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포기할 수 없다”…손흥민 언급하며 해외 진출 강조한 KFA, 그렇다면 K리그는?

김우중 2024. 6. 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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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헌 굮가대표운영팀장이 20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KFA 기술철학 발표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가 아시안게임(AG) 우승을 강조하면서, 병역 혜택을 통한 해외 진출을 강조했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대표팀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는 자칫 K리그를 ‘셀링 리그’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KFA는 지난주 서울시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2024 KFA 기술철학’을 발표했다. KFA는 지난해부터 구축한 ▶한국만의 기술철학 및 기술 정책 ▶연령별 대표팀 운영 시스템 ▶KFA 게임 모델 등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화두 중 하나는 ‘연령별 대표팀 운영 시스템’, 그 중 AG 출전과 관련한 대목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지난 4월까지 이끈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AG에선 우승했지만, 올림픽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KFA의 대응책에 시선이 몰린 이유다.

KFA는 사령탑을 한 명 두고 코치진을 이원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AG와 올림픽 선수단 파악에 있어 이전보다는 용이할 것이라는 KFA의 설명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AG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병역 혜택’ 때문이었다.

조준헌 국가대표운영팀장은 “일본, 우즈베키스탄처럼 21세 선수들로 AG과 올림픽을 모두 준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23세로 출전했을 때 우승 확률이 더 높다고 봤다. 내부적으로 검토했을 때 병역 혜택을 위해선 AG를 포기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AG 3연패 기간 손흥민, 이재성, 황희찬 등 많은 선수가 해외 진출에 성공해 한국 축구 전력을 끌어올렸다”라고 강조했다. AG 우승 필요성을 재차 역설한 것이다.

20일 KFA가 공개한 대표팀 경쟁력 강화전략 보고서 중 일부. 각 위원회 역할 및 연령별 대표팀 운영 목표 설정 페이지에서는, U-20과 U-23 대표팀의 목표가 '해외 진출'이라고 명시했다. 김우중 기자
사진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 당시 일본을 꺾고 우승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손흥민. 사진=IS포토

KFA는 한국 축구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장려한다. KFA의 대표팀 경쟁력 강화전략 보고서에도 U-23, U-20 대표팀의 운영 목표에는 ‘해외 진출’이 명시돼 있다. 발표 중엔 손흥민의 과거 인터뷰를 인용해 젊은 선수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연령별 선수를 육성하는 K리그 구단들의 입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어렵사리 선발한 선수를 육성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해외 구단에 보내야 하는 입장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K리그 A 구단 관계자는 “선수 숫자는 줄어들고 있는데, 명확한 정책 없이 선수들의 해외 진출만을 강조하고 있다. K리그가 ‘셀링리그’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AG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다르게 말할 수 있었지만, ‘병역 혜택’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잘못됐다. 타 종목 선수나 국민들의 박탈감을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B 구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도우려 한다. 선수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결국 이럴 때야말로 육성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과거 선수가 많았을 땐 무작정 해외 진출을 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도 있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앞서 조준헌 국가대표운영팀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병역 혜택’이라는 표현은 자제하려고 한다”라고 짚은 뒤 “K리그의 뛰어난 선수가 해외 진출하고, 구단은 다시 선수를 길러내는 선순환으로 축구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구단들이) 다소 다르게 볼 수도 있지만, 국내 지도자들도 어떻게 세계적인 선수를 어떻게 키워내야할 지에 대해선 같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김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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