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푸틴의 복잡한 계산

2024. 6. 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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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6·25전쟁이 발발한 지 74년이 된다.

6·25전쟁에 대한 많은 의문 중에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전쟁 발발 직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소련이 왜 참석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공산화되고 1950년 2월 중·소 우호동맹조약이 체결되면서 동북지역 이권의 반환 문제가 대두됐는데, 소련은 이로 인한 전략적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김일성의 전쟁 계획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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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윤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


내일이면 6·25전쟁이 발발한 지 74년이 된다. 6·25전쟁에 대한 많은 의문 중에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 있는데, 바로 전쟁 발발 직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소련이 왜 참석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소련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소련이 불참한 가운데 유엔군의 한반도 파병 결의가 이뤄졌다.

소련의 불참에 관한 기존 설명은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소련이 중화민국에 주어졌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박탈을 주장하면서 안보리 회의 참가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학계, 특히 중국에서의 연구는 당시 스탈린이 훨씬 복잡하고 교활한 계산을 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을 아시아 전쟁에 묶어 냉전의 더 중요한 전장이었던 유럽 내 경쟁에서 소련이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러한 계산은 스탈린이 체코의 클레멘트 고트발트 대통령에게 보낸 1950년 8월 27일자 비밀 서한에서 확인된다. 다만 6월 25일 이전에 이미 소련이 미국을 한반도 전쟁에 묶어놓는 용도를 고려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전쟁 발발 이후에 그러한 용도를 발견하고 계속 활용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소련이 동북아에서 부동항 접근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소련은 2차대전 중 국민당 정부로부터 동북지역의 많은 이권을 챙겼다. 뤼순과 다롄도 포함됐다. 그러나 중국이 공산화되고 1950년 2월 중·소 우호동맹조약이 체결되면서 동북지역 이권의 반환 문제가 대두됐는데, 소련은 이로 인한 전략적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김일성의 전쟁 계획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스탈린은 계획이 성공하면 소련이 한반도를 통해 태평양에 진출할 수 있고, 혹시 실패해도 역내 군사 긴장 고조에 따라 중국의 요청으로 소련군이 뤼순과 다롄에 계속 주둔해 부동항 접근이 보장될 것이라고 예견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북·러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공표됐다. 여기에는 두 나라 중 하나가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푸틴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후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북한에 이어 방문한 베트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듯 러시아도 북한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고, 그렇게 제공된 무기를 북한이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구와 언급은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에 준하는 새로운 조약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푸틴의 말이 어떻게 행동으로 구체화될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푸틴은 과연 무슨 계산을 하고 있을까. 1950년 스탈린이 미국과의 냉전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또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김일성의 전쟁 계획을 활용했듯 푸틴의 계산도 단순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포탄과 미사일 등을 북한으로부터 조달하려는 실용적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정의롭고 다극화된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북·러 조약의 문구와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를 건설해 나갈 것’이라는 푸틴의 노동신문 기고문 구절 등은 보다 복잡한 전략적 의도를 암시한다. 우리의 대응은 그 내용과 현실적 한계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상윤 (가톨릭대 교수·국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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