 지날 땐 그저 지나쳤던 표지판이 보이더라고.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 도로 표지판이었다. 마침 글을 쓰고 있었는데 꼭 맞는 사진을 보내줘 고맙다고 답톡을 했다.
▲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 대로 나소 카운티, 아이젠하워 파크 인근의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 대로패 |
ⓒ 오성언 |
▲ 동네 상가에 걸린 한국전 참전 용사 배너 다운타운 가로수길에 걸린 참전용사들의 배너에 한국전 참전 용사의 배너가 눈에 띄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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