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유족이 찾았다...6·25 호국 영웅에 농산물 보내자 화답
6·25 전쟁 당시 다부동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김희정 중위 유가족이 24일 오전 경북 칠곡군 가산면 웅추리 마을을 방문했다. 주민들이 "중위님이 우리 마을은 물론 나라를 지켜줘 고맙다"며 최근 유가족에게 농산물을 선물로 보내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마을을 찾은 유가족은 서울과 대전·대구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던 김 중위의 조카 김국식(73·대구), 김민경(66·여·대전), 김창식(64·서울)씨였다. 이들은 지난 23일 서대구역에 모여 하룻밤을 머문 뒤 응추리로 향했다.
이들이 응추리에 도착하자 이종록 이장은 유가족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국식씨에게 큰절을 하면서 고인의 희생에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선물 받은 유가족, 마을 찾아 화답
김국식씨는 “주민들의 정성에 감동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달려왔다”며 “호국영령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국에 있는 참전용사 유가족들은 유전자 시료 채취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응추리 주민들은 집에서 키우는 토종닭을 요리해 유가족에게 대접했다. 식사 후에는 마을에서 약 1㎞ 떨어진 유해 발굴 현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발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민경씨는 대전의 유명 제과점 성심당에서 산 빵을, 응추리 주민은 전국 유일 양봉 특구인 칠곡에서 생산된 꿀을 서로 선물하는 훈훈한 모습이 연출했다.
유가족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갈 때는 이종록 이장은 이들에게 ‘명예 응추리 주민’이 돼달라고 제안했다. 유가족은 흔쾌히 동의하며 형님·동생으로 인연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이종록 이장은 “마을을 지켜준 고인의 희생은 그 어떤 감사의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이제는 고인과 유가족이 모두 응추리 주민들이다. 앞으로도 고인을 기억하며 추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마을 주민 20여명은 지난 20일 응추리 마을회관 앞에서 김 중위 추모식을 열었다. 이 마을은 김 중위가 치열한 전투 끝에 순국했던 다부동 전투가 펼쳐진 곳에 있다.
목숨 바쳐 지킨 땅에서 난 농산물 보내
이종록 이장은 “고인의 희생이 씨앗이 돼 풍성하게 자라난 농작물을 유가족에게 전달함으로써 감사와 추모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졌으면 해서 보냈다”라며 “먹고 살기 바쁘지만 6월만이라도 주민과 함께 김 중위 등 참전용사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부동 전투서 순국한 김희정 중위
한편 김희정 중위는 백선엽 장군이 지휘했던 육군 제1사단 15연대 소속이었다. 그는 장교로 임관하고 불과 보름 만에 응추리 야산에서 순국했다. 당시 김 중위 나이는 27세였다. 정부는 1954년 10월 김 중위에게 은성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했지만, 유해를 찾지 못해 전달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70여년이 지난 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2022년 9월 응추리에서 김 중위 유해를 찾았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김 중위 조카 김창식(64)씨를 확인했고 지난 5월 유해를 유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김 중위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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