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지지율 日 기시다…“재선 입에 담지 마” 당내 불만 이어져
관료들도 ‘9월에 있겠나’
2인자 달래기 나섰지만
여론 악화 ‘심화’
일본의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석 달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재선에 의욕을 나타냈지만 당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기시다 총리의 연임 가능성이 작아지자 관료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2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홋카이도 6구의 아즈마 구니요시 중의원은 지역구 모임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재선을 꿈꾼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며 “자민당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총리는 새로운 문을 여는 가교 역할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날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디플레이션 탈피, 정치 개혁, 헌법 개정 등 과제가 있다”며 재선 의욕을 드러냈다. 아즈마 의원은 이를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아즈마 의원은 계파 해산 전까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의 파벌에 소속돼 있었다. 모테기 간사장은 아소 다로 부총재와 함께 기시다 정권을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와 아소 부총재, 모테기 간사장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파벌 해산과 정치자금규정법 개정 과정에서 사이가 틀어졌다.
모테기 간사장은 아소 부총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과 회동하며 총재 선거 출마를 위한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그는 23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총재 선거 출마는) 잘 생각해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모테기파는 파벌 해산 직전까지 당내 3위 규모였던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은 기시다 총리에게 큰 타격이다.
앞서 아소 부총재의 ‘아소파’에 속한 사이토 히로아키 의원 역시 16일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이런 사태에 이르게 한 책임은 누군가가 져야 한다”며 기시다 총리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이 일본 47개 도도부현의 자민당 지역 조직 간사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시다 총리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힌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당을 이끄는 지도자의 재선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지역 조직을 대표하는 간사장 과반수가 응답하지 않은 것은 총리의 구심력 부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레임덕에 직면했다. 그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종료된 전기·가스비 보조를 8월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관계부처와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관료들 사이에서 “총리가 가을 이후에도 총리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기시다 총리는 당내 2인자 아소 부총재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18일 아소 부총재와 저녁 식사를 하며 자신의 독단적 행동에 대해 반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부총재는 식사 이후 기시다 총리에게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말하면 될 것 같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시다 측 의원들 사이에선 “아소의 마음을 알 수 없다”며 비관적 반응이 적지 않다. 특히 아소 부총재는 연초 파벌 해산 과정에서도 자신의 계파를 해산하지 않았다. 아소파의 숫자는 55명에 달해 차기 총재선에서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산케이신문은 “나가타초(일본 정계)에서 총리가 20명의 추천인을 모을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간사장을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 중의원으로 교체하는 등 인사 개편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인사 개편이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입각을 거절당한다면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가 지지율 반등을 위한 ‘승부수’로 던진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 통과도 내각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교도통신이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2%포인트 떨어진 22.2%에 불과했다. 조사 응답자의 10.4%만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재선되기를 바란다고 답했고 36.6%는 ‘기시다 총리가 가능한 한 빨리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45.6%는 ‘효과 없다’ 33.3%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답해 부정적인 응답이 78.9%에 달했다.
마이니치신문이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7%에 그쳤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7%에 달했다.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이 비자금 스캔들의 재발을 막을지 물었을 때는 80%가 “재발 방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어떤 체제가 가장 바람직하냐는 질문에는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연립정권이 33%로 가장 많았다. 자민당·공명당(15%), 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11%) 연립정권을 원하는 답변을 합쳐도 26%에 그쳤다.
차기 총리 후보로 적합한 인물 1위는 이시바 전 간사장(20%)이었다. 이어 강경 우익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9%),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8%),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7%) 순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과 함께 5%로 공동 6위였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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