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복권에 빠진 中 MZ세대 [생생中國]

2024. 6.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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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1000만명 채용’ 시작했는데…
중국 MZ세대들이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쇼핑몰에 위치한 복권방에서 즉석복권을 구매한 뒤 자리에서 바로 긁고 있다. (송광섭 특파원)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쇼핑몰. 한쪽 구석에 위치한 복권방에는 중국 MZ세대인 ‘주링허우(1990년대생)·링링허우(2000년대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이 찾는 복권은 ‘꽈꽈러’라고 불리는 즉석복권이다. 그 자리에서 당첨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유독 인기가 많다. 긁는 재미도 있다.

복권방에서 일하는 A씨는 “즉석복권은 요새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가게를 찾는 손님 대부분이 20·30대”라고 답했다. 즉석복권은 당국에서 물량을 배분하다 보니 입고되는 날이 많지 않다. 어쩌다 입고되면 하루 이틀 만에 동이 나고, 즉석복권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따러토우(중국판 로또)’ 등 다른 복권을 찾는 손님도 늘었다는 전언이다.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대학생 푸 모 씨는 복권 구매가 취미다. 그는 “한 번에 많게는 100위안(약 1만9000원)어치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갈 때면 그곳에서만 파는 복권을 기념품처럼 산다”며 “여행을 멀리 갈수록 복권을 더 많이 산다”고 설명했다. 중국 MZ세대 사이에서 일확천금을 기대할 수 있는 복권이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된 것. 실제 복권 판매액은 2020년 3340억위안(약 6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797억위안(약 108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구매자의 약 80%는 18~34세 청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복권 열풍’이 극심한 취업난과 연관이 깊다고 보고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부족함 없이 자라온 중국 MZ세대들이 취업난을 겪으면서 불안한 미래를 맞닥뜨리게 됐다”며 “복권 열풍은 이런 불안과 혼란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해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장인들 사이 ‘역겨운 출근룩’ 유행

학생 ‘사망 졸업사진’으로 신세 한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에서는 청년들의 좌절과 허탈함을 나타내는 신조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혼주의’가 중국 MZ세대를 대표하는 단어다. 결혼을 기피한다는 의미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고액 예단·예물’이다. 중국에서는 결혼할 때 신랑이 신부에게 예단 성격으로 지참금을 주는데, 남성보다 여성 인구가 적다 보니 신부 측에서 큰 액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지참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중국 SNS에서 회자되는 지역별 평균 시세(?)는 푸젠성이 30만~39만위안(약 5600만~7300만원)으로 가장 많다. 가장 적은 지역은 베이징·상하이·톈진(12만~15만위안)이었다. ‘3금·5금·7금’ 등의 예물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금은 금반지, 금귀걸이, 금목걸이를 뜻한다. 5금은 3금에 금팔찌와 금펜던트, 7금은 5금에 금주판과 금발찌가 추가된 것이다. 집이나 차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올 초에는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역겨운 출근룩’이 유행했다. 털바지·슬리퍼·수면양말 등을 착용하고 출근하는 사진은 SNS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적은 급여와 잦은 초과 근무에 대한 불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렇게 표현한 것. 지난해 대학 졸업식장에서는 신세 한탄을 표현하는 ‘사망 졸업사진’이 밈처럼 번지기도 했다. 졸업 가운을 입고 시체처럼 사진을 찍는 식이다.

중국 정부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100일 1000만명 채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향후 100일 동안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대졸자를 포함한 취업 준비생에게 취업 기회를 집중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 시대의 일자리 사명으로 ‘고품질 완전 고용 촉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song.kwangsub@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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