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표준어 기강 잡으러 왔어예” 다양성·고유성·가치 앞세워 대세 된 사투리

한은정 2024. 6.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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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투리’를 아시나요…다양한 방언과 사투리의 세계로

우리가 쓰는 말은 나고 자란 지역, 세대, 성별, 속한 집단 등에 따라 공통성을 중심으로 그 언어 체계를 구분할 수 있는데 이를 방언이라고 해요. 방언 중에서 어느 한 지역에서만 쓰는 지역 방언을 흔히 사투리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사투리 사용을 웃음거리 삼거나 ‘고쳐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최근엔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사투리를 소재로 한 콘텐트가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며 힙하고 재밌는 말로 떠오르고, 다양한 콘텐트·서비스로 대중들과 만나며 사투리의 가치를 되새기자는 움직임이 늘고 있죠. 이번 주 소년중앙에서는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어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 주는 언어적 자산, 사투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방언의 다양성과 가치, 보전의 필요성을 살펴보기 위해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를 찾은 조성윤·김서윤·김하윤(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팔도의 사투리 특징을 시각화한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투리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말이 아닌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이 1988년 표준어 규정을 개정 고시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온 표준어의 정의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죠. 언어의 표준어화는 국가에 의해 강요된 사회적·시대적·지역적 기준의 산물이고, 사실상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을 지역 기준으로 삼아 공용어적 성격을 드러낸 거예요. 2004년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사투리나 외국어를 사용할 때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기도 했죠. 사투리를 쓰면 마치 교양 없는 사람인 것 같고 표준어에 비해 세련되지 못한 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점점 멀리하며, 어느새 나이 든 사람만이 사용하는 낡은 말로 여겨졌어요.

지난해 국립국어원의 ‘국어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표준어를 쓴다고 응답한 사람은 2005년 47.6%에서 2020년 56.7%로 9.1%포인트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표준어 사용자가 지속해서 증가한 반면, 지역어 사용률은 감소 추세에 있죠.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는 사람의 비율은 27.9%에서 22.5%로 5.4%포인트,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는 사람은 13.5%에서 10.3%로 3.4%포인트 감소했어요. 국립국어원은 “표준어화가 상당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응답자의 연령이 낮고 학력이 높을수록 지역어형의 사용이 감소하고 표준어의 사용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죠.

핫하게 떠오른 사투리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자취와 흔적임에도 불구하고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투리가 핫한 콘텐트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어요. 영화·드라마 속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뿐 아니라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사투리를 소재로 한 영상 콘텐트가 인기죠. 특히 “안녕하시소~”로 시작해 대구·경북 사투리를 갈치러(가르치려) 왔다는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경상도 사투리 특강’ 영상은 올라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90년대생 강민지와 서솔이 운영하는 ‘하말넘많’의 사투리 영상은 칠판을 배경으로 대구 출신 강민지가 대구·경북 사투리를 가르쳐주는 내용이죠. 그는 해외여행을 떠날 때 해당 나라말을 익히듯 사투리 또한 공부해야 하는 언어라고 제시하며 외국어 가르치듯 대구에서 쓰는 사투리 표현·억양·뉘앙스를 일타 강사처럼 알려주죠. ‘여보세요’는 ‘어여’, ‘안녕히 계세요’는 ‘욕 보이소’, ‘잘 지내세요’는 ‘별일 없지예’로 통역됩니다. 그는 자신이 쓰는 말은 50~60대 말투라면서 젊은이들이 쓰는 말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죠.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의 ‘경상도 사투리 특강’ 영상은 올라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캡처


그중 ‘미디어 사투리 잡으러 왔어예’는 순식간에 200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는데요. 그는 영상 미디어에서 어설프게 재현되는 사투리를 미디어 사투리라고 칭하며 시원하게 꼬집습니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배우 이기광이 맡은 인물이 경상도 출신인데, 사투리도 표준어도 아닌 애매모호한 억양을 사용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몰입도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그는 “미디어가 사투리를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다. 이 과장된 사투리는 미디어 사투리다”라며 “모든 말에 리듬을 넣지 말고 던지듯 가볍게 써야 한다, 조금 힘을 빼고 적당히 강세를 넣으라”고 조언했어요.

충남 서산시는 충청도 사투리 원형이 많이 남아있는 서산 사투리를 알려주는 카드뉴스를 SNS에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개그맨 김두영이 ‘어제오지그랬슈’ 채널을 통해 상황별 충청도 사투리를 소개하는 영상들이나, 제주도에 사는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 ‘뭐랭하맨’의 사투리 소재 콘텐트 역시 조회수 백만 회에 이르는 등 사투리 관련 콘텐트가 많은 관심을 끌죠. 사투리 대세에 힘입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고유 사투리와 함께 지역을 알리고 있습니다. 충남 서산시는 최근 충청도 사투리 원형이 많이 남아있는 서산 사투리를 알려주는 카드뉴스를 SNS에 올리며 ‘먼지’를 의미하는 ‘탑세기’, ‘밉살맞다’라는 뜻을 가진 ‘미깔맞다’ 등을 소개했죠. 경북도청의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름은 ‘보이소 TV’입니다. 대전시는 앞서 공영자전거에 ‘타슈’라는 이름을 붙였죠. ‘타슈’는 ‘타세요’의 충청도 사투리로 이후 비슷한 시도가 전국 지자체에서 이어졌어요. 광주광역시의 공영자전거 이름은 전라도 사투리인 ‘타랑께’, 부산시 기장군의 공영자전거 이름은 부산 사투리를 반영한 ‘타반나’(타봤나)가 된 식이죠.

‘도서출판 이팝’은 생택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경상도 사투리 버전으로 번역한 『애린 왕자』를 2020년 출간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투리의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생각해 볼 사례도 꽤 많은데요. 도서출판 이팝은 생택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를 경상도 버전으로 번역한 『애린 왕자』를 2020년 출간했는데, 2021년에는 전라북도 버전도 출간해 SNS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증쇄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광주에 위치한 문구점 역서사소는 ‘오지게 축하허요’, ‘겁나게 감사한 이맴’ 등의 문구가 새겨진 카드, 각종 사투리를 활용한 스티커·엽서·유리잔·포장봉투·달력 등을 제작·판매해요.

광주에 위치한 문구점 역서사소는 각종 사투리를 활용한 스티커·엽서·유리잔·포장봉투·달력 등을 제작·판매한다.


각 지역이 가진 정서적 특성이 묻어나면서 공감대와 웃음을 주고, 다양성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되며 동시에 레트로의 유행처럼 오히려 ‘힙하다’는 느낌을 주면서 사투리는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죠. 표준어에 밀려 천천히 사라지고 있는 사투리가 누군가에겐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지는 역설적인 풍경인데요. ‘하말넘많’의 강민지는 영상에서 “으쌰으쌰해서 이 땅에 표준어 쓰는 것들 몰아냅시다! 우리가 메이저가 되는 그 날까지 강의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했죠. 지역 방언, 사투리의 고유성과 다양성이 계속 존중받을 수 있기를 우리 모두 바라봅니다.


우리의 삶을 담은 말 ‘방언’
높아진 인기만큼 방언의 다양성과 가치, 보전의 필요성을 알아보는 전시 ‘사투리는 못 참지!’ 소식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았어요.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방언의 말맛과 다양성, 방언 보전 노력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최초로 공개합니다. 문영은 학예연구사가 “사투리는 말인데 글자를 다루는 한글박물관에서 왜 전시를 할까 궁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투리를 글자로 적지 않으면 나중 사람들은 알 수가 없어요. 그 당시에 그 지역에서 어떻게 말했는지를 한글로 기록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 알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한글의 역할과 가치를 방언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죠”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하윤·김서윤·조성윤(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문화와 정체성을 담고 있어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 주는 언어적 자산, 방언과 사투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사투리는 못 참지!’ 전시를 찾았다.


전시장 입구에 화려한 무늬가 보였는데요. 지역 방언, 팔도의 사투리 특징을 시각화한 것이죠. “꼬불꼬불 동글동글한 이거는 어느 지역의 사투리를 표현한 걸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제주도”라고 답했죠. “맞아요. 제주도의 말에 이응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거에 착안해서 이응을 많이 보여줬죠. 또 제주도 말은 외국어 같잖아요. 그래서 잘 못 알아듣는 느낌을 담아본 거예요.” 경상도는 투박하고 성조가 있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을 표현했고, 서울말은 깍쟁이 같으면서도 날카로운 끝이 올라가는 느낌을 나타냈죠. 멀티미디어도 볼 수 있는데 사투리를 재밌게 담은 영상과 함께 BTS가 전국의 사투리를 가사에 담은 ‘팔도강산’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사투리의 맛을 잘 살려서 부른 노래가 귀에 쏙쏙 들어왔죠.

지역 방언, 팔도의 사투리 특징을 시각화한 것이 눈에 띈다.


언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요인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게 되는데, 거리가 너무 멀거나 험준한 산맥이 있는 등 지역적 요인에 따라 분화된 각각의 말을 ‘지역 방언’이라고 합니다. 한반도의 지역 방언은 크게 ‘중부 방언(서울·경기·인천·충청·강원 영서·황해·영흥 이남의 함경)’, ‘동남 방언(경상·강원 영동)’, ‘동북 방언(정평 이북의 함경)’, ‘서남 방언(전라)’, ‘서북 방언(평안)’, ‘제주 방언(제주)’의 6개 방언권으로 구분할 수 있죠. 중국의 ‘조선어’나 중앙아시아의 ‘고려말’ 또한 넓은 범위에서 한국어의 방언으로 봅니다. 각 방언은 말투와 어휘, 표현 방식 등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죠.

1부 ‘이 땅의 말’에서는 옛 문헌부터 현대의 미디어 콘텐트까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지역 방언의 말맛과 특징을 소개합니다. 표준어는 우리가 약속해서 만든 말인데요. 1930년대에 국어학자들이 ‘이렇게 써요’하고 만들어서 인위적인 말이라고 했죠. “사실은 표준어만 쓰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방언을 다 쓰고 있거든요. 저의 경우도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엄마는 인천 사람이고 아빠는 강원도 사람이거든요. 사투리는 부모님이 물려주시는 언어적인 유산이죠. 근데 어느 순간부터 방언은 고쳐야 하는 말, 틀린 말, 이런 인식이 생겼어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말과 글이 통일이 되어야 우리 민족이 이 국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생겼는데요. 그래서 하나의 말과 글로 통일하려고 했고 1933년에 한글 맞춤법이 만들어지며 1936년에 표준어가 제정됐죠. 그러다 보니까 방언보다는 표준어를 쓰자는 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문영은(왼쪽에서 둘째)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사와 함께 전시를 둘러보고 사투리의 가치와 보전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김서윤 학생기자가 사투리와 방언이 헷갈린다고 질문했죠. “표준어가 어떻게 제정됐냐면 각 도의 말을 다 들어보고 그 말을 공통적으로 쓰자고 정한 거예요. 그래서 강원도 사투리 중에 요만큼이 표준어가 되고 경상도도 이만큼이 표준어가 되고 이런 식이죠. 예를 들어 경상도 말에서 표준어가 된 말도 있고 표준어가 안 된 말도 있는 거예요. 경상도에서 쓰는 모든 말을 우리는 경상 방언이라고 얘기하고, 경상 방언은 표준어와 사투리로 구성되는 거예요. 방언은 사투리 더하기 표준어, 표준어가 되지 않은 경상도 말은 사투리라고 하는 거죠.”

현존하는 우리나라 문헌 중 ‘방언’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 『삼국사기』도 전시돼 있습니다. 현대에는 방언이 ‘한 나라 안의 어느 지역 혹은 집단의 말’을 뜻한다면 이때는 ‘신라의 말’을 가리키죠. 1960년대에 나온 국어 교과서를 보면 ‘표준말을 못 쓰면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다’는 언급이 있을 정도로 표준어를 써야 함을 내세워요. 이런 분위기가 조금 완화된 것은 1990년대 와서 지방자치 시대가 문을 열면서부터죠. 지역 방송이 시작되고 사투리에 대해서 조금 더 관용적이고 이해가 넓어지게 됐다고 해요.

1580년 전라도 곡성 지역에서 재간된 『삼강행실도언해』를 보면 ‘됴흔’이 ‘죠흔’으로 바뀌어 인쇄돼 당시 곡성에서 ‘ㄷ구개음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1580년 전라도 곡성 지역에서 재간된 『삼강행실도언해』를 보면 원간본과 비교해 ‘됴흔’이 ‘죠흔’으로 바뀌어 인쇄돼 당시 곡성에서 ‘ㄷ구개음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죠. 이렇게 방언을 통해 한글의 음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제주도 속담책에 나온 ‘요망지다’라는 표현은 야무지다는 뜻이었죠. 강원도나 북한에서는 ‘못’을 ‘모다구’라고 했고요. 책을 통해 각 지역 고유의 말소리와 문화를 엿본 것처럼 편지에서도 방언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전남 화순에서 동학농민혁명군으로 활동하다 나주 감옥에 수감 중이던 한달문이 고향에 계신 어머님께 직접 쓴 한글편지에는 ‘고상(고생)’, ‘지달이던이(기다리더니)’, ‘깊피(급히)’, ‘직시(즉시)’ 등과 같은 전라 방언을 볼 수 있어요. 김하윤 학생기자가 “사투리가 지역 문화를 반영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여주나요”하고 궁금해했죠. “강원도 강릉에 가면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헐렸어’ 이렇게 얘기해요. 보통 헐리다라는 단어는 건물이나 집이나 어떤 쌓여 있는 것이 무너졌을 때 쓰거든요. 물리적인 것이 무너진다는 뜻이지만 강릉 사람들은 공동체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 유대관계가 헐렸다고 표현하는 거예요. 이렇게 그 지역의 정서를 사투리가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서울말을 기준으로 표준어가 되다 보니까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서울말이 다 표준어인 건 아닙니다. 서울시 중구에서 60년 이상 거주한 서울 사투리를 쓰는 할아버지들을 찾아 ‘서울 토박이말’을 포착한 영상도 볼 수 있는데요. 서울 토박이말은 장음이 살아있고, ‘ㄹ’ 소리를 첨가해 ‘문지르다’는 ‘문질르다’로 표현하고, ‘ㅗ’를 ‘ㅜ’로, ‘ㅓ’를 ‘ㅡ’로 발음하고 ‘하다’를 ‘허다’라고 하는 등 표준어와 차이가 있었습니다.

방언 화자들의 언어를 생생하게 담은 팔도의 말맛 코너에서는 각 상황에서 서울·평안·함경·강원·충청·경상·전라·제주도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전시장에서 시선을 모으는 건 방언 화자들의 언어를 생생하게 담은 팔도의 말맛 코너였죠. 안부를 말할 때, 안타까울 때, 식사할 때 등 각 상황에 서울·평안·함경·강원·충청·경상·전라·제주도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강릉 사투리로 듣는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어르신이 들려주는 '개와 고양이' 이야기를 들어봤죠. 특히 같은 듯 다른 듯 경상도 사투리 부분은 경상도에서도 김천·대구·안동·부산·진주 말을 나눠 같은 경상도여도 지역별로 다 다른 걸 재미있게 보여줬죠. 경상도 사투리에 있는 성조 표시는 글자를 위아래 배치를 달리해 표현했어요.

조성윤 학생기자가 “이번 전시로 다양한 사투리를 알게 됐는데 어떤 사투리가 흥미롭다고 느끼시나요”라고 질문했죠. “저는 빙빙 돌려 말하는 충청도 사투리가 제일 재밌어요. 영상에서도 식당에 갔을 때 주문한 음식이 안 나오면 서울 사람들은 ‘여기 아까 전에 주문한 것 같은데 언제 나오나요?’ 이렇게 물어봐요. 근데 충청도 사람들은 ‘아이고 점심 먹으러 왔다가 저녁 먹으러 가게 생겼네’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그런 게 재밌죠.”

사투리 능력고사 코너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정답을 맞히기 어려웠어요. 방언이라고 하면 지역 방언만 생각하기 쉬운데 사회 방언도 있습니다. 사회 집단에 따라 다른 말을 사회 방언이라고 하는데 인터넷에서 만들어지는 줄임말도 사회 방언이죠. 점메뉴(점심 메뉴 추천),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버카충(버스 카드 충전) 등의 다양한 줄임말이 흘러가고 있었죠. 사회 방언은 만들어졌다가 금방 없어지는 게 특징이라 말이 흘러가다가 없어지는 연출 기법으로 꾸몄다고 해요.

소설가 박경리가 장편소설 『토지』를 집필하면서 사용했던 만년필과 안경, 『토지』 육필 원고 등도 전시됐다. 『토지』에는 경상도·전라도·함경도 등 다양한 사투리가 등장한다.


2부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방언 화자가 문학에 쓴 방언과 타지인이 보고 듣고 기록한 방언 기록을 통해 방언에 담긴 삶의 풍경을 살펴봅니다. 문학어로 쓰인 지역 방언은 시간과 공간, 분위기, 인물의 정서와 심리, 사건 등을 그려내는 데 생동감을 더하죠. 유람기·유배기·일기 등 낯선 풍경에 대한 기록에서도 그곳의 문화와 정서를 보여주는 지역 방언을 찾아볼 수 있어요. 한용운의 『님의 침묵』초판본, 김동인의 『감자』 초판본 등 방언을 보여주는 근현대 문학 작품집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1771년 유의양이 지은 유배 기행록 『남해문견록』을 보면 남해에 갔는데 ‘달라’고 하는 말을 ‘도라’라고 한다고 쓰였다.


“1771년 유의양이 지은 유배 기행록 『남해문견록』을 보면 남해에 갔는데 ‘달라고’ 하는 말을 ‘도라’라고 한다고 써 있어요. 사투리 쓰는 사람 중에 ‘물 좀 줘’를 ‘물 좀 도’라고 쓰는 사람도 있거든요. 재밌죠.” 정약전이 전남 흑산도 유배 시기에 저술한 해양생물학 서적 『자산어보』에서 볼 수 있는 반질악(바지락), 짐(김) 등은 오늘날에도 사용하는 전라 방언입니다.

시각 디자이너들이 팔도의 문학 작품을 보고 받은 감상을 그린 작품도 볼 수 있다.


시각 디자이너들이 팔도의 문학 작품을 보고 받은 감상을 그린 작품도 볼 수 있어요. “신석정의 『한머니의 얼굴』을 보고 할머니의 담요를 생각했대요. 그래서 디자인 자체를 낡은 담요 느낌으로 한번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삼춘의 바당’ 공간에선 제주도 해녀들에게 빌려온 물질 도구들과 해녀들의 말을 담은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삼춘의 바당’은 제주 해녀들이 물질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전시팀이 방언 조사를 갔는데 제주도에서 제주어가 가장 많이 들리는 공간이 어디일까 생각했더니 해녀들이 옷 갈아입는 공간이었던 거예요. 해녀들은 혼자 일하지 않고 같이 일하죠. 그 공간에 들어가서 조사해 꾸며봤어요. 해녀들에게 빌려온 물질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고, 제주 해녀들의 말을 담은 영상이 나왔죠. 달력에 물질할 수 있는 시기를 표시해 둔 것도 눈에 띄었어요. 유네스코는 2010년 제주어를 ‘심각한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했습니다. “사투리는 입에서 입으로 배우는 말인데 요즘 젊은 세대는 윗세대에게 사투리를 배우지 않아요. 그리고 서울로 나오려다 보니까 다들 서울말에 익숙한 거죠. 그래서 제주도 젊은 세대들이 사투리를 점점 안 쓰고 있어요. 또 기록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잊히는 것도 있어요. 다음 공간에서는 사투리를 조사하고 기록했던 학자들의 흔적을 보여줄 거예요.”

20세기 초기 잡지 『소년』은 독자 투고 코너를 통해 자신이 사는 곳의 풍습·방언·인물 등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3부에서는 방방곡곡 발로 뛰며 방언을 캐어 모은 여러 사람의 노력을 소개합니다. 20세기 초기 잡지 『소년』에서는 독자 투고 코너를 통해 각 지역 독자들에게 자신이 사는 곳의 풍습·방언·인물 등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잡지 『어린이』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각 지역 사투리와 유명 인물 등을 적어 보내 달라고 광고했는데 이를 보고 함경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37개 지역의 어린이 48명이 총 194개의 지역 방언을 보내왔어요. 잡지·신문 등 민중의 손에서 시작된 방언 채집 기록과 조선어학회의 시골말 캐기 운동 등을 볼 수 있었죠. 표준어를 제정함과 동시에 우리말을 보존하기 위해 사투리를 모은 거예요.

녹음기·수첩·사진 등 방언 연구자들의 다양한 조사 기록 중 제주 방언 조사 카드.
녹음기·수첩·사진 등 방언 연구자들의 다양한 조사 기록 중 방언 조사 카세트테이프.


각지의 독자들이 보내온 방언은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는 데 활용됐죠. 『조선말 큰사전』(1947)에는 표준어로 지정돼 표제어로 실린 방언도 있고, 대응되는 표준어와 함께 제시된 방언도 있습니다. 방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물인 책뿐 아니라 실제 조사 기록인 카세트 테이프·녹음기·수첩·가방·방언 지도·사진 등의 자료를 보고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 방언, 카자흐스탄 고려인 방언 조사 음성 등도 직접 들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방언과 관련된 재미있는 교양서적들을 소개하는 곳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어보기도 했죠.

전시 마지막, 방언과 관련된 재미있는 교양서적들을 모아놓은 곳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는 소중 학생기자단.


마지막으로 소중 학생기자단이 사투리의 가치와 보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했어요. “사투리는 그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담고 있는데 이게 보전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끔찍하지 않나요. 또 사투리는 다양성을 상징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세상을 다 똑같이 살면 의미가 없어요. 언어도 다양하게 쓰여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생각해요. 보전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쓰고 서로 많이 나누는 거예요. 그다음에 기록하는 노력, 사투리 화자가 나중에 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의 말은 없어지잖아요. 그렇게 되기 전에 이것들을 많이 연구하고 기록해서 남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 방언, 카자흐스탄 고려인 방언 조사 음성 등도 직접 들어봤다.


*정답은 기사 마지막에 있습니다.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박물관에서 방언별 다른 시각 양식을 보고 처음엔 ‘사투리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전달하려고 있는 줄 알았지만 의미를 알고 나니 볼 때마다 흥미로웠죠. 강원도를 표현한 무늬가 제일 흥미로웠어요. 사투리가 자연스러운 말이고 표준어가 임의로 만들어 쓰는 언어라고 들었을 땐 솔직히 당황스러웠죠. 옛날에는 사투리를 학교에서 쓰는 것을 금지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쓸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방언의 중요성을 알고, 보전하려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아요.

- 김서윤(서울 도성초 6) 학생기자

지금까지 사투리를 드라마·영화나 개그 프로그램에서 본 웃기는 말로 생각해 왔어요. 하지만 취재 후 사투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죠. 사투리는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꼭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60년대에는 사투리를 써서 벌을 받는 학생들이 있었다는데, 사투리를 소홀히 하는 인식에 화가 났죠. 이제 바뀌어 사투리를 쓰는 게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고,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한국이 되었다는 사실이 좋았죠. 재밌는 사투리를 듣고 큰 소리로 웃었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김하윤(경기도 덕은한강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사투리의 중요성과 아름다움에 대해 느낄 수 있었어요. 사투리를 지키겠다는 학자들의 마음도 볼 수 있었는데,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도 학자들의 연구실처럼 만들어 둔 공간이었죠.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사투리를 보호하려고 한 점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우리말을 더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보호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죠.

- 조성윤(서울 개일초 4) 학생기자

동행취재=김서윤(서울 도성초 6)·김하윤(경기도 덕은한강초 5)·조성윤(서울 개일초 4)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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