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멸종위기종부터 청계천 550여 종 동식물 보며 도심 생물다양성 고민해요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서 남대문 방향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청계광장 옆에 산책로가 조성된 하천이 보이죠. 바로 청계천입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한복판,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각종 민물고기와 날갯짓을 하는 백로를 쉽게 만날 수 있죠. 이시온·장이안 학생기자가 청계천과 그 생태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청계천박물관을 찾았습니다. 현재 전시 중인 '우리를 지켜주세요'를 통해 복원된 청계천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의 이야기와 멸종위기에 처한 전 세계 식물의 현황을 알아볼 수 있죠.
2024년 우리가 보는 청계천은 청계광장부터 중랑천 합류부까지 총 길이 8.12km의 도시 하천이에요. 이는 2003~2005년 진행한 복원 공사를 통해 조성된 모습이랍니다. 청계천이란 이름은 1914년 실시된 하천조사에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조선시대에는 수도 한양의 한복판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모래 하천이었죠. 물을 많이 머금지 못하는 모래 하천의 특성상 수시로 범람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요. 그런데 근대화 과정에서 인구와 산업시설이 증가하고, 1950년대 말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이 청계천 주변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청계천은 생활하수와 산업폐수로 오염돼 도시민의 건강을 위협했어요.
하천에 덮개 구조물을 씌워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일을 복개(覆蓋)라 하는데요. 청계천이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판단한 정부는 1958~1977년 청계천 전 구간을 복개하는 공사를 합니다. 이 공사를 통해 청계천은 청계로가 됐고, 청계로 위에는 청계고가도로가 놓였죠.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청계고가도로가 노후화하고, 고속성장과 개발이 아닌 생태환경과 역사문화유산 조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계천 복원사업이 결정됐죠. 상류와 중류에 해당하는 청계광장부터 성동구 마장동 신답철교까지 5.84km 구간이 2003년부터 2년 3개월 동안 공사를 거쳐 복원된 하천이에요. 약 600여 년에 이르는 청계천에 대한 이야기는 청계천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더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도 김민정 학예연구원과 함께 잠시 둘러봤죠.
청계천은 서울시설공단의 청계천관리처에서 '청계천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면서 관리합니다. 청계천은 본래 비가 내리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기 때문에, 항상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만들려면 매일 정수한 한강물 4만 톤과 지하철역 및 한전에서 발생한 유출 지하수 2만 톤을 공급해 생태환경을 유지해야 해요. 덕분에 매년 청계천을 위해 총 100억원 정도를 사용할 만큼 유지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도심에서 보기 힘든 깨끗한 물이 흐른다는 장점도 있죠.
덕분에 청계천에는 1년 내내 맑은 물이 평균 수심 40cm를 유지하며 흐르고, 다양한 생물이 살아요. 2022년 서울연구원이 실시한 '한강 생태계 조사연구'에 의하면 청계천에는 식물 492종, 어류 21종, 조류 41종 등이 살죠. 2003년 복원 전 서식 생물 종 수가 식물 121종, 어류 7종, 조류 9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생태계 구성원이 훨씬 다양해졌어요.
청계천은 구간별로 자주 보이는 생물의 종류가 다르답니다. "식물은 전 구간 고르게 분포하는 편인데 물고기와 조류 등은 구간별로 차이가 있어요. 정수된 물이 방류되는 청계천 상류(청계광장~청계4가)에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버들치·참갈겨니와 백로·쇠백로 등이 살아요. 반면 하류는 중랑천과 만나기 때문에 왜가리·청둥오리·잉어·붕어 등 훨씬 다양한 생물이 살죠." 박 학예사의 설명을 듣던 이안 학생기자가 "가족과 청계천을 산책하다가 쇠백로를 만난 적 있어요. 정말 신기해서 동생과 한참 관찰했어요"라고 했죠.
청계천 하류의 '철새보호구역'에서는 논병아리·고방오리·흰죽지·백할미새 등 도시에서 보기 힘든 철새도 볼 수 있어요. 청계천의 철새보호구역이 청계천 상류와 한강, 서울숲까지 이동하는 새들이 잠시 쉬어가고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또 수달·새호리기·삼백초·제비붓꽃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원앙·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청개구리·해오라기·중백로·광대나물 등 기후변화지표종도 청계천이나 천변에서 살고 있어요.
이렇게 도심에도 다양한 동식물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을 포함한 각종 동식물이 살아가는 세계를 생태계라 하는데, 생태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생물이 상호작용해야 해요. 대표적인 예가 생태계에서 먹이를 중심으로 이어진 생물 간의 관계인 먹이사슬이죠.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인간이 주도하는 개발이 이뤄지고, 대기 및 수질오염과 기후변화로 인해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어요. 세계 각국은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의 다양한 정도를 의미하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생물다양성협약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생물다양성은 세계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죠.
흔히 '멸종 위기 생물'이라 하면 동물을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요. 여러 생물의 서식지이자 먹이 역할을 하는 식물도 위험한 상황이에요. 영국 큐 왕립 식물원의 '2020 세계 식물 및 균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40만 종의 식물이 있는데, 이들 중 약 600종은 이미 멸종됐어요. 또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은 약 40%에 달하죠. 식물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 이유는 농사로 인한 서식지 파괴(32.8%), 식량·의약품·화장품 등 생물자원 활용(21.1%),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18.3%) 등이 주된 이유였어요. 즉, 인간이 일으킨 변화 때문에 식물이 고통받고 있는 거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 세계 생물종의 멸종 위험도를 평가해 9개 등급으로 분류하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박혜림 학예사와 함께 멸종위기 범주에 포함되는 관심대상·위기등급에 해당하는 식물을 '우리를 지켜주세요' 전시에서 살펴봤습니다. 미국·멕시코에 서식하는 변경주 선인장, 푸딩·아이스크림·소스·사탕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바닐라, 한국 고유종으로 크리스마스트리로도 사용하는 구상나무 등 친숙한 식물들이 멸종위기라는 사실이 놀라웠죠.
바닐라를 살피던 시온 학생기자가 "식물이 멸종되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라고 물었어요. 박 학예사가 "해당 식물을 서식지로 삼거나 먹이를 얻는 곤충·초식동물 등이 영향을 받고, 또 그 곤충·초식동물을 먹는 다른 동물과 인류가 영향을 받겠죠"라고 설명했어요.
이는 청계천이 복원 당시 '자연이 있는 도시하천'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청계천 양안에 여울·소와 모래톱을 조성하고, 다양한 꽃과 나무를 심어 약 8만 평의 녹지를 조성한 이유이기도 해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살면 곤충·어류·포유류·조류 등 여러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기 때문이죠. 덕분에 청계천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삼백초·제비붓꽃과 기후변화지표종인 광대나물 등 약 492종의 식물이 살고 있답니다.
생태계를 조성한 뒤에는 잘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중요하죠. "청계천이 조성된 지 20여 년이 지나다 보니 환상덩굴·돼지풀 등 생태계 교란 식물도 자라고 있어요. 이런 식물은 위해종이기 때문에 서울시설공단의 청계천관리처에서 뿌리째 뽑아 관리하죠."(박)
청계천의 역사부터 생태계,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인 식물들의 이야기까지. 전시에서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여러 이야기를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밖으로 나가 청계천을 살펴보기로 했어요. 청계천박물관은 청계천 중류에 해당하는 두물다리 앞에 있는데요. 다리 아래 산책로로 내려가자 계란을 연상시키는 개망초꽃, 잎 표면에 흰 무늬가 있는 붉은토끼풀 등 6~7월에 볼 수 있는 여러 식물이 눈에 들어왔죠. 개천에는 몰개·쉬리·버들치·피라미·밀어·민물검정망둑 등의 물고기가 살고 있었어요.
또 개울을 건널 수 있도록 조성된 돌다리 주변에는 새끼 백로가 날갯짓하며 먹이를 찾고 있었죠. 새끼 백로를 본 시온·이안 학생기자가 "우와!"라고 소리치며 반가움을 표현했어요.
서울관광재단이 2023년 발표한 내국인 대상 '서울 생태관광지 인식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방문한 서울의 생태관광지는?'이라는 질문에 15.4%의 응답자가 청계천을 꼽았어요. 한강(25.3%) 다음으로 높은 순위였는데요. 그만큼 인구 939만의 대도시 서울에서 청계천이 여러 시민의 쉼터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492종의 식물, 21종의 어류, 41종의 조류가 살아가는 청계천의 생태계는 서울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여러 기여를 하고 있어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인간만이 사용하는 곳이 아닌 만큼, 최대한 다양한 생물과 함께 공존해야 인간도 그 생태계 안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겠죠.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는 무슨 하천이 있으며, 그곳에는 어떤 생물이 살고 있나요. 그리고 그들과 공존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산책하면서 생각해 보세요.
동행취재=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5)·장이안(서울사대부초 4) 학생기자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저는 멸종위기 동물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았지만, 식물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멸종위기 식물과 청계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청계천이 옛날에 도로였던 것도 몰랐고 복원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몰랐어요. 청계천박물관에서 청계천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으니, 청계천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이번 취재는 앞으로도 청계천에 올 때마다 기억할 것 같고 다른 하천들도 생물들을 잘 보존하는 하천이 되었으면 해요.
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는 우리나라의 멸종위기 식물들과 청계천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관한 것이어요. 취재는 청계천 박물관에서 이뤄졌는데 가는 길에 산뜻한 바람과 햇살이 저를 맞아주었어요. 평소 동식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 가기 전부터 취재가 기대됐어요. 여러 가지 멸종위기 식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제가 평소 좋아하던 바닐라도 포함돼 있었죠. 또 잉어·백로·왜가리 등 현재 청계천에 살고 있거나 중랑천에서 놀러 오는 동물들이 소개돼 있었어요. 전시 취재 후 청계천에 나가 잉어와 백로를 직접 만날 수 있었죠. 더 자주 방문해서 청계천을 즐겨야겠습니다.
장이안(서울사대부초 4) 학생기자
」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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