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지수 높아질 것” 총선 앞둔 英, 차기총리 발목잡는 '실업'
오는 7월 영국 총선에서 14년 만에 노동당으로 정권 교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점점 높아지는 실업률 등 경제 상황이 차기 총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물가 둔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이른바 '불행지수'가 2025년 말까지 점점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과 영란은행(BOE) 전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새 정부 출범 후 첫 18개월동안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불행지수(the Misery Index)'는 평균 7.5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불행지수는 경제적 측면에서 사회 불안정성을 측정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2022년10월 리시 수낵 현 총리 취임 이후 평균치는 약 11로, 높은 물가로 인해 직전 노동당 집권(토니 블레어 전 총리) 시기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 수준으로 후퇴하고 근로자 실질 소득이 증가하면서 6선을 기록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향후 불행지수가 다시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아닌, 실업률이 그 이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BOE에 따르면 영국의 실업률은 현재 4%선에서 2025년 말 5.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2015년 이후 최고치가 된다. 특히 BOE 내부에서는 고금리 장기화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채용계획을 중단하면서 예상보다 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BOE는 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년 만에 2%를 찍었음에도 지난주 금리를 5.25%에서 동결했다.
앤드루 오스왈드 워릭대학교 경제학 및 행동과학 교수는 "여전히 근본적인 임금 상승 압박이 강하고, (노동시장)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높아져야만 한다"면서 "이는 물가상승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스왈드 교수의 과거 연구에 따르면 실업률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물가가 2%포인트 오른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추세 이하의 경제성장 역시 실업률을 비롯한 각종 지표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역량도 부족한 상황이다. 세인트 제임스 플레이스의 헤탈 메타 경제연구책임자는 "새 정부가 누구라 해도 관리하기 어려운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매우 집중적인 세금 인상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한, 대규모 공공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을 촉진할 재정적 힘이 우리에겐 없다"고 지적했다.
오는 7월4일 총선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을 크게 누를 것으로 전망되는 노동당은 제 1 목표로 '경제 성장'을 내세운 상태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앞서 공약 발표 자리에서 "보수당 집권 14년간 주택 부족, 생활비 위기, 낮은 임금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억제됐다"면서 "우리의 우선순위는 부의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국민보험 요율 등 근로자 개인의 조세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차기 총리가 선거 직후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짚었다.
지지율 열세인 수낵 총리는 최근 보수당의 도박 스캔들이 확대되면서 한층 수세에 몰렸다. 조기총선 날짜를 두고 돈을 건 보수당 후보 또는 수낵 총리 관련 인사들은 경호담당 경찰관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5명 확인됐다. 노동당은 전날 도박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공익을 위해 현재 조사 중인 다른 사람들의 명단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1야당인 노동당의 지지율은 26.7%로 집권 보수당(12.9%)을 훨씬 웃돈다. 주요 외신은 지난 1월 말 동일 조사에서 보수당에 투표하겠다고 답했던 사람 가운데 32%는 6월 기준 입장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동표가 보수당으로 일부 움직이면서 두 당의 전체 지지율에는 큰 여파를 주진 않았다. 1월 기준 노동당과 보수당의 지지율은 각각 26.1%, 14%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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