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후 2년간 빈집…'리스크 제로' 전세 매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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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찾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의 우편함에는 몇 달 전부터 온 법원과 경찰청, 국세청에서 온 등기우편 수취 스티커와 전기요금 고지서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사기 사태 이후 빌라 물건을 보러오는 사람도 줄어든 데다 HUG 보증보험 가입 가능한 물건 빼고는 거래가 아예 안 된다"며 "정부가 나서면 앞으로 빌라 전세 가격이 전반적으로 더 내려갈 수 있고, 빌라도 살 만한 곳이라는 인식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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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세청, 경찰에서 온 우편물만 수두룩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셀프낙찰 받아 임대사업자로 나서
보증금 떼일 염려 없는 전세매물로
지난 21일 찾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의 우편함에는 몇 달 전부터 온 법원과 경찰청, 국세청에서 온 등기우편 수취 스티커와 전기요금 고지서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총 15가구 중에서 5가구의 우편함이 이렇게 지저분했다. 외관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빈집의 결정적 증거였다.
이 빌라에 사는 전소민씨(27)는 "지난해 10월에 이사를 왔는데 내가 사는 층은 우리 집 말고는 다 비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밤이 되면 무서워진다"며 "내년 전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전씨가 사는 곳뿐만이 아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 일대 빌라촌에는 이렇게 전세 사기의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입지도 좋고 대다수는 지은 지 5년 안팎의 신축 빌라들이 대상이었다. 그 안에는 사는 사람이 없어 밤이 돼도 불이 켜지지 않는 곳들이 있었다.
2019년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집 주인들이 자기자본은 거의 들이지 않고 대거 매수했으나, 2022년 찾아온 경기 침체기에 역전세가 연출되면서 집주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고 전세사기범으로 전락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상품에 가입했던 입주자들은 HUG가 임대인 대신 전세 보증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그들이 살던 전셋집은 지금까지 비어 있다.
전세 사기 피해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HUG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갚아준 전셋집이 계속 늘어났다. 현재 HUG는 아예 그 집을 경매에 부쳐 ‘셀프낙찰’ 받는 상황이다. HUG가 집주인이 돼 올해 하반기부터 직접 임대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매입임대주택의 이름을 ‘든든전세’라고 부른다.
HUG는 지난달부터 이달 14일까지 590가구를 낙찰받았다. 이 중에서도 지난 5월 화곡동에서 HUG가 낙찰받은 빌라 물건은 11건이다. 면적은 15~38㎡까지 다양하다. 모두 최근 1~2년 사이에 전세 사기 피해를 본 집이다. HUG의 목표는 낙찰받은 집들을 수리해서 시세의 90% 가격의 전세로 내놓은 다음 7월 말부터 임차인을 모집해 올해 안에 ‘사람 사는 집’으로 만드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정부가 집주인이니까 전세보증금을 떼일 염려 없이 수도권에서도 입지 좋은 신축 빌라에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최대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무주택자라면 소득이나 나이 상관없이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입 목표는 올해 3500가구, 내년 6500가구다. 서민들이 사는 빌라촌이 형성된 화곡동을 비롯해 인천, 경기도 부천에서 매입한다. HUG가 전세 사기 피해 보증을 섰던 집들은 이미 지어진 주택인 데다, 매입자금이 따로 들지 않아 매물을 확보하는 데 편리하다.
HUG 관계자는 "HUG는 전세보증금을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내주면서 전세 사기를 당한 집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며 "경매에서 셀프낙찰을 받을 때 이 채권으로 낙찰대금을 상계 처리할 수 있어서 추가로 필요한 자금이 없다"고 전했다. HUG가 주택을 임대하면 새 임차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유동성도 확보할 수 있다.
화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사기 사태 이후 빌라 물건을 보러오는 사람도 줄어든 데다 HUG 보증보험 가입 가능한 물건 빼고는 거래가 아예 안 된다"며 "정부가 나서면 앞으로 빌라 전세 가격이 전반적으로 더 내려갈 수 있고, 빌라도 살 만한 곳이라는 인식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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