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띠크 직·간접 운용한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97.9% 유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전체 중 일부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숲'을 살펴봐야 한다. 1심 판결문을 비롯한 검찰 수사기록과 1600페이지에 달하는 공판 기록 등을 통해 사건의 전체에서 김 여사가 관여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가족의 영광 2부는 각종 키워드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란 퍼즐을 함께 맞춰보는 과정이다. <편집자말>
[이정환, 이주연, 유영주, 봉주영 기자]
▲ <오마이뉴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키워드를 선정해 퍼즐로 재구성한다. 첫 번째 퍼즐 조각명은 부띠크다. |
ⓒ 봉주영 |
"큰 규모로 거래한 B씨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떠나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하였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깨졌습니다." (2023년 2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이 나온 후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 중)
▲ 2022년 2월 27일, 이용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공개한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수첩에는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 등 김 여사 경력이 기재돼 있었다. 국민의힘 측은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차 판매 홍보를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비상근, 무보수로 이사 직함을 받고 홍보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동을 했다"고 밝혔었다. |
ⓒ 연합뉴스 |
그 B씨(손OO)로부터 '가오'란 말이 법정에서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이었다.
2022년 6월 17일 공판에서 손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신문이 이뤄졌다. 핵심 쟁점은 손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대량매집 행위를 시세조종 행위 가담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였다. 손씨가 2차 주포 김○○씨와 공모하여 50억 상당의 자금을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해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그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당시 공판에서 제시된 것이 김○○씨와 손씨가 주고받은 문자였다.
검사 "2012년 7월 30일경에 김○○에게 '도이치 상 찍었다'고 했는데."
손씨 "가오로 보냈다."
검사 "'상 찍었다'는 문자, 종가 끌어올리려고 한 것 아닌가."
손씨 "가오식으로 한 거다. 형으로서."
검사 "뭘 과시하고 싶었던 건가? 주가 변동에 대한 과시?"
손씨 "내가 주식을 샀더니 상한가가 됐다는 거, 나는 그게 가오라고 생각했다."
검찰 측 신문이 끝나고 재판부가 어떤 의도에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다시 물었다. 손씨는 대답했다.
"가오죠. 내 자신에 대한 자유라고 할까요?"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손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 손○○가 (다른)피고인 김○○에게 보낸 '상한가를 찍었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는 대량으로 매수하였음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보일 뿐"이라며 "다대한(많고도 큰, 기자 주) 자금을 동원하여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그 중 일부 매수 주문이 고가매수가 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손씨가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계좌들을 직접 운용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건희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도하고, 손씨가 이를 매수한 거래 8건을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재판부는 "최은순이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로부터 도이치모터스와 주식 관련된 정보를 듣긴 하나 매매 여부는 본인의 결정에 따라 거래했다고 보인다"며 "매도계좌(최씨 계좌)는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직접 운용한 계좌인가, 피고인(시세 조종 행위 주도자)들이 운용한 계좌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이른바 '전주'라는 카테고리로 같이 묶여 주목받았던 손씨와 김 여사 사이의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난다.
부띠크
조일현 : "야, 너 부띠크라고 들어봤냐?"
전우성 : "부띠크? 아, 그거 몇 명이서 돈 굴려주고 작전하고 뭐 그런 거?"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으려고 주가 조작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돈>의 한 장면이다. 주식 투자 중개인 혹은 사설 투자 업체를 가리키는 부띠크란 용어는 2022년 12월 30일 검찰이 제출한 사건 종합 의견서에 이렇게 등장한다.
"피고인 이○○는 2004. 7. 경부터 현재까지 투자 자문업 등을 영위하는 (주)블랙펄인베스트(소위 '부띠크' 투자 자문사)의 대표로서, 다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피고인 권오수, 피고인 김○○, 민○○등과 함께 '본건 시세조종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하였다."
부띠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용어다.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 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문 투자 자문사로 면허를 내지 않고 선수들이 모여 같이 작업하는 사무실을 부띠크라고 한다"면서 "오만가지 정보들이 나오고 작전을 하는 곳으로 증권가에서는 주로 음성적인 회사란 의미로 부정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런 용어를 검찰이 굳이 사용한 것은 '불법적인 시세조종행위' 중심에 있었던 블랙펄인베스트(부띠크)의 부정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또한 표현만 다소 달랐지 검찰 판단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블랙펄인베스트를 컨트롤타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범행은 상장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오수가 자신의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주가관리를 할 주포를 물색하고, 주포인 피고인 C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피고인 A(위 검찰의견서의 이○○, 기자 주)가 조직적으로 계좌를 동원하여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을 실행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블랙펄인베스트란 부띠크는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주도적으로 시세조종을 실행한 이 사건의 컨트롤타워(관제탑)였다.
▲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제2단계 행위에 대한 판단을 검찰 범죄일람표를 인용하여 판결문에 유죄는 ○, 무죄는 X로 표시했다. 붉은 테두리선이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검정 테두리선은 최은순씨 계좌 거래다. |
ⓒ 이정환 |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모두 5단계로 구분했다. 법원은 김 여사 계좌가 관여된 경우를 2단계(2010년 9월 24일 ∼ 2011년 4월 18일)로 판단했다. 이 기간 시세조종에 동원된 계좌는 개인(11명)명의 14개, 법인명의 1개 등 총 15개였는데, 그 중 부띠크가 직·간접적으로 운용한 계좌가 10개로 가장 많았다.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 4개 중 3개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계좌 : "계좌주인 김건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로 피고인 권오수의 지인이다... (중략) 피고인 권오수 또는 이○○(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기자 주)에게 일임되었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
B계좌 : "해당 계좌는 블랙펄인베스트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이○○ 또는 피고인 민○○(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처남)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C계좌 : "해당 계좌에 관하여 엑셀파일에 그 잔고 등 관리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 제반 정황을 종합하면 블랙펄인베스트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이○○ 또는 피고인 민○○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정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C계좌 거래 - 기사 하단 표 범죄일람표 순번 475번 - 를 무죄 판단했다.)
D계좌 : "검사는 해당 계좌를 권오수에 의하여 운용된 계좌로 특정하여 기소하였으나, (중략)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할 증명이 부족하다."
김 여사 명의 A, B, C 계좌를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라 판단한 것으로, 손씨가 독립적으로 운용했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이와는 매우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판결문에서 주목할 것은 김건희 여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와 높은 빈도로 거래하고,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직접 낸 내역이 있어 기소된 '큰 손 투자자' B씨(손OO)의 경우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 2월 14일 대통령실 입장 중)
1심 재판부가 시세 조종 동원 여부 판단 과정에서 주요 잣대로 삼은 것은 거래 규모나 거래 빈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계좌 운용 주체가 실제 누구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부띠크 등이 동원한 계좌주들의 증언이나 진술은 그래서 판결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방조
"AH는 해당 계좌를 자신이 운용했다고 진술하나... AP는 해당 계좌에 관하여 직접 거래한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AR은 위 계좌는 자기 계산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진술한다... AX이 수사기관과의 통화에서... R은 피고인 A의 처이자 M의 누나로, A와 M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판결문에는 총 106명의 이니셜이 등장한다. 그 중 2단계 실행기간에 재판부가 시세 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한 계좌주는 모두 11명이다. 판결문을 보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나온 이들의 입장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 단 두 명을 제외하면 말이다.
1심 재판부는 2단계 기간 이뤄진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48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 거래 상대 계좌는 부띠크, 2차 주포, 권오수 회장 관계인 등으로 대부분 피고인들 당사자거나 피고인들의 직접적 관계인이었다. 김 여사와 부띠크 대표 누나 명의 계좌와의 거래(14건)가 대표적인 예다. 법원은 이들 거래에 대해 시세조종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손씨의 거래 상대는 최은순씨, 손씨의 부인, 손씨가 운영한 회사, 그리고 본인 명의 다른 계좌였다.(아래 표 참조)
2024년 5월 17일, 검찰은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6월 24일 <껌 씹다 딱 걸린 피고인과 김건희의 결정적 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껌을 씹다 걸렸다고 지목된 B씨(손OO)'가 껌을 씹은 것과 머리카락에 포마드를 발랐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아 이를 바로잡습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된 것에 대해 손씨에게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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