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전 세계로 파급되는 한반도 지정학
북·러 관계가 냉전 종식 이후 전례 없는 새로운 국면에 이르렀다. 한국과 미국이 이를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중국과 일본도 각각 다른 이유에서 우려한다. 유럽도 새로운 북·러 관계에 주목하고 있고, 중동·남아시아·동남아시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늘날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 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반도 지정학이 세계화되었다. 이는 한국의 외교 정책과 안보 태세에 깊은 시사점을 준다.
30년 동안 남한과 북한의 대결은 본질적으로 한반도와 그 밖의 몇몇 주변 국가에 국한되어 왔다. 이 대결은 냉전 기간 동서 진영 간 광범위한 국제적 전투의 일부였다. 냉전이 끝난 후 이 세계적 요소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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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러조약, 한국 대응에 세계 주목
한국, 우방과 안보·국방 증진하고
강력한 대북 제재 이행 요구해야
」
그러나 오늘날 남북한 모두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는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경우, 한국은 간접 무기 이전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북한은 직접 무기 이전으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지정학이 한국과 북한의 의식적 선택과 적극적 결정을 통해 전 세계적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과 두 정상이 서명한 포괄적 전략동반자협정 이후 유럽 지도자들이 경각심을 갖는 이유다. 유럽 지도자들은 북한의 포탄과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의 위협은 유럽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것은 우크라이나인들의 현실이다.
이제부터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의 대응과 급성장하는 북·러 관계가 세계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직접 공급할지 여부를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 등 제3국을 통해 무기를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물질적인 측면에서 이런 결정이 큰 차이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외교적 관점에서는 큰 파장을 담고 있다. 한국의 이런 결정은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에 반대하는 미국·유럽 등을 기쁘게 할 것이다. 이들 국가는 한국이 한반도를 넘어 분쟁의 중심적인 행위자임을 분명히 이해할 것이다.
한반도 지정학의 세계적인 영향은 제3국이 한국에 대해 더 요구하도록 이끄는 동시에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한다. 과거 북한에 대응하는 한국의 행동은 동북아 이외 지역에서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쳤다.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과 중국 외 제3자의 생각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자국의 국익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대북 제재가 중요하다. 한국의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직접 이전될 수도 있다는 암시가 중요하다. 파트너와 적 모두 한국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할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대북 정책에 대한 파트너 국가들의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이들 국가로부터 더욱 강력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사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미 북한과 러시아가 합의한 새로운 동반자 관계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안보·국방 및 정보 관계를 증진할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하며, 북·러 동반자 관계에 대한 반대에 더욱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 대가로 대북 제재 이행에 있어 보다 강력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한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무기 이전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미래 어느 시점에 남북이 대화를 재개할 경우, 한국은 남북한이 마지막 대화를 했을 때 받았던 것보다 더 많은 지지를 유럽과 미국에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수십 년간 한반도의 지정학이 오늘날처럼 중요한 경우가 드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한국에 글로벌 중추 국가답게 행동해야 하는 책임감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남들이 협력하고 싶어하는 국가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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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 파체코 파르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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