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빛을 조각하다,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1947년 인도가 독립하고, 1956년 인도에서 동서 파키스탄이 떨어져 나왔고, 다시 1971년 동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로 분할 독립했다. 1961년 서파키스탄 정부는 벵골(동파키스탄)인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다카에 대규모 연방의회 건설을 시작했으나 결국 1982년 방글라데시 국회로 완공되었다.
연방의회 설계를 위해 코르뷔제 등 세계적 대가들과 접촉하다 미국의 루이스 칸(1901~1974)에게 의뢰하게 되었다. 그는 ‘건축의 구도자’로 세계적 명성이 있었고 당시 건설책임자의 예일대 스승이었다. 벵골만은 물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자원도 산업도 없는 농업지역이다. 칸은 풍부한 물과 강렬한 햇빛을 벵골의 유산으로 여겨 ‘고요한 오아시스에 떠 있는 빛의 조각’을 의사당의 건축개념으로 삼았다.
호수 가운데 의사당 본당을 위치시키고, 호수 주변에는 의원회관과 숙박시설을 배열했다. 본당은 대리석 격자가 있는 콘크리트조이고, 회관은 붉은 벽돌조 건물이다. 모든 재료와 공법은 현지에서 실현 가능한 것들로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모든 건물은 원과 사각형·정삼각형 등 엄격한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설계했다. 본당 중심에 16각형 본회의장을, 주변에 4개의 사무동과 4개의 부속동을 방사형으로 배열했다. 9동의 독립된 건물들은 하나의 거대한 전체로 통합되며,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입체적인 통로 공간은 마치 도시의 가로와 같은 풍경을 이룬다. 조각적 개구부로 유입된 자연광은 여러 형태의 간접광으로 분산되어 내부로 스며든다. 빛과 그림자의 깊이감과 재료의 신비한 질감은 의사당 안을 초월적인 공간으로 승화시킨다.
칸은 “빛이 곧 공간의 창조자”라고 역설하며 50대 늦은 나이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 많지 않은 작품을 남겼으나 소크연구소 등 그의 철학적 건축 대부분은 20세기의 명작으로 남았다. 방글라데시는 여전히 가난한 신생국이지만 건축만큼은 세계 최고의 국회의사당 보유국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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