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저작권은 현대판 지대인가

박병희 2024. 6. 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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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30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 격인 '도서전의 얼굴'은 걸리버와 제돌이(2013년 제주 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다.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의 저작권이 풀리면서 미키 마우스의 이미지를 활용하려 했으나 여전히 여러 제약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흰 장갑에 빨간 바지를 입은 미키 마우스에 대한 저작권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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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간 보호받은 '미키 마우스'
저작권 테두리 갇혀 여전히 유효
새 창작활동 방해하고 불로소득

오는 26~30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 격인 ‘도서전의 얼굴’은 걸리버와 제돌이(2013년 제주 바다에 방사된 남방큰돌고래)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애초 미키 마우스도 홍보대사로 검토했으나 포기했다고 한다.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의 저작권이 풀리면서 미키 마우스의 이미지를 활용하려 했으나 여전히 여러 제약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증기선 윌리’는 미키 마우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928년 흑백 애니메이션이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올해 1월1일 저작권이 풀렸다. 하지만 ‘증기선 윌리’ 속 미키 마우스는 장갑을 끼지 않은 흑백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흰 장갑에 빨간 바지를 입은 미키 마우스에 대한 저작권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키 마우스는 이미 95년이나 보호를 받고도 아직 저작권의 테두리 안에 있다.

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연극 ‘벚꽃동산’이 공연 중이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은 연극 개봉을 앞두고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강연을 했다. 그는 과도한 저작권 보호가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시련’ 등으로 유명한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의 사례를 언급했다. 밀러는 2005년 타계했고 현재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사후 70년이 지난 2075년이나 돼야 그의 작품의 저작권이 풀린다. 1998년생인 밀러의 손자가 거의 팔순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밀러의 손자는 할아버지를 잘 둔 덕분에 평생 저작권료 수입을 챙긴다.

이 때문에 저작권이 현대판 지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세계은행(WB) 수석 경제학자를 역임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012년 출간한 저서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에서 "오늘날 부자들이 얻는 수익은 상당 부분 지대 추구가 활발해진 결과"라고 했다.

현재 국내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의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이다. 매주 100만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오디컴퍼니가 위대한 개츠비를 제작할 수 있었던 계기는 저작권 문제와 무관치 않다. ‘위대한 개츠비’가 1925년 출간돼 95년이 지난 2021년 저작권이 소멸했기 때문이다.

현재 통상적으로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70년간 보호받는다. 이는 1998년 미국이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린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법이 통과되면서 미키마우스와 같은 저작물에 대한 보호 기간도 75년에서 95년으로 늘었다. 우리나라도 2013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저작권 보호 기간을 늘렸다. 하지만 1998년 미국이 통과시킨 저작권법은 디즈니의 로비에 의해 통과된 것으로 ‘미키 마우스법’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린다.

창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는 보호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저작권 때문에 누군가는 불로소득을 얻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창작 활동에 방해를 받는다면 저작권 보호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스톤 연출은 저작권 개념이 생기기 전에는 많은 창작자가 모방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으며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고전이 됐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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