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는 달랐다, "업종별 최저임금 더 높여야"
[김시연 기자]
▲ 돌봄노동자들이 지난 5월 1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반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 서비스연맹 |
돌봄서비스 등 일부 업종에 법정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경영계와 한국은행 주장에 국회입법조사처가 타당성이 없다며 일침을 놨다.
국회입법조사처 "최저임금 차등적용, '하향식' 아닌 '상향식' 필요"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공개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연구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하향식'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는 과학적이고 보다 객관적인 통계, 그리고 현재 최저임금이 '최저임금법'이 의도한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음을 입증하는 과정 없이는 그 타당성을 가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입법조사처는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허용하는 '상향식'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하고자 한다면 해외 사례와 유사하게 단일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하는 성격의 업종별 최저임금 구조를 설계하여 기준 최저임금과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상향식' 적용 필요성도 제시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편의점과 택시운송업, 숙박·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고 주장했지만, 노동자위원들은 물론 공익위원들까지 반대해 부결됐다. 하지만 올해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 임명한 공익위원들로 교체된 데다, 지난 3월 국책은행인 한국은행까지 돌봄서비스 부문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서울시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그동안 경영계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가 크다는 점을 내세워 일부 업종에 '하향식'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지난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아래 경총)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 등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은?' 토론회에서도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업종과 지역별로 생산성과 근로강도, 지불능력 등이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 최저임금의 수용성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업종별 미만율 격차가 40~50%포인트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해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실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법률상 명시적인 기준에 해당하지 않은 지불능력 차이를 이유로 곧바로 차등적용을 정당화하는 요소로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현재 최저임금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에 있다고만 설명하기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고, 사용자의 법 준수 의식의 차이, 기업의 규모 등도 그 차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토론회에서 나온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9개 나라가 업종별·지역별·연령별로 구분시행을 하고 있다"는 조정훈 의원 주장과 관련해서도, 국회입법조사처는 독일, 호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들어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단일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기본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하는 '하향식' 논의와는 다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지난해 발표한 <2023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조사 대상인 41개국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주 등 일부 지방 정부 외에는 업종별 최저임금을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춘 국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관련 기사 : "선진국은 업종별로 최저임금 낮춘다?" 경영계 주장은 '거짓' https://omn.kr/28req )
▲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주최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제13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없이는 사회정의도 없다-기자회견"이 열렸다. |
ⓒ 이정민 |
민주노총은 같은 날 낸 성명에서 "입법부 정책지원기관마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 규정한 것"이라면서 "경영계와 최저임금위원회의 일부 공익위원들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이 최저임금법의 법 취지를 훼손함은 물론 법적 근거 없는 주장임을 공식화한 셈"이라고 반겼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노동자단체는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는 오는 25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최저임금 차별 적용에 반대하는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2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그동안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최저임금 자체가 가장 낮은 수준의 기준 임금이기 때문에 업종에 따라 더 낮은 임금을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계속 해 왔다"면서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가 새로운 내용을 담은 건 아니지만,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재계뿐 아니라 정부에서 가사돌봄 노동자 등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면서, 권력자 주장을 반영하려는 공익위원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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