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주의 시선] 이재명 대표에게 필요한 진정한 자신감

문병주 2024. 6. 2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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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충직한 같은 당 의원들이 자신감을 많이 잃었나 보다. 현행 헌법과 법률, 사법체제에서 이 대표의 각종 범죄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기자들을 “검찰의 애완견”이라 칭하고, “애완견에 대한 모독”(양문석 의원)이라는 더 큰 비하 발언까지 더하더니 이제는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서만 그치겠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한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거론한다. 해당 재판부가 같은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재명 대표 재판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강성 지지자들은 “정치판사 탄핵”을 외치며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탄핵 서명을 받으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국회 안에서는 검찰을 겨냥해 ‘대북 송금 특검법’을 필두로 ‘수사기관 무고죄 법’ ‘표적 수사 금지법’ ‘검찰수사 조작금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판·검사 법 왜곡죄’ 또한 준비 중이다. 판사나 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들면 처벌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강님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강 위원은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라 벌언하고, 비판이 일자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영남 유림들이 성명서를 내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뉴스1


나아가 판사를 선거로 뽑자는 ‘판사 선출제’ 도입까지 민주당 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지지자들을 앞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성향의 판사들을 법정의 법대에 앉히겠다는 심산이다.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인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검찰뿐 아니라 사법개혁도 필요하다”며 당당하게 말한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착착 진행되는 것 같다. 모두가 당내 일부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라 추앙하는 이재명 대표를 향한 충성경쟁을 하면서 벌이고 있는 일이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헌법과 법률로 정해진 현재의 룰로는 승산이 없으니 깡그리 무시하겠다는 처사다.

「 수사 검사들과 재판부 탄핵 추진
현행 사법시스템 무시하는 처사
평등한 시민으로서 재판 임해야

이런 일을 주도하는 의원들은 “국민의 뜻”이라 한다. 민주당 지지율로 따지면 현실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말이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수는 국민의힘보다 71석이나 많은 161석을 차지했지만 득표율은 5.4%포인트만을 앞섰다.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6월 들어 30%를 밑돌고 있다. 30%대인 국민의힘보다 뒤처지고, 무당층(18~20일 조사에서 23%)도 흡수 못 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은 정치 제도 자체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았던 아테네와 엇비슷하다. 선거로 뽑힌 클레온과 같은 선동정치가들은 시민들 감정을 부추겨 소크라테스를 사형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후 언술로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스파르타와의 평화협상보다는 전쟁을 통한 승리만을 강조하다 결국 아테네를 멸망에 이르게 했다. 협상과 타협 대신 감정에 치우친 강성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다수결의 원칙을 앞세우며 중우정치(衆愚政治)를 부추기는 2024년 한국 정치의 현실이 겹쳐진다.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이런 포퓰리즘적 다수결 원칙을 견제할 수 있는 건 ‘법의 지배(rule of law)’다. 국민의 의사가 반영된 헌법과 법률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겠다는 판사들에 대한 압박을 담은 입법들은 이마저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어 국가 운영을 주도하겠다는 목적이 담겼다. 독재정부나 전체주의 체제에서 목격되는, 민주주의를 가장한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다. “공포정치를 했던 스탈린과 홍위병을 앞세웠던 마오쩌둥이 떠오른다”(오세훈 서울시장)는 비판까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 사법부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어쩔 수 없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많은 재판이 사법 독립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 버렸다. 결과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다. 지금까지 제1당 대표 자격이라는 지위를 고려해 재판 연기를 받아주거나 신병 조치를 유예하는 것 같은 특혜가 재판을 지연시켰다. 향후에도 이 대표는 형사피고인의 권리라 주장하며 이화영 전 부지사가 1심 재판 과정에서 활용한 것과 같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재판을 끌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계속 주장하듯 무죄라고 확신한다면 최대한 신속한 재판을 주문하면 된다. 그래야 사법리스크도 이른 시간에 해소될 것 아닌가. 자꾸 강성 지지자들과 충성파 의원들을 통해 법정 밖에서의 다툼을 확산하는 것은 진정한 제1당 대표의 자세가 아니다. 그토록 외치는 그의 민주주의가 지금보다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법 앞에 평등한 한 시민의 자격으로 재판에 임해야 한다.

문병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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