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했듯이 매매도 금지하라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2024. 6.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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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 반대가 컸지만, 지난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이 통과됐다. 안건마다 대립하던 여당과 야당이 이 법안만큼은 이견을 좁혔다. 대폭 늘어난 반려동물 가정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중은 28.2%로 이 조사를 시작한 2010년도 17.4%에 비해 무려 60% 이상 증가했다. 반려동물 연관 산업 역시 2022년에 8조원에서 매년 14.5% 성장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정책과 연관 산업은 전형적인 선진국 모습으로 가고 있는데 정작 반려동물이 가정에 받아들여지는 경로는 안갯속이다. 번식장에서 대량으로 상품 출하되듯 태어난 새끼들은 경매장을 거쳐 동네 펫숍에서 가정으로 입양된다. 입양으로 불리지만 품종과 생김새에 따라 가격이 흥정되니 제품 구매와 다를 바 없다.

현재 국내에는 허가된 번식장이 대략 2000곳, 불법 번식장은 1000곳 정도로 추산된다. 번식장 동물은 사람들이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선호하는 품종 위주로 인위적이고 비정상적인 교배를 반복한다. 이렇게 인간 기준으로 태어난 동물은 여러 가지 질병을 앓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번식장 관리 규정 위반 시 처벌이 약해 합법적인 번식장에서도 동물 학대가 버젓이 자행된다. 최근에도 경기도 화성시 한 반려견 번식장에서 무려 1400여마리 개가 구조됐다. 그러니 허가받지 않은 불법 번식장은 차마 보기 어려운 정도의 열악한 환경이다.

번식장에서 공급되는 동물은 경매장을 통해 구매자인 펫숍으로 연결된다. 경매장은 중간에 끼어 있는 유통업자로서 반려동물이 많이 팔릴수록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이 들어오는 이익 구조다. 반려동물 경매장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을 낮추거나 끼워 팔기 등의 방식으로 판매를 유도한다.

무허가 번식장과 경매장의 변칙 영업 등 사회적 문제가 커지자, 정부는 ‘반려동물 영업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부모견 등록과 불법영업 집중단속 등을 시행했다. 2026년까지 번식장은 동물 등록을 마쳐야 하고, 태어난 새끼에도 개체번호를 부여해 이력을 관리한다고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 자체를 매매하는 돈벌이가 되는 한 결국 번식이나 분양 과정에서의 동물 방치나 학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즉흥적으로 외롭다는 이유로,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로 깊은 고민 없이 구매한 반려동물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료 챙기고 화장실 청소해야 하는 부담, 예상보다 과다한 병원비, 때마다 겪는 질병이나 사고, 그리고 단순 변심 등의 이유로 파양되거나 유기된다. 2021년 동물보호센터가 구조한 유기 동물은 11만3440마리로, 최근 5년간 매년 10만마리 이상 반려동물이 구조됐다. 특히 이제 여름휴가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휴가지에서의 동물 유기가 급증한다. 그야말로 반려동물 고려장이다. 동물 유기는 3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유기 시점이나 장소를 특정할 수 없어 적극적인 수사가 되기 어렵다.

이제는 동네마다 있던 영양탕집을 찾아볼 수 없다. 진통은 있겠지만 펫숍과 경매장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브리더’만 분양하도록 해 반려의 시작을 건전하게 맞이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들이는 가정도 지금보다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입양하기 전에 충분한 고민과 준비를 하고, 반려동물 특성을 이해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도리를 갖춘 가정이라야 반려를 맞이할 자격이 있다. 손쉽게 사고팔려서는 그럴 수 없다.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 총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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