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라 전 주한대사 "공동개발은 전략적 의미…중·북에 메시지"[7광구]
“일·한 양국이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전략적인 의미가 있다. 중국·북한에 주는 정치적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과 ‘신(新) 한·일 어업협정’ 체결 당시 주한 일본대사를 지낸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85) 전 대사는 지난 11일 도쿄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복잡다단했던 한·일 관계를 생각할 때 여러 차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다.
오구라 전 대사는 재임 시절 겪었던 양국 간 긴박했던 상황을 정리한 『주한국대사 일지 1997~2000: 일·한 파트너십 선언과 그 시대』를 이달 말 일본에서 출간한다. 총 5장 중 제2장은 한·일 어업 문제, 제3장은 한·일 공동선언을 다뤘다. 2년여 대사 재임 기간 이 두 가지 주제가 가장 큰 외교적 과제였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한·일 어업협정은 1998년 1월 일본 측이 파기했다. 같은 해 3월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당시 일본 외무상이 방한해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4월부터 양국 간 협상이 재개됐었다. 이후 오부치 외상은 같은 해 7월 총리에 올라 김 대통령과 10월 역사적인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오구라 전 대사는 저서에서 “(오부치 외상의) 방한은 일본이 협정 교섭을 파기하면서 냉각된 일·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일본 측이 마중물을 부은 것이었다”면서 “방한 성공의 열쇠는 양국 외무상이 노련한 정치인이었고, 보이지 않게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오부치 외상의 카운터파트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김대중 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을 맡은 박정수 전 의원이었다.
당시 방한을 계기로 한·일 관계는 개선의 길로 접어들었고, 같은 해 4월 정상회담에서 한·일 공동선언 작성을 위한 준비에 합의했다. 정치적 결단과 물밑 사전 교섭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인 셈이다.
오구라 전 대사는 대륙붕 공동개발협정과 관련해선 “어업협정 때도 그랬지만, 일·한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일·한 양국 국민에 대해서도 제3국에 대해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인 이익이 있다면 협정 연장 등을 통해 양국이 함께 개발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경제적인 의미가 어디까지 있는지가 하나의 포인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일 공동선언 체결 당시를 떠올리며 “일·한 관계가 조금씩 성숙한 관계로 가는 계기가 돼 매우 의미가 있었다”며 “한국은 과거를 극복해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일본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면서 과거를 극복하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의 괴리가 있다. 국민정서를 서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아 ‘제2의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방안에 대해선 “오부치-김대중 선언을 뛰어넘는 높은 차원의 일·한 관계를 구축하겠다면 의미가 있다”며 “일·한 양국 간에 그치지 않고, 저출산 고령화나 지구 환경 문제 등에 함께 대처하는 ‘세계 속에서의 일·한 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 오구라 가즈오
「 1938년생. 도쿄대 법학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졸업. 1962년 일본 외무성 입성 후 문화교류부장, 경제국장, 주베트남 대사, 외무심의관(경제 담당), 주한국 대사, 주프랑스 대사 등을 역임. 현재 일본재단 패럴림픽 연구회 대표, 국제교류기금 고문, 전국농업회의소 이사, 아오야마가쿠인대 특별초빙교수.
」
특별취재팀=오누키 도모코 도쿄 특파원, 김상진·박현주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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