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외엔 희망 없어요" 복권 광풍…中복권방에 복권 동났다
중국 광저우(廣州)의 한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일하는 미셸 장(24)은 주말마다 복권 사는 게 낙이었다. 20위안(약 3800원)짜리 소액 복권인 과과러(刮刮樂·긁으면 행복하다는 뜻)를 샀다가 당첨돼 500위안(약 9만5000원)을 번 적도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과과러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에 광저우의 여러 판매소를 돌고도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기 일쑤다.
경제 둔화와 취업난 속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복권에 열을 올리면서 각지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과과러 품절 사태는 지난 4월 베이징과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에 불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선 광저우까지 번졌다.
복권을 구하지 못해 우울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등장했을 정도다. 2~3주에 한 번씩 과과러를 사며 소소한 행복을 맛봤던 교사 먼위셴(22)은 SCMP에 "그간 운이 좋아서 구했지만, 이젠 구하기 어려워져 복권 사러 갈 기분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SCMP는 "경제 침체 속에 복권이 부의 지름길로 인식됐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짚었다. 전문가 사이에선 "경제가 둔화하면 복권 판매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수궈징 중국복권산업살롱 설립자), "경제적인 이유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살 것"(자오시쥔 런민대 교수)이란 풀이도 나온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복권을 끼운 꽃다발이 인기 선물이 된 지 오래다. 소셜미디어(SNS)엔 "개인의 안전과 재정적 안정을 위해 SNS에 실명으로 당첨 사실을 자랑 말라", "상금 수령 후에 기념 촬영을 하고 인터넷에 사진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마스크나 가면을 착용하라"는 조언도 돌고 있다.
축구복권으로 갈아타기도
실제 복권 판매는 급증세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복권 판매액은 1495억 위안(약 28조48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한 수치다. 특히 과과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4% 늘었다. 중국 복권 시장에서 26.1%나 차지하는 과과러는 종류별로 1장당 10위안(약 1900원), 20위안(약 3800원), 30위안(약 5700원)짜리가 있다.
복권 열풍에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했다.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에 따르면 올해 1∼4월에만 2105곳의 복권 관련 업체가 신규 등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158.92% 늘어난 규모다. 이뿐 아니라 복권 인쇄·유통·소매 등 공급망 전체를 통틀어 1만4700개의 복권 관련 회사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과과러 재고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복권 판매소가 속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일부 구매자들이 유럽 축구 경기결과 등에 따라 당첨이 결정되는 축구복권을 대신 구매하는 풍선 효과까지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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