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홀로 中 못막아” 한국 방위비 증액 외친 트럼프 최측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부문 최측근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주장했다.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 좀 더 큰 비용을 부담해 미국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의 프로그램 ‘페이스더네이션’에 출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주일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한 것은 중국을 대담하게 하는 발언이 아닌가’란 지적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포함해 동맹국들이 더 많이 기여하게 하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홀로 중국을 억제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유럽 동맹국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고 우리의 짐을 나누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일·유럽 동맹국들이 미군 주둔 비용 일부를 이미 분담하고 있다는 지적엔 “충분하지 않다”며 “우리는 대규모 연방정부 재정 적자도 안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겪고 있다. 동맹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4%를 방위비로 쓰는 미국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등이 과거보다 많은 방위비 부담을 지는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덕에) 한국과 일본, 호주,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린 것은 중국에 맞서 우리를 강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족끼리도 가끔은 약간 터프하게 해야 하듯, 가끔은 동맹들에도 ‘터프한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은 ‘가족’(미국과 동맹국)을 나누지 못할 것이며, 동맹국을 분열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 등으로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의 “새로운 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리더십 결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응책으로는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늘려 세계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제시했다.
또 유럽 주둔 미국 해병대 병력의 상당수를 태평양 지역의 괌, 하와이,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로 전환 배치해 중국 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병대를 태평양 지역에 두고,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로) 태평양으로 옮기면 전쟁 억지에 필요한 힘을 (중국에)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종료 시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다시 기용되거나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기를 원한다”며, 재집권 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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