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 기업 방어수단 마련해줘야”

김혜원,황민혁,윤준식 2024. 6. 2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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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대해부] ④· <끝> 전문가들 지상 좌담회
그래픽=연합뉴스


국내 사모펀드가 태동된 지 올해로 20년째다. 전문가들은 외국 자본에 대응하는 등 사모펀드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이제는 부작용에 대한 견제와 자정 기능을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사모펀드와의 공생 관계를 넘어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우리 기업들에 시급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토종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동기 이해관계자경영학회장


△이동기 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장=이제 사모펀드는 패밀리경영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에 이어 3대 기업 소유 주체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사모펀드가 특정 산업의 주인인 사례가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순기능이 많았지만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지금은 토종 사모펀드가 인수·합병(M&A) 시장의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됐지만 이전에는 기업 간 거래에서 제3의 자금이 필요할 때 외국 자본이 독식했었다. 그 역할을 국내 사모펀드가 훌륭하게 대신해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촉진에도 일정 역할을 하고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바이아웃 사모펀드의 목적은 일정 기간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다른 기업에 다시 팔아 산업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수 이후 경영 실패로 인수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다. 아직 한국에서 목적에 맞는 경영 능력을 갖춘 바이아웃 펀드가 별로 없다는 게 한계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사모펀드가 많이 나와야만 국내 산업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

△이동기 학회장=장기적 관점을 요구하는 산업에서 사모펀드 영향력 확대는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생명보험산업이 그렇다. 생명보험은 자금력을 이용해 사업을 수월하게 하려는 동기가 확실한 산업이다. 장기적인 플랜이 중요한 보험산업에 사모펀드 소유가 많아지면서 안전성이 떨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특히 행동주의펀드가 이야기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타파는 명분이나 수단에 불과할 뿐이고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개인투자자는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최근 KCGI 같은 토종 행동주의펀드는 ‘먹튀’ 평가를 받을까 봐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조심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사모펀드가 판을 치는 건 기업 상속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속세가 60%(최대주주 할증 시)여서 상속을 포기하고 사모펀드에 팔면 양도소득세 25%만 낸다. 경제 구조가 이렇게 왜곡된 것은 상속세 때문이라고 할 수 있고, 그 틈을 사모펀드가 파고들어 많이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오너는 60, 70대로 고령이 됐다. 상속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데 사모펀드가 좋은 매물을 찾아서 투자하고 안정화하고 구조조정을 해 키운 다음 매각해 엄청난 수익을 남기는 패턴이다. 사모펀드의 속성은 수익 잘 내서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게 본분이고 역할인데 사모펀드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이 국내에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사모펀드는 대기업과 달리 공시 의무가 없다. 이제는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는 시스템이라도 갖춰야 한다. 보고 의무가 없으면 ‘금융’이 아닌 거다. 라임사태 이후로도 금감원에 의한 감독 강화가 별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감독을 전담할 부서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모펀드에 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게 맞는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사모펀드가 투자한 상장사를 자진 상장폐지하는 과정에 있어 소액주주를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아넣어 공정가격 대비 낮은 가격에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 시장질서를 해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감독 당국은 물론 법원도 견제했으면 한다.

△이 학회장=사모펀드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당장 시작돼야 한다. 사모펀드가 한국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샅샅이 검토하고 규제가 필요한지 따져보겠다는 선언이나 조치는 최소한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으로서는 대응책이 없다는 목소리가 큰데.

△김 연구위원=창과 방패를 밸런스 있게 맞춰주는 건 분명히 필요하다. 차등의결권이든 포이즌필이든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줘야 한다.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에 지배주주를 제한하는 제도가 많이 생겼는데 이를 활용할 플레이어(행동주의펀드 등) 역시 시장에 들어온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에 변화를 줘야 한다. 감사위원 3% 의결권 제한(3% 룰)도 폐지해 방어권을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최 명예교수=기업이 방어할 수단이 하나도 없다. 포이즌필이 있나, 차등의결권이 있나 아무것도 없다. 두 제도는 다른 나라가 다 도입하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 도입해야 하고 3% 룰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제로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 미국 포드 가문이 수백년 동안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차등의결권 때문이고 워런 버핏이 잘나가는 것도 그렇다.

김혜원 황민혁 윤준식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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