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 지켜줘야 해병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김도균 기자]
▲ 지난해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모 상병이 속했던 해병대 제1사단 7포병대대의 전 대대장 이용민 중령이 13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채상병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 중령은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복구 당시 '호우로 인한 수색 종료'를 건의했지만, 임성근 당시 1사단장이 이를 무시하고 수중수색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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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 상병 특검' 입법청문회에서 고 채 상병 소속 대대장이었던 이용민 중령이 "전우를 지켜줘야 해병대입니다"라고 밝힌 것에 대해 한 예비역 해군 장교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용민 중령의 변호를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이번 청문회를 지켜본 한 예비역 해군 영관 장교가 자신에게 보내온 글을 23일 공개했다. 이 예비역 장교는 20년 이상 군 생활을 하고 지난해 전역해서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장교는 자신도 군 생활 중 부하가 다치고, 교육생이 사망했던 경험이 있었다면서 "대위 시절 갑자기 쓰러져 심정지가 온 부하를 살리려고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하던 그날의 절망감은 십 수 년이 지난 오늘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밝혔다. 이 장교는 "'전우를 지켜줘야 해병대다' 비단 해병대뿐이겠는가? 생사고락을 같이 한 전우를 지켜준다는 것은 모든 군인이 공통적으로 가져야하는 단 한 가지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 장교는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휘관은 그 위험 요소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사고 발생의 소지를 미연에 차단하여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부하의 생명이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것을 막아야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쟁 전투 중에도 이러한 가치는 흔들림이 없어야하는데, 하물며 평시 작전 중에도 이 가치는 결코 훼손됨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와 같은 군복을 입었던 사람이 맞나 의심스러워"
이 장교는 ▲이용민 대대장이 현장 상황을 분석하여 수중수색이 매우 위험함을 상부에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장 지휘관의 건전한 판단이 무시된 점 ▲그 결정이 상부 지휘관의 지시였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중간 참모의 '그게 상급 지휘관의 의도'라고 표현된 그릇된 판단과 전달 내용 ▲사고 후 아무도 지휘책임을 지지 않고 회피하며 자기 살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보인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이 장교는 "그 사람들이 나와 같이 군복을 입었던 사람들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모습까지 보이니 실로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현장 지휘관이 아니고 상급 지휘관이나 상급부대 참모가 상황실이나 원격지에 있는 경우는 실제 정확한 상황을 모를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현장 지휘관의 건전한 판단을 믿고 결심하도록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문회에서 발언된 '몰랐다'는 진짜 몰랐었을 수도 있지만, 현장상황을 잘 몰랐다고 해서 하달된 지휘관의 잘못된 의도와 지시가 용서받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모든 상황을 잘 파악하고 결심해야 하는 지휘관이 예하 참모나 예하 지휘관을 통해 면밀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 더욱 큰 죄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채 상병 사건... '인디애나폴리스' 격침 사건 떠올라
그러면서 이 장교는 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티니안 섬으로 핵탄두 운반 임무를 수행한 미 해군 중순양함 '인디애나폴리스' 함장 찰스 맥베이 대령의 사례를 들었다.
맥베이 대령이 임무를 완수하고 복귀 중 일본 잠수함 활동구역을 지날 때 상부에 호위함으로 호위를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결국 대잠 능력이 없는 중순양함 단독으로 항해를 하다 일본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한 사건이다. 승조원 1200명 중 9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일로 맥베이 함장은 군사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았다.
2차대전 당시 손실된 700여 척의 미 군함 함장 중 재판에 넘겨진 이는 맥베이 대령이 유일했다. 종전 후 '인디애나폴리스'에 어뢰를 발사했던 일본 잠수함장까지 나서 맥베이 대령에게 잘못이 없었음을 증언했지만, 결국 총대를 맬 지휘관이 필요했던 미 해군은 맥베이 함장을 처벌했고, 훗날 맥베이 함장은 70세 때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장교는 채 상병 사건이 맥베이 함장 사건과 매우 닮아 있다고 느낀다면서 "지시가 되었던 지휘가 되었던 지도가 되었건 부하의 생명을 앗아가는 사건이 발생했으면 지휘체계와 지시계통의 문제가 무엇이건 간에 해당 지휘관들은 도의적인 지휘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성 계급장의 별은 부하들이 있기에 빛나
그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모른다"면서 "다만 명예로워야 할 장교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정의로워야할 장교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임에 분노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 장교는 "대부분의 별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행성이다. 옆에서 밝게 빛나는 항성이 있기에 행성이 빛나게 보이는 것"이라면서 "장성의 계급장에 있는 별도 행성이고, 그 빛을 밝게 해주는 것은 부하라는 항성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하가 더욱 밝게 빛나야 자신의 어깨에 별이 빛날 수 있음을 망각하는 순간 그 별은 빛을 잃게 될 것"이라면서 "국민들은 결국 그 별을 똥별이라 부르며 조롱할 것"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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