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만난 언니의 마늘 선별법... 무릎을 탁 쳤다

수확 한창인 육쪽마을 농가일손돕기 현장... 풍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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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기자]

▲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마늘선별작업 ⓒ 박서진

 
충북 단양 육쪽마늘 수확이 한창이다. 단양은 내륙산간 지역으로 일교차가 크고 석회암 지대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마늘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다. 

마늘수확 농가일손돕기로 지역 단체의 움직임이 바쁘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어 주중 일손돕기가 진행됐다.

오전 4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고양이 세수와 양치를 끝내고 검은 바지와 상의로 깔맞춤했다.

오전 4시 40분 집합장소에 모여 농가로 이동했다.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새벽길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줬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이른시간에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밝아진 하늘 아래 붉은 마늘밭은 이글거리는 태양 같다. 전날 끝내지 못한 마늘 캐기를 마무리하고 비닐하우스를 가득 채운 마늘을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육안으로 크기를 가려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에 부담이 컸다.

"이게 그거 같고 저게 저거 같아서 크기별로 고르기가 어려워요."

선별작업을 이끄는 선별언니(그날 우리가 부른 애칭)에게 이야기하니 우문현답이다. 

"내가 마늘을 사러왔다. 하고 생각하면 크기 차이가 확실할 거예요."

무릎을 탁 쳤다! 토끼가 울고 갈 아주 현명한 답변이었다. 소비자도 생산자도 손해를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마늘 선별이 지체됐다.

머리가 복잡해지니 허기가 찾아왔다. 이심전심인가! 먹고하자며 아침상이 차려졌다. 김밥, 열무김치, 묵, 수박 등. 우리와 함께 작업하기 바빴던 어머님이 어느새 한 상 가득 준비하셨다.

뽀얗고 탱글탱글한 묵을 한 그릇 담아 파가 송송 썰린 간장을 한 숟가락 얹어 슥슥 비볐다. 직접짠 시골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먹기도 전부터 침을 꼴깍삼켰다. "묵 정말 맛있어요" 하자, 고구마로 만들었다고 한다. "저 고구마묵 처음 먹어봐요. 이런 귀한 걸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에 담긴 농가 주인님의 마음이 달콤함을 더했다. "한개라도 더 하고 가야 하니 서둘러 먹고 치웁시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마음인지라 늑장피우는 사람이 없었다. 

"밭에서 마늘 캐면 앞으로 전진하니 시간이 후딱 가는데 여기 쪼그려 앉아 있으니 확실히 시간이 더디가네." 한 회원의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옆에 앉아 같이 마늘을 고르는 친구에게 백 번은 넘게 한 말. "○○아, 마늘 고르기 정말 어렵다. 진짜 이게 이거같고 저게 저가 같아. 후발주자들 손이 더 가게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선별을 끝낸 마늘은 마지막으로 한 접씩 엮는다고 하셨다. 그때 크기가 고르지 못하면 모두 후발자의 몫이 되니 초보 선별자들의 책임이 막중했다.

아직 반도 못했는데 어느새 오전 9시가 됐다. 주중이라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출근시간을 조정한 회원들은 먼저 일어났다. 농촌 일손이 부족해 농가마다 사람 구하기가 일이다. 뿐만 아니라 마을마다 빈집이 많아지니 품앗이도 여의치 않다. 

농부 분들은 오늘 정말 고맙다며 여러 차례 말씀했다. 작업을 다 끝내드리지 못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큰 돌덩이가 돼 무거웠다.  비 내리는 주말, 마늘 농가의 작업이 별탈없이 마무리됐는지 궁금하다.

서툰 우리의 선별작업이 이상 없이 처리됐길 간절히 바라며 마늘 풍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