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인판 더치트 출시한 '트라버스'…"체인락에 지갑 주소 검색하면 사기 이력 확인 가능"
가상자산 사기 피해 정보 조회·공유사이트 '체인락'
지갑 주소·URL 조회·피해자가 직접 주소 신고도 가능
가상자산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익명성과 투명성이 공존한다. 자금을 누군가에게 보낼 때 그 사람이 범죄와 연관된 사람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날이 갈수록 가상자산 관련 사기 피해는 늘어가는데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공간도 없다. 가상자산 사기 피해자를 막고 싶다는 생각에 가상자산 고위험군 주소를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 스타트업이 있다. 97년생 대표가 이끄는 트라버스다.
지난 13일 데일리안과 만난 한태우 트라버스 대표는 "가상자산 관련 투자 사기, 보이스피싱, 해킹 등 고위험성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져갔다"며 "트라버스는 관련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예방할 수 있는 플랫폼인 '체인락(ChainLock)'을 출시했고, 현재 약 27만개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97년생 MZ 대표…블록체인·AI 개발 노하우 보유
한 대표는 97년생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일념 하에 고려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핀테크가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 받아 소프트웨어 벤처 융합정보학을 이중전공으로 선택했다. 그때 인호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장의 강의를 들으며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성을 깨달았다.
그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호 교수님의 강의에 영감받아 가상자산을 발행하기보다 제도 친화적인 블록체인 기술 사업을 펼쳐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 후 2021년에 하눌컴퍼니를 창업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여러 사업을 펼치던 와중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보난자팩토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트랜사이트(TranSight)' 서비스에 들어갈 기술을 전담으로 개발해달라는 것이다.
트랜사이트는 가상자산 지갑 간 거래를 분석하고 특정 지갑의 범죄 연관성 및 위험도를 판별하는 기업용 솔루션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위법 행위에 간접적으로 연루된 지갑까지 탐지하고, 국가 제재 대상은 물론 미인가 거래소를 차단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한 대표는 "보난자팩토리의 제안으로 트랜사이트 기술을 개발했다. 트랜사이트는 익명화된 가상자산 소유 주체가 누구인지, 범죄나 위험행위 등에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검증하고, 이 주체들 간의 송금 행위를 추적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정식으로 공급하고 있고, 다양한 국내 수사기관에 시범 공급하는 가상자산 추적 및 검증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트랜사이트 기술 개발을 인연은 합작회사 설립으로 이어졌다. 지난 1월 보난자팩토리와 합작법인(JV) 형태로 '트라버스'를 출범했다. 블록체인 및 AI 개발 분야의 노하우를 쌓아온 한 대표가 트라버스 대표를 담당하게 됐다.
트라버스의 핵심 사업영역은 ▲가상자산 활용 범죄 예방 솔루션 트랜사이트의 글로벌 사업화 및 기술 고도화 ▲알트코인 모니터링·검증 솔루션 ▲스마트 컨트랙트 오디팅 솔루션 등이다.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영역을 제도권에 연착륙시키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체인락 통해 가상자산 사기 범죄의 근절·피해 최소화 앞장"
트라버스의 자체 첫 서비스는 '체인락'이다. 체인락은 ▲가상자산 투자사기 ▲가짜 가상자산거래소 ▲물품사기 ▲보이스피싱 ▲유사투자자문 ▲불법도박 ▲해킹 ▲랜섬웨어 ▲기타협박 ▲성범죄 ▲아동성범죄 ▲마약 등 국내외 가상자산 이용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기 범죄를 신고·조회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체인락에 26만6141개의 고위험주소가 등록돼 있다.
체인락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국내외 가상자산 이용자들이 타인의 가상자산 지갑에 송금하기 전에 미리 범죄 연관 주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이용자의 원활한 활용을 위해 한국어, 영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총 5개 국가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갑 주소뿐만 아니라 카카오톡·텔레그램 링크·홈페이지 등 URL도 조회도 가능하다. 개인이 직접 사기 범죄자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나 웹사이트를 신고하고, 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해결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포함됐다.
쉽게 말해 가상자산계의 '더치트'인 셈이다. 더치트는 연락처나 계좌번호를 검색해 그 사람이 사기나 범죄에 연루됐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주로 중고 거래하기 전 상대방의 연락처를 검색해 사기꾼 여부를 조회할 수 있다.
한 대표는 "트랜사이트 개발 및 고도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상자산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범죄 행위 및 자금세탁 행위 등에 전문성을 갖게 됐다. 가상자산 사기 피해가 발생한 뒤에 분석 및 추적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발생하기 이전, 즉 송금 이전 단계에서 이를 이용자들이 스스로 필터링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가상자산 피해 사례를 공유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긴다면 범죄 피해 예방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해 체인락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들이 직접 신고 등록하는 것 이외에 서피스 웹에 분포된 전 세계의 가상자산 신고 관련 정보, 즉 비정형적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및 가공하고, 이를 분석가능 정보로 치환하는 기술은 이미 특허 등록이 완료된 상태"라며 "아직 체인락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이용자들이 직접 가상자산 피해자금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고, 관련된 특허도 확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선제적인 가상자산 사기 피해 방지뿐만 아니라 사후 신고에서도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체인락 이용자가 수사기관에 신고를 원할 때 암호화된 가상자산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이 해석하기 쉽게 구성해서 제공하고, 단체 법률 소송을 중개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는 "'가상자산 스캠'이라는 단어를 포털에 검색했을 때 체인락이 가장 위에 뜨는 사이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데이터를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며 "안전한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복합적인 솔루션을 운영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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