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시장' 비만 치료제…K-바이오 '부글' [엔터프라이스]
[한국경제TV 정호진 기자]
<기자> 미국 현지에서 요거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물론 요거트가 맛있기도 하지만, 해당 제조사의 부사장은 인기 비결 중 하나로 '비만치료제' 열풍을 꼽았습니다. 실제 현재 비만 치료제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GLP-1을 투약하는 미국인은 3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이 같은 열기 속,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당뇨병 학회에 임상 결과를 발표한 기업들도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해외 바이오 기업들이 꽉 잡고 있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정 기자, 현재 비만 치료 물질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게 GLP-1인데요. 국내 바이오 기업 가운데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은 어떤 기업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선 GLP-1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드리면요. 혈당을 낮추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주는 물질인데요. 사실 GLP-1이 처음엔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됐었거든요. 그런데 이 효과가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게 된 겁니다. 우리가 잘 아는 '비아그라' 역시, 처음엔 심혈관 치료제로 나왔던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 당뇨병 학회'에서 GLP-1 관련 임상 결과들이 소개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고요.
우리 기업 가운데에서도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이 여러 군데 있는데요. 시간 관계상 세 군데만 짚어드리겠습니다. 먼저 한미약품은 혈당과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크레틴'을 치료하는 방식의 신약 물질의 임상 1상 계획서(IND)를 미국 FDA로부터 승인 받았습니다. 기존 GLP-1에 두 개의 수용체 작용을 추가적으로 설계했고요.
그리고 최근 상장한 기업이죠. 디앤디파마텍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의 임상 1상이 진행 중인데요. 업계에선 생체이용률 등 관련 진행 상황은 내년 하반기에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전임상 과정에서 흡수율이 노보노디스크에 비해 높았던 만큼, 인체 대상 임상 결과는 어떨지 지켜봐야 겠고요. 유한양행은 GLP-1 기반은 아니지만, 식욕을 억제하는 새로운 호르몬을 겨냥한 신약을 개발 중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런데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은 삭센다, 위고비를 앞세운 노보노디스크를 비롯해 일라이릴리, 바이킹과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장악하고 있는데요. 우리 기업들이 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까요?
<기자> 맞습니다. 실제 국내에서도 이미 삭센다와 같은 비만치료제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당장 제 주위에도 몇명이 삭센다를 투약하고 있는데요. 가정의학과에서도 처방 받을 수 있는데, 6ml 주사를 받으면 투약 용량을 조절하며 2주에서 한 달간 사용 가능합니다. 본인이 매일 주사를 놓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실제 효과도 상당하다고 하고요.
후발주자인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경쟁 또는 협력인데요. 우선 한미약품은 '한국인 특화 비만치료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외 비만치료제들은 상대적으로 BMI가 높은 서양인 중심으로 만들어졌거든요. 상대적으로 내장 지방으로 인한 비만이 많은 아시아인 특화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겁니다. 실제 한미약품은 임상에서 모두 우리나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결과가 좋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로도 확장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함께한다는 선택지는 기술이전이 될 수도 있겠고, 머크와 손잡은 알테오젠처럼 플랫폼 형태로 신약 개발을 함께 하는 기업들이 있을텐데요. 펩트론의 경우 지난해부터 글로벌사들과 물질이전계약 소식들이 전해지며 비만치료제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고요. 인벤티지랩처럼 비만치료제 자체는 아니지만, 장기 지속 주사제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벤티지랩은 올해 초 해외 기업은 아니지만, 유한양행과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소식 한 줄로 정리하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기자> "비겁하다 욕하지마, 만만한 적이 아냐."
정호진 기자 auva@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