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바이든 ‘레드라인’ 농락…“중국에 잘못된 신호 줄수도”

최민우 2024. 6. 23. 17: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난민촌을 폭격해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설정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공습을 지속하며 경고가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최소 42명이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매체가 보도했다.

22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알샤티 난민 캠프에서 한 소년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수습한 물건을 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난민촌 주택 겨냥 공습”…적십사 인근도 피격

이스마일 알타와브타 가자지구 공보국장은 이날 가자시티 알샤티 난민촌의 주택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24명이 숨졌고, 알투파 지역 주택에 대한 공격으로 1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공습으로 가자지구에 있는 사무실도 피해를 받았다며 인도주의 단체 건물 인근에 발포하는 것은 민간인과 적십자사 직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군사 기반 시설 두 곳을 공습했다”고 밝히며, 더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최근 48시간 동안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12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누적 사망자는 3만7551명, 부상자는 8만5911명에 이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라파 군사작전은 100만명이 넘는 민간인의 안전과 그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는 신뢰할 수 있는 계획 없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바이든 휴전안 제시 무색…네타냐후, 대규모 공습 지속

네타냐후 총리는 일시적 휴전·인질 교환·적대행위 영구적 중단 등을 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하마스를 궤멸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제시한 ‘두 국가 해법’도 외면하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당시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팔이 국가를 각각 건설하고, 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스라엘의 공세 지속은 바이든의 외교 정책 실패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네타냐후가 바이든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레드라인’ 고집이 이스라엘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이스라엘의 라파 난민촌 공습 당시 ‘레드라인’을 언급했지만,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끊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반전 여론이 거세지자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레드라인 규정했고, 최근에는 이를 어기면 공격 무기 등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핑크라인’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그는 이스라엘에 180억 달러 규모의 F-15 전투기 50대를 판매할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런 행보는 이스라엘에 자신을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끔찍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다루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바이든이 지킨 건 이스라엘 아닌 네타냐후”…미국 대규모 시위

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판단이 이스라엘의 안보가 아닌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하며, 미국의 ‘레드라인’이 무의미하면 러시아, 중국, 이란 등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와 야히야 신와르 가자지구 지도자 모두 말로만 휴전을 지지하며, 실제로는 전쟁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칼리드 엘긴디 선임연구원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회담을 질질 끌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 정부의 시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시계에 맞춰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전쟁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 압박이 더욱 거세지면서 양국 간의 관계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8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미국이 무기와 탄약 공급을 보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만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무기를 밤낮으로 생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란다. 더 많은 무기 지원은 전쟁을 빨리 끝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백악관이 있는 미국 워싱턴DC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쟁 대응 기조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수천 명의 시위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 최남단 라파를 공격하고 있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이스라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며 성토했다. 반전 단체 앤서(ANSWER)의 브라이언 베커 대표는 현지 언론을 통해 “레드라인은 허구이다. 우리를 조용하게 만들려고 고안한 것이라면 더 큰 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는 레드라인은 위선과 비겁함을 보여주는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