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비대위원장 "환자 안전에 휴진 고집 못 해, 정부에 공 넘어가"

정종훈 2024. 6. 2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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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자 안전이 중요하니 휴진 고집을 피울 수 없었습니다. 정부에 다시 (의정 대화의) 공이 넘어갔습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 비대위) 위원장인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말이다. 대형병원 중 가장 먼저 집단휴진에 나섰던 서울대 비대위가 휴진을 중단하고 정상 진료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의정 갈등이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희경 교수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휴진 중단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앞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갔던 서울대 비대위가 20~21일 소속 4개 병원 교수에게 휴진 지속 관련 의견을 묻자 응답자 73.6%가 '중단'에 손을 들었다.

강 교수는 "진료 조정까지 하면서 서울대 비대위의 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면서 "진료 조정을 계속하면 환자들에게 문제 생길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환자 안전이 제일 걱정이라 우리가 나서서 계속 고집을 피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는 예약이 미뤄진 환자가 많아서 이들의 진료를 소화한다고 바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비대위 활동을 두고는 대(對) 정부 의견 개진만큼 병원 내부의 변화를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금까진 정부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했는데, 어떻게 하면 좀 더 현명하게 움직일지 논의해볼 것"이라면서 "서울대병원이 최상급종합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는지 돌이켜보고, 미진한 게 있다면 진료 방식 등도 개선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강 교수는 "병원들이 곧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등 정부의 입장 변화를 재차 촉구했다. "추가 휴진 등은 결정한 바 없다"면서도 "당장은 아니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어쩔 수 없는 진료 조정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 중인 전공의·의대생에 대해선 "본인들 판단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들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마친 후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다. 연합뉴스

상징성이 큰 서울대 비대위의 휴진 철회는 다른 대형병원으로 번지던 집단휴진도 주춤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이른바 '빅5' 병원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서울아산병원이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 휴진에 각각 나설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아직 결론을 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대 비대위 결정이 나온 뒤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들도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휴진 관련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이 점차 나빠지는 것도 휴진 동력을 끌어내리는 요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다음 달 4일 서울에서 대규모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달 말까지 진료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지역의사회·의대 교수 등 범 의료계가 참여하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시키면서 정부와 대화 의향을 내비쳤다. 22일 첫 회의를 연 올특위는 "형식·의제에 구애 없이 대화가 가능하다는 정부 입장을 환영한다"면서 "2025년 정원을 포함한 의정 협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이 언급했던 '무기한 휴진' 강행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탈 중인 전공의·의대생이 올특위에 합류하지 않는 등 여전히 의정 대화에 부정적인 게 변수로 꼽힌다.

한편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이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3일 "의대 교수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대 교수들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 하는 등의 상황에서 노조 활성화와 법적 계약 관계 정립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주장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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