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주차장 캠핑 금지... 캠핑족, "단순 차박금지는 지나쳐" 반발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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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 주차된 카라반이다. 오는 9월 20일부터 지자체 주차장에서의 캠핑이 금지된다. |
ⓒ 이재환 |
차박과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차제가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차박과 캠핑의 '성지'로 떠오른 일부 지자체의 경우, 공원 주차장에 장기 주차된 카라반과 차박, 캠핑족들의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한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칼을 뽑아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23일부터 공영 주차장에서의 야영·취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차장법(제6의 3)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된 법안은 오는 9월 20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기자는 지난 6월 초부터 틈틈이 충남 홍성군 서부면 해안가를 돌며 캠핑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캠핑족들은 '쓰레기 무단 투기나 캠핑용 차량 장기 주차에 대한 문제에 공감한다'면서도 '취사 없는 단순 차박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캠핑에 빠진 베이비부머 세대들
일반적으로 캠핑은 주로 주말이나 휴일에 이뤄진다. 하지만 60대 이상의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주중이라도 아무 때나 차를 타고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캠핑이 시작된다.
실제로 주말의 캠핑지에서는 20대부터 40대까지의 젊은 층을 주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충남 서해안에서는 평일에도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여유롭게 캠핑을 즐기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시간과 경제력이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캠핑과 차박은 꽤 인기 있는 취미생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크게 1차와 2차로 나뉜다. 1차는 1955년부터 1963년생, 2차는 1968년부터 1974년에 태어난 이들이다. 은퇴 시기가 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캠핑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오죽하면 정부가 차박과 캠핑에 대해 제재에 나섰겠느냐"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주차장에서 단순 차박을 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6월 초 서부면 남당항 인근에서 만난 A씨는 은퇴 후 홍성에 귀촌해 살고 있다. A씨(60대)는 "캠핑이나 차박 하면 흔히 젊은 사람들만 즐기는 줄 아는데 의외로 60대들이 많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차박지나 캠핑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은퇴한 내 친구들도 '시간이 많이 남는데 막상 할 일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도 요즘은 캠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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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홍성군 서부면 속동 전망대 인근의 한 공원. 홍성군이 건 현수막이다. |
ⓒ 이재환 |
서부면 속동 해안공원에서 만난 B씨(60대)도 "강원도 출신이다. 은퇴 후 태안(충남)에 살고 있다. 법 개정 소식을 듣고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캠핑카 혹은 카라반을 장기 주차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일부 모범적인 시민들은 캠핑을 시작하기 전에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서로 조금씩 배려하면 기분 좋게 차박이나 캠핑을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차장에서 차박이 금지되면 야영장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자연을 아끼지 않고, 나만 즐기면 된다는 생각들이 결국 이런 결과(주차장법 개정)를 가져온 것 같아서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에는 홍성보령 방조제 준공탑 인근 주차장에 나가봤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주차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주차된 차 옆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부부를 만났다.
서울 거주자라고 밝힌 C씨(70대)는 "머물렀던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캠핑의 기본이다. 물론 지차체들도 사정이 있겠지만, 취사를 하지 않는 단순 차박까지 단속하는 것은 동의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홍성군 "군 설치 주차장 야영·취사 금지"... 단순 차박은 "추이 지켜볼 것"
홍성군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주자창법 제6의 3으로 신설됐다. 시행일은 9월 20일이다. 주차장법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두는데, 이 건에 한해서는 유예 없이 바로 시행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성군 서부면 해안가의 공원 주차장도 모두 단속 대상이다. 홍성군이 설치한 주차장에서 야영이나 취사, 불피우는 행위가 금지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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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홍성군 속동 해안공원. 야영과 취사를 금지한 홍성군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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