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씩 기워신은 양말…오물풍선, 되레 北생활고 폭로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9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살포한 오물풍선에는 '기획성 쓰레기'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물풍선 부양을 위해 일정한 크기의 쓰레기를 급조한 셈인데, 이를 분석한 결과 북한 주민이 처한 생활고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통일부는 24일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 70여 개를 수거·분석해 출입 기자단에 배포한
「북한 살포 오물분석 결과」
참고자료에서 "일반 쓰레기보다는 일정한 크기의 폐종이·비닐·자투리천 등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소위 '살포용 쓰레기'가 다수였다"며 "페트병의 경우, 라벨, 병뚜껑 등을 제거해 상품정보 노출을 방지한 흔적을 확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이런 의도가 무색하게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난을 보여주는 '생필품 쓰레기'도 발견됐다. 통일부는 "북한 내부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쓰레기가 다수 식별됐다"며 "특히, 아동용 의류와 양말도 심각하게 낡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몇 번씩 기워 신은 양말" "옷감을 덧대어 만든 장갑" "옷감을 덧대어 만든 마스크" "옷감 두 장을 덧대어 만든 티셔츠" "구멍 난 유아용 바지" "발가락이 훤히 보이는 유아용 양말" 등의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북한이 살포한 토양(퇴비 등)에선 기생충이 검출되기도 했다. 통일부는 "오물을 전문기관에서 분석한 결과에 오물 내에 포함된 토양에서 기생충(회충, 편충, 분선충 등)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양에서 사람 유전자도 발견된 것은 이런 기생충들이 인분으로부터 유래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토양매개성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는 등 비위생적 생활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식별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쓰레기를 통해서도 대남·대미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2000년부터 북한에 의류를 지원해 온 한국 업체의 브랜드 천 조각과 한국산 넥타이, 청재킷 등을 가위 또는 칼로 심하게 훼손했다.
풍선 내에서는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곰돌이 푸' '미키마우스'. 일본 산리오사의 '헬로키티' 등 캐릭터를 복제한 모조품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청바지(스키니진) 등 북한 당국이 반사회주의 금지 물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품목도 식별됐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오물풍선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고 존엄' 관련 문건이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대원수님 교시"라고 적힌 문건의 표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로동당 총비서로 높이…" 등이 적혀있는 문건 등이다.
북한 형법(64조 등)에 따르면 '수령 교시 문건 훼손'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중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이런 문건까지 쓰레기와 담아 보낸 건 단시간에 풍선 물량 공세를 펼치기 위해 급하게 폐기물을 끌어모았단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재원 탕진과 비현실적인 계획경제 복원 등 조치로 인해 주민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며 "특히 한국의 대북지원 물품을 오물풍선에 포함한 건 '적대국 교전국'이란 대남기조를 부각하는 동시에 대북전단 문제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최근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교란 행위에 대해 결정문을 채택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ICAO가 GPS 신호교란 행위의 주체로 북한을 명시적으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강일 국방성 부상은 이날 담화를 내고 미 해군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이 지난 22일 한·미·일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 참가를 위해 부산항에 입항한 것에 반발했다. 김 부상은 "미국이 무엇 때문에, 누구를 노리고, 이 시점에 핵항공모함을 들이밀었는가는 너무나도 명백하다"며 "또다시 위험한 과시성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실시한 한·미 훈련과 제3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거론했다.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남쪽지대에선대규모 굴착작업 흔적이 관측됐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이날 '플래닛 랩스'가 지난 19일 발사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해 이같이 전했다. 해당 위성사진에선 로켓 추진체를 조립하는 건물의 외벽이 뜯긴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VOA는 북한의 이런 동향이 정찰위성 발사 준비와 관련됐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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