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잡지 발행과 '여성동맹' 발족
[김삼웅 기자]
▲ 옛 천도교 중앙총부 건물 이곳을 봉황각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 건물은 옛 천도교 중앙총부 건물로 원래 종로 경운동에 있던 것. 1969년 수운회관을 짓게 되자 이곳으로 옮겨 온 것이다. 지금은 봉황각 별관으로 쓰고 있다고. |
ⓒ 이양훈 |
천도교의 기본정신에는 여성해방의 가치가 큰 몫을 차지한다. 이것은 동학창도자 수운으로부터 역대 교주로 이어지는 천도교의 정맥이다. 수운은 '시천주(侍天主)' 사상을 중심으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면서 유교의 여성 억압적 질서를 비판하고, 나아가서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공동체로 살아가는 지상천국의 건설을 설파하였다.
2대 교주 해월은 수운의 시천주 사상을 이어 "사람 대하기를 하늘 대하듯 하라"는 '사인여천'으로 승화시켰다. 하대 받으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온 여성을 '하늘님'이라 높여 부른 이도 해월이었다.
3대 교주 의암은 두 분의 여성존중의 뜻을 이어 '인내천' 즉 "사람은 평등하고 곧 하늘이다"는 평등사상을 정립하였다. 동학농민혁명에서도 남녀평등 사상이 제기되었다. 폐정개혁 12개조 중에 인권평등의 3개 조항이 있는데 ① 불량한 유림과 양반배는 징습할 사 ② 노비문서도 소각할 사 ③청상과부의 개가를 행할 사 등이다.
박인호는 만인평등이라는 보편적인 인간관과 가치관을 제시하였다. 평등을 인간과 하늘과의 평등에서 출발하여 인간과 인간의 평등, 인간과 동물과의 평등, 인간과 사물과의 평등, 더 나아가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와 공존으로서의 평등까지 포함된다.
수운의 시천주·해월의 사인여천에서 이미 만인 평등사상이 들어 있지만 박인호는 인간과 하늘과의 관계나 물을 비유로 들어 스승들이 갖고 있었던 평등사상을 새롭게 해석하였다. (주석 1)
춘암은 대도주 재임 중인 1926년 6월 2일 천도교여성동맹을 발족시켰다. 이에 앞서 천도교에서는 개벽사에서 여성들의 교양교육을 위하여 <부인>과 <신여성>을 월간으로 발행했다. 1920~30년대의 우리나라 여성사회를 계몽하고 지도한 중요한 잡지이다.
<부인>은 1922년 6월부터 1923년 8월까지 통권 13권을 간행하고, 같은 해 9월부터는 잡지 이름을 <신여성>으로 고쳐서 이후 1934년(현재 밝혀진 최종호는 8월)까지 간행되었다. '신여성'이라는 제호는 구시대의 낡은 여성관을 버리고 신천지를 개척하는 신시대의 발전적 여성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1920~1930년대 '신여성'이라는 사회 용어 사용의 단초를 주었다는 데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부인> 창간호를 준비하면서 <개벽>지에는 이 잡지의 내용을 소개하는 글이 3~4차례 실렸다. 성격과 방향을 제시한다.
○ 우리의 생활을 근본으로 개선하여 가려고 하는 이 <부인>잡지.
○ 우리의 가정을 낙원으로 인도하여 가려고 하는 이 <부인>잡지.
○ 우리의 도덕을 중심한 미풍을 길러 가려고 하는 이 <부인>잡지.
○ 우리의 어린 자녀들을 뜻 있게 길러 가려고 하는 이 <부인>잡지.
○ 우리의 취미성을 고상하도록 길러 가려고 하는 이 <부인>잡지.
○ 생활에 동요가 있거던 이 <부인>잡지를 읽으라. 안정이 되리라.
○ 가정에 불평이 있거던 이 <부인>잡지를 읽으라. 낙원이 되리라.
○ 일신에 번민이 있거던 이 <부인>잡지를 읽으라, 방패가 되리라
○ 자녀를 잘 기르러거던 이 <부인>잡지를 읽으라, 방법이 있도다.
○ 취미를 고조하려거던 이 <부인>잡지를 읽으라, 자미가 있도다. (주석 2)
<부인> 창간호에 실린 창간사에서 "문명을 취하고 개조를 해임할 때"라고 진단하면서 다음과 같이 편집 의도를 밝혔다.
첫째, 고유한 도덕·습관·풍습을 근거하여 이 시대의 적합한 것을 추려 권려하고, 합당치 못한 것은 개량증보하여 신·구 사상의 충돌을 조화하며,
둘째, 노소 분쟁의 화해 및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연계로 올바른 자녀교육의 길을 알게 하며,
셋째, 시부모·남편·아내·자녀 각각의 도리를 올바로 알게 하여 가정을 화락으로 이끌며,
넷째, 학교에 가지 못하는 부인들은 반드시 이 잡지를 보아 문명한 사람이 되게 함에 있다. (주석 3)
천도교여성동맹은 1926년 6월 2일 여성계몽과 여성해방을 목적으로 구파측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창립하였다. 박명화·한봉소·홍종희·김상화·강운화·박정자·김숙·이소암·김수월·박호진 등이 집행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여성동맹'은 같은 천도교 구파 계열이어서 '청년당'과 함께 활동하였다. 그러던 중 청년당의 내부에서 별도로 조직된 오심당(吾心黨) 사건으로 간부 170여 명이 피체되고 60여일 동안 혹독한 고문 끝에 기소유예로 석방되었으나 '여성동맹'은 활동을 접어야 했다.
오심당은 1929년 천도교 신파계열의 간부 김기전·조기간·박사직 등이 조직한 비밀결사로 활동하다가 1934년 총독부 평남경찰부에 탐지되어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었다.
주석
1> 조극훈, 앞의 책, 149~150쪽.
2> 박용옥, <한국여성 항일운동사>, 291쪽, 지식산업사, 1996.
3> 앞의 책, 292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동학·천도교 4대교주 춘암 박인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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