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하면 사형인데…北 오물풍선에서 '우상화 문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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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에서 극심한 경제난을 짐작게 하는 물품들이 다수 발견됐다.
쓰레기들 가운데 북한 형법상 훼손 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우상화 문건'까지 나와 주목된다.
북한 형법 64조 등에 따르면 수령의 교시 문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다만, 북한 당국이 오물풍선을 제작하면서 이런 교시 문건들이 오물 속에 포함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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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자투리천 등 '살포용 쓰레기' 급조
극심한 생활난 드러내는 물품 다수 포착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에서 극심한 경제난을 짐작게 하는 물품들이 다수 발견됐다. 쓰레기들 가운데 북한 형법상 훼손 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우상화 문건'까지 나와 주목된다.
통일부는 지난 4~11일 수거된 북한의 오물풍선 약 70개에 대한 분석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우상화 문건'이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 표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에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라고 쓰인 문건들이 발견됐다.
북한 형법 64조 등에 따르면 수령의 교시 문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다만, 북한 당국이 오물풍선을 제작하면서 이런 교시 문건들이 오물 속에 포함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또 북한이 일반 쓰레기를 마구 담기보다는 이른바 '살포용 쓰레기'를 급조한 것으로 봤다. 일정한 크기의 폐종이나 비닐, 자투리 천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생활 실태가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페트병의 경우 라벨이나 병뚜껑을 모두 제거해 상품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쓰레기가 여럿 식별됐다. 여러 차례 기워 신은 양말이나 옷감을 덧대어 만든 장갑, 마스크 등이 그 사례다. 곳곳에 구멍이 뚫린 유아용 바지나 발가락이 드러나는 아동용 양말 등 어린아이들이 착용하는 의류도 심각하게 낡은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유명 브랜드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무단 도용한 모조품도 나왔다. 북한이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 캐릭터를 광범위하게 도용 중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도 미키마우스와 푸, 헬로키티, 아디다스 등 여러 복제 사례가 확인됐다. 반사회주의 금지 물품으로 규정된 '스키니진'도 식별됐다.
오물 가운데 대북 지원 물품들도 발견됐다. 김대중(DJ) 정부 시절이던 2000년부터 북한에 의류를 지원해온 업체의 브랜드 로고가 천 조각들 가운데 식별된 것이다. 넥타이, 청재킷 등을 가위나 칼로 심하게 훼손된 경우도 있었는데, 한국산 물품에 대한 반감 내지는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북한이 오물풍선에 분변까지 담으면서 '감염병 우려'도 제기됐으나, 분석 결과 위해 요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물에 포함된 토양에선 회충·편충·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 이 토양에서 사람의 유전자도 식별됐다는 점에서 해당 기생충이 인분으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토양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을 비료로 사용하거나 비위생적 생활 환경에 기인하며, 주로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식별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살포된 토양 자체가 소량이고 군 당국이 즉각 수거·관리했기 때문에 별다른 위해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김여정 부부장 담화를 통해 오물 살포 재개를 예고했는데, 북한 주민들도 부끄러워할 저급하고 기괴한 오물 살포를 당장 중단하라"며 "해선 안 될 일에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민생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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