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김도영, 역대 5번째 '전반기 20-20' 달성

양형석 2024. 6. 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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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3일 한화의의 DH 1차전 류현진 상대로 시즌 20번째 홈런 작렬

[양형석 기자]

선두 KIA가 안방에서 한화를 상대로 더블헤더에서 1승씩 나눠 가졌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23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24개의 안타를 주고 받은 접전 끝에 8-9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1차전을 아쉽게 놓친 KIA는 곧이어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4-1로 승리했다. KIA는 이날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승리한 삼성 라이온즈에게 2경기 앞선 선두 자리를 지켰다(45승1무30패).

KIA는 1차전에서 7회까지 8-6으로 앞서다가 8회 2점, 9회 1점을 내주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선발 임기영이 5.1이닝6피안타3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했고 1회 나성범의 선제 적시 2루타가 결승타가 되면서 한화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KIA팬들을 가장 열광시켰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타이거즈 구단 역사상 최초로 '전반기 20-20 클럽'에 가입한 약관의 천재 내야수 김도영이 그 주인공이다.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더블헤더 1차전. KIA 김도영이 4회말에 선두타자로 나와 한화 류현진의 투구를 통타해 솔로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20홈런 20도루를 달성했다.
ⓒ 연합뉴스
 
역대 3명(4번)에게만 허락된 '전반기 20-20'

기본적으로 야구는 던지고 치고 달리는 스포츠다. 잘 던지는 선수는 투수로 대성할 수 있고 잘 치는 선수는 강타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잘 치고 잘 던지는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처럼 '괴물'로 인정 받을 수도 있다. 야구팬들은 잘 치고 잘 달리는 선수에게 '호타준족'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데 하나만 하기도 쉽지 않은 시즌 20홈런과 2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들을 흔히 '20-20 클럽 가입 선수'라고 부른다.

지난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7년 동안 리그에 20-20 클럽 가입 선수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1989년 해태의 간판타자 김성한이 26홈런32도루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초로 20-20클럽에 가입했다(김성한은 그 해 홈런과 장타율,승리타점 등 타격 3관왕과 함께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그리고 1996년 박재홍(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역대 최초로 30-30클럽에 가입하기 전까지 20-20클럽은 단 7명 밖에 배출되지 않았다.

프로 원년부터 작년까지 42년의 역사 동안 20-20 클럽 달성은 총 56번(중복포함)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선수가 3명 있다. 바로 전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20-20 클럽에 가입했던 선수들이다. 개인 통산 4번의 20-20클럽에 가입했던 박재홍은 루키 시즌이었던 1996년과 통산 세 번째 30-30클럽에 가입했던 2000년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0-20클럽에 가입했다. 커리어에서 두 번의 전반기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박재홍이 유일하다.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으로 꼽히는 1999년에는 무려 6명의 20-20클럽 가입선수가 배출됐다. 그리고 그 중 3명은 30-30클럽에 가입했다(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 연속 20-20클럽에 가입했던 박재홍은 1999년 24홈런17도루로 '부진'했다). 1999년 가장 빠른 페이스로 20-20클럽에 달성한 선수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역대 최소경기(68경기) 20-20클럽 가입선수인 '적토마' 이병규(삼성 수석코치)였다(최종성적은 30홈런31도루).

2000년 박재홍을 끝으로 15년 가까이 KBO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던 30-30클럽은 2015년 에릭 테임즈에 의해 30-30클럽마저 건너뛰고 '40-40클럽'이라는 새 역사가 쓰여졌다. 2015년 테임즈는 47홈런-40도루와 함께 타율(.381)과 득점(130개),출루율(.497),장타율(.790)까지 타격 4개 부문을 휩쓸면서 정규리그MVP와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테임즈의 2015년은 역대 가장 압도적이었던 시즌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타자 중 가장 어린 나이에 20-20 달성

김도영은 올해 본격적으로 폭발을 했지만 사실 광주동성고 시절부터 '천재내야수'로 불리며 이종범의 뒤를 이을 타이거즈의 슈퍼스타로 성장할 재목으로 평가 받았다. KIA에서 시속 160km에 도전할 수 있는 진흥고의 특급 유망주 문동주(한화 이글스) 대신 김도영을 선택한 것도 김도영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도영은 문동주(5억) 다음으로 많은 4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고향팀 KIA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김도영은 루키 시즌 시범경기부터 타격왕을 차지하며 '슈퍼루키의 등장'을 예고했지만 현실은 타율 .237 3홈런19타점37득점13도루로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볼넷(22개)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삼진(62개)을 당하면서 의외로 프로 무대 적응에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도영은 작년 부상으로 84경기 출전에 그치고도 타율 .303 7홈런47타점72득점25도루를 기록하며 최고 유망주다운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김도영은 올해 프로 입단 3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게 됐지만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은 거포의 체격이 아닌 김도영이 10개 내외의 홈런과 많은 도루를 노리는 '발 빠른 교타자'로 성장할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도영은 올 시즌 장타본능에 눈을 뜨면서 4월 한 달에만 KBO리그 역대 최초로 10홈런-10도루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도영은 한국야구위원회가 선정한 3-4월 월간 MVP에 선정되며 한국야구의 미래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위대한 4월을 보낸 김도영은 5월 한 달 동안 3홈런11타점에 그치면서 다소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6월 들어 다시금 장타력이 살아나며 홈런숫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일찌감치 시즌 20도루를 채운 김도영은 20일 LG트윈스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면서 역대 5번째로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됐다. 특히 시즌 20번째 홈런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에게서 뽑아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올해 74경기에서 타율 .341 101안타20홈런56타점71득점22도루OPS(출루율+장타율)1.010을 기록 중인 김도영의 타격은 전혀 나무랄 데가 없다. 단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17개의 실책이 '옥에 티'인데 김도영이 아직 2003년생, 만20세의 어린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김도영의 실책보다 프로 3년 차의 김도영이 박재홍 이후 24년 만에 '국내 선수 30-30클럽'에 가입할지가 더욱 큰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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