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정공법
상식… 민주당, 여론전으로
재판에 영향 미치는 건 곤란
법조계를 취재하면서 만난 법관들의 공통점이 있다. 피고인 등 사건 관계인의 법정 밖 여론전을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는 점이다. 일단 재판 시작 후에는 한쪽 당사자의 일방 주장은 언론이 다뤄선 안 된다고 말하는 판사도 있었다. 장외 여론전이 당연시되면 법관과 재판에 부당한 압력이 가해지고, 사법 체계가 흔들릴 우려가 커진다는 논리였다. 변호인들 역시 이런 인식을 잘 알고 있고, 변호인 조력을 받는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형사 사건 유무죄는 법정에서 인정된 증거만 놓고 따져야 한다는 건 국민적 상식이다. 하지만 대북송금 사건 피고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판사 선출제’를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다. 강성 지지층은 ‘사법부는 국민 통제 아래 있다’며 판사 탄핵 서명에 나섰다. 민주당은 ‘법 왜곡 판검사 처벌법’ 신설 및 검사 4명 추가 탄핵도 추진 중인데, 이 중 3명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수사했다. 이 대표는 일부 법조기자들이 애완견처럼 검찰 주장을 받아쓰고, 사건 조작 왜곡에 부역한다는 발언도 내놨다.
정말 언론 검찰 법원이 이 대표 사건을 왜곡하고 있는 걸까.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으로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위증교사 사건에선 이 대표가 과거 검사사칭 사건과 관련해 증인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전화 녹취 등이 고스란히 증거로 제출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은 2015년 해외 출장을 함께 갔고, 둘이 서로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대북송금 사건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이 전 부지사, 북측 인사들은 2019년 1월 17일 경제협력사업 합의서를 작성했고, 이후 김 전 회장은 총 800만 달러를 북한으로 보냈다. 백현동 의혹 재판에선 과거 이 대표 시장 선거를 도왔고, 성남시 ‘비선실세’로 통한 김인섭씨가 지난 2월 백현동 인허가 청탁 알선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청탁이 실제로 통했는지를 판단하지 않았지만 성남시는 2015년 백현동 부지를 자연녹지 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했다.
이는 이 대표 사건에서 조작될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난 내용이다. 언론이 이런 사실을 보도하지 않아야 하는지, 이 대표는 그런 언론을 원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대북송금 사건에서 이 전 부지사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판결이 배치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애초 안 회장 판결에서도 김 전 회장이 스마트팜 비용을 경기도 대신 내겠다고 북측에 말한 점이 사실로 인정됐다. 이 대표는 이런 부분은 쏙 빼고 언론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안 회장의 매수 정황이 있는데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관계인들의 일방 주장을 비중 있게 보도할 수는 없다. 이 대표 측은 지난 대선 직전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의 뉴스타파 인터뷰를 페이스북에 올렸고, 문자메시지로 대량 발송했다. 김씨 등은 허위 인터뷰 혐의 등으로 지난 21일 구속됐다. 이 대표는 정치인이니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말을 꺼낼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을 다루는 언론은 그럴 수 없다.
이 대표 측은 위증교사 의혹에는 ‘사실을 말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 하고, 김 전 처장과의 관계는 ‘여행을 갔다고 다 친한가’라고 주장한다. 쌍방울 대북송금은 모르는 일이고,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박근혜정부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관계는 드러나 있으니 법정에서 정공법으로 소명하면 된다. 공당과 당대표가 법정 밖 여론전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나성원 사회부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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