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안 나와도 괜찮아”…플래그십 스토어 승부보는 패션업계
분명 옷 가게 문을 열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로 2.4m, 높이 3.1m를 자랑하는 예술 작품이다. 검정 기둥과 투명한 판들이 겹겹이 쌓여 교차된 구조물은 하나의 탑을 연상시킨다.
24일 서울 도산에 위치한 송지오의 갤러리 ‘느와’는 한 개 층을 전부 작품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덩달아 현재 판매하고 있는 옷들도 제품이 아닌 작품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하나의 공간을 다시 해체시킨 구조물 사이를 지나가면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한 손님은 ‘소비자’가 아닌 ‘관객’이 된다.
최근 패션업계는 브랜드 이미지와 정체성을 대중에게 강조하기 위해 플래그십 스토어나 팝업 스토어를 활용하고 있다. 팝업·플래그십 스토어에는 작가와 협업해 예술 작품을 전시해 두기도 하고, 고객이 직접 브랜드의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올해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팝업스토어 방문 경험 및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1.3%가 팝업스토어가 브랜드나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실제 소비자의 반응도 좋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되기도 했다. 조모(29)씨는 “평소 옷을 좋아하는데, 관심 있는 브랜드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고 하면 꼭 한 번은 가보는 편”이라며 “어떤 옷을 판매하는지 뿐만 아니라 플래그십 스토어의 위치, 매장 내 인테리어와 향까지 합쳐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뚜렷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시 작품을 가져다 놓는 경우엔 더 파악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대형 쇼핑몰에 들어서는 플래그십 스토어도 늘고 있다. 감각적이거나 예술성을 내세워 미술관처럼 꾸미지 않아도 브랜드에 맞게 고객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 푸마도 올해 초 스타필드 수원에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해당 매장은 ‘F.O.P(Field Of Play)’ 콘셉에 맞춰 스포츠 특화 매장으로 브랜딩했다. 푸마 브랜드의 홈 경기장, 경기장 앞 광장 등 스타디움 콘셉트로 디자인해 고객들에게 푸마 제품 설명과 브랜드 히스토리를 차별화해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푸마 관계자는 “올해 푸마의 목표는 고객에게 확실히 ‘스포츠 브랜드’로 각인되는 것”이라며 “전략 매장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고객이 푸마의 브랜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패션계가 플래그십 스토어나 팝업 스토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브랜딩’ 효과 때문이다. 매장 판매 수익 증가나 당장 매출 상승으로 직결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해당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표방하는지, 얼마나 감각적인 미(美)를 추구하고 있는지 알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서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은 매장 내 팝업 공간을 오픈한 후 매장을 방문하는 20~30대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하기도 했다.
콘텐츠가 다양한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반 매장에 비해 운영 비용이 더 들어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출이 주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에 가깝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상품도 서비스도 넘쳐나는 세상에서 고객들은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게 되었다”며 “상품의 퀄리티나 가격 외에도 구매 과정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여러 가치를 브랜드에 적용해서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플래그십이나 팝업 스토어는 이런 면에서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로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와 다르게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 자리에서 꾸준히 고객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앞으로도 업계가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하면 재밌고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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