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마켓 나우] 브랜드와 스토리가 K소주 경쟁력
한류의 인기 덕분에 소주와 과일소주가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소주 수출액은 2023년 1억141만 달러를 기록했다. 과일소주는 소주가 아니라 리큐어로 분류되는데, 리큐어 수출액은 2023년 9160만 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특히 동남아 시장이 수출증가의 선봉 중 한 곳이다.
한류는 체험을 매개로 한국 문화와 상품을 확산한다. 한국 방문 체험 못지않게 현지 체험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동남아 MZ세대를 중심으로 K술문화 체험에 나선 소비자들이 도수는 낮고 달콤한 과일소주를 찾기 시작했다. 또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가 초록색 병을 흔들며 마시게 되면서, 소주는 한국식당을 넘어 현지 바와 클럽까지 곳곳에서 선택받는 주류로 자리 잡게 됐다.
성공은 새로운 도전을 불러왔다. 태국 4곳, 인도네시아 19곳, 베트남 27곳 등, 다수의 현지 기업들이 한국 소주와 비슷한 디자인과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소주 브랜드명인 바람·참좋은·세븐데이·첫눈·배(BAE)·대박·참나라는 한국에서도 통할 것 같은 작명이다. 글로벌 플레이어도 소주 전쟁에 참전했다. 하이네켄이 타이거 맥주에 소주를 섞은 소맥제품을 출시하며 모델은 무려 지드래곤을 기용했다.
외국 소주의 등장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소주에 대한 인지도와 수요가 높아졌다는 청신호로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에 집중할 때다. 수입산 한국 소주는 생산원가와 높은 세금으로 현지에서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해결책은 브랜드 강화와 스토리텔링이다. 소주 즐기기는 음주를 넘어 문화와 역사를 음미하는 고급 체험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소주 브랜드들은 이미 다양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였다. 하이트진로의 역사가 100년이 됐다. 롯데칠성은 ‘처음처럼’의 모태 경월소주부터 따지면 98세다. 이러한 역사와 스토리를 활용하여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서양의 위스키나 와인, 일본의 사케, 중국의 백주가 오랜 역사와 스토리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처럼, 한국 소주도 고유의 스토리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세안(ASEAN) 지역의 소주가 외형적 모방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뛰어난 기술로 만든 프리미엄 소주의 맛과 깊이 있는 콘텐트는 쉽게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먹거리가 맞이한 글로벌 모멘텀에서 소주에 부여된 역사적 사명은 무엇일까. K소주, K술 인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적절한 방식으로 작동할까.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문화 전략의 시선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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