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신고 현장을 출동하면서 내게 찾아온 변화들

박승일 2024. 6. 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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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의 3배 넘는 자살률... <오마이뉴스> 기사 덕에 한 강의, 그 강의료로 기부를 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승일 기자]

"저는 생명의전화 상담원 OOO입니다. 상담하던 학생이 자신의 SNS에 '다들 잘 지내'라는 메시지만 남겨둔 채로 그 뒤에 전화가 안 됩니다. (이 친구가 혹시) 자살할까 걱정이 됩니다."

112 문자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지구대 근무할 때 자주 있었던 신고입니다.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링크)는 국제 NGO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상담하고 자살예방을 실천하는 곳입니다.

보통 자살과 관련된 신고는 친구나 직장 동료의 신고가 제일 많습니다. 다음으로 '자살예방 상담 전화'를 통한 신고 접수의 비중도 꽤 높습니다(자살예방 통합상담번호는 109).

얼마 전 '내가 자살 예방 강사가 된 까닭은'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단순히 한국생명존중재단 소속의 '생명지킴이' 강사로 활동해 왔습니다. 그러다 올해 '자살예방 전문 강사'로 자격을 전환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동생을 잃은 뒤 죄책감에 시달렸던 기억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경찰관인 내가 자살예방 강사가 된 까닭 https://omn.kr/27pjp ). 

저는 경찰관으로 재직하면서 주로 휴일에만 외부 기관에 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의외로 강의 요청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부터는 경찰청으로부터 겸직을 허가받은 뒤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기업에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O'이라는 기관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쓴 위 글을 보고, 자살 예방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해줄 수 있는지 요청하는 메일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면 강의만 해오던 터라 한동안 고민하다, 결국 수락하고 지난주 촬영을 했습니다. 쉽지 않은 촬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콘텐츠가 주로 직장인들에게 나간다고 해, 자살 예방에 대한 진심을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찰관 되기 전에는 '자살' 단어에 부정적이었다
 
 자살예방 전문강사로 활동하면서 처음 촬영한 동영상 강의 모습(후배가 찍어준 사진).
ⓒ 박승일
 
사실 저는 어려서부터 크게 잘하는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도 반에서 중상 정도 했었고 대학에 다닐 때도 학업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지금의 선택은 제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단지 경찰관이 되어 범인들을 검거하고 주변에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너무도 뻔한 이유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그사이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자살'에 대한 인식 변화였습니다. 사실 경찰관이 되기 전에는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다 압니다. 통계청·경찰청의 2020년~2022년 3년 간 통계에 따르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4000여 명 안팎인 데 반해 자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매년 1만 30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비율만 놓고 보면 교통사고의 3.5배에 달합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 대해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경찰이 있습니다. 단속과 예방 활동을 1년 365일 한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듯합니다. 반면, 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노력이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벼랑 끝 사람 살리는 상담원들... OECD 자살률 1위 한국 

서두에서 사례로 들었던 자살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신고자인 생명의전화(1588-9191) 상담원과 통화를 먼저 하게 됩니다. 상담자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인적 사항은 알고 있는지 등 대상자의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신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습니다. 새벽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의외로, 자정을 넘긴 이후에도 신고가 많은 걸로 압니다. 그럴 때마다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상담원들을 보면서 늘 감사했습니다. 주로 그분들은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원봉사 자격으로 활동하는 상담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의무적으로 하는 기부를 제외하고는 기부를 서너 차례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껏 10만 원이 제가 한 가장 큰 기부였습니다. 이번에 '한국 생명의전화' 생명사랑기금에 3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큰 금액이 아닐지 몰라도 제게는 나름의 큰 금액입니다. 솔직히 몇 번을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15만 원만 하고 15만 원은 어머니께 용돈으로 드릴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 한국 생명의 전화 기부 동영상 강의로 받은 강사료를 기부했다.
ⓒ 박승일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잘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심 저 스스로 누군가에게 자랑(?)을 하고 싶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주변에도 자살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시도하고 극단적으로 생명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든 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기부처를 '한국생명의전화'로 택한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제가 직접 상담원들과 통화를 했었고, 그분들 덕분에 소중한 생명을 구한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홈페이지를 방문해 작은 금액이나마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 뜻하지 않게 주변 지인의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자책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또 잊고 잘 살아갑니다. 우리가 모두 그렇지 않나,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저는 앞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강의를 더 열심히 할 각오입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노력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 사회가 더욱 '자살 예방'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여러분도 같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의 전화 소개 홈페이지(상담전화 02-2030-9191)
ⓒ 생명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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