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놓고 방망이 쥐더니…장재영 ‘시속 178㎞’ 홈런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한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외야수 장재영(22)은 타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 장재영은 야수로 데뷔한 지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터트리며 ‘천재’ 본색을 드러냈지만, 2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래도 여전히 ‘타자’ 장재영의 잠재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장재영은 지난 22일 고척 롯데전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롯데 외국인 에이스 에런 윌커슨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팀이 0-2로 끌려가던 3회 선두타자로 나선 그는 윌커슨의 높은 컷패스트볼(커터)을 공략해 타구를 왼쪽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타구 속도는 시속 178㎞, 홈런 비거리는 125m였다. 장재영은 이튿날인 23일 “홈런이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좋은 투수(윌커슨)를 상대로 홈런을 쳐서 더 좋았다”며 “점점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 시속 150㎞ 중반대 강속구를 뿌렸던 특급 투수 유망주였다. 2021년 1차 지명을 받고 키움에 입단하면서 계약금 9억 원에 사인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 불안에 발목을 잡혀 좀처럼 프로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해는 개막 전부터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다 끝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달 9일 투수를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배트를 잡았다.
장재영은 그 후 한 달간 2군 19경기에서 홈런 5개를 터트리면서 13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0.232에 그쳤지만, 거포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결국 장재영의 기량을 직접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장재영은 그렇게 지난 20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외야수’로는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첫날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회 2사 1루 두 번째 타석에서 한화 강속구 투수 문동주의 바깥쪽 낮은 직구를 깨끗하게 밀어쳐 우익선상 2루타를 만들어냈다. 데뷔 첫 안타가 장타였다. 다음 경기인 21일 롯데전에선 4타수 무안타로 돌아섰지만, 22일 다시 홈런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7번 타자로 나선 23일 경기에선 4타수 무안타 4삼진에 그쳤다.
프로야구 선수가 포지션을 바꿔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성인이 되면서 골격과 근육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투수는 수직 회전력으로 공을 던지고, 타자는 수평 회전력으로 타격을 한다. 투수일 때와는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다. 배트를 쥐고 공을 때린 뒤 폴로스루까지 힘을 유지하려면 악력(握力)도 키워야 한다. 타격할 때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허리와 하체 근육도 집중적으로 단련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몸과 유연성을 타고난 선수여야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승엽·이대호·나성범(KIA 타이거즈) 등 투수로 계약했다가 야수를 선택한 뒤 프로에서 대성한 선수들의 공통점이다. 내로라하는 ‘천재형’ 선수였던 이들도 첫 시즌엔 적응기를 거치다 3년 차에 처음 20홈런을 넘기면서 궤도에 올랐다. 인상적인 스타트를 끊은 장재영에게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런 이유로 “아직 정확한 평가는 내리지 않겠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홍 감독은 “야구 재능은 분명히 있는 선수다. 3게임 만에 홈런이 나온 것도 대단하다”면서도 “좀 더 많은 경기를 출전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장재영도 “이제 타격 기술을 하나씩 배우는 단계”라면서 몸을 낮췄다.
■ 장재영
「 ◦ 생년월일 2002년 5월 10일
◦ 키·체중 1m87㎝·83㎏
◦ 포지션 외야수(우투우타)
◦ 출신학교 갈산초-신월중-덕수고
◦ 프로 입단 2021년 키움 1차 지명
◦ 입단 계약금 9억원
◦ 투수 성적(2021~23년) 56경기 71과 3분의 2이닝 1승 6패 평균자책점 6.56
◦ 야수 성적(2024년 6월 23일까지) 4경기 타율 0.167(12타수 2안타) 홈런 1개 1타점 2득점
」
배영은·고봉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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