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 호날두, '골 양보' 이유 있었네…유로 최다 도움 공동 1위, 포르투갈은 16강행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욕심쟁이'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득점 기회를 동료에게 양보한 이유가 있었다.
호날두가 튀르키예를 상대로 도움을 기록하면서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최다 도움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포르투갈은 23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BVB 슈타디온에서 열린 튀르키예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앞서 체코를 제압하고 승점 3점을 획득했던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2연승을 내달리며 3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날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풀타임을 소화하는 동안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후반 11분경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쐐기골을 도우며 한 개의 어시스트를 적립했다. 어시스트 외에도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호날두는 베르나르두 실바에 이어 페르난데스와 함께 팀 내 평점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초반부터 호날두와 하파엘 레앙 등을 앞세워 튀르키예 골문을 두드린 포르투갈은 전반전 중반 실바의 선제골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공격에 가담한 레프트백 누누 멘데스가 문전으로 컷백 패스를 시도했고, 이 공이 튀르키예 수비에 굴절돼 뒤로 흘렀다. 실바가 자신에게 온 공을 침착하게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행운까지 따랐다. 전반 28분 튀르키예 수비수 사메트 아카이딘의 패스 미스가 골키퍼를 지나쳐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포르투갈은 상대의 자책골로 격차를 벌려 승기를 가져왔다.
비교적 이른 시간 쐐기도 박았다. 후반 11분 상대 수비 실수를 낚아챈 호날두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는데, 직접 슈팅을 시도하는 대신 뒤따라 쇄도하던 페르난데스에게 내주는 걸 택했다. 페르난데스는 알타이 바인디르 골키퍼가 비운 골문에 가볍게 밀어넣어 3-0을 만들었다.
호날두는 이 도움으로 대회 최다 도움 공동 1위가 됐다. 호날두의 기록에 대해서는 8도움과 7도움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나 호날두가 최다 도움자인 것은 확실하다. 대다수의 현지 매체들과 축구 통계 매체들은 호날두의 도움이 7개라고 전했다.
이미 유로 최다 득점자였던 호날두는 이날 도움으로 대회 최다 득점과 최다 도움 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선수로 등극했다. 포르투갈의 살아있는 전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라는 별명에 이어 유로의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경기 후 포르투갈 대표팀을 지휘하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터무니 없는 장면이었다. 호날두는 골키퍼를 앞에 두고 페르난데스에게 공을 넘겼다. 호날두가 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라며 호날두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칭찬했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호날두는 아직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라면서 "예선에서 10골을 넣은 호날두는 유로2024에서의 첫 득점을 기다리고 있지만, 득점하는 대신 페르난데스에게 패스하는 걸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움직임을 바탕으로 포르투갈의 3-0 승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호날두와 한솥밥을 먹었던 잉글랜드의 레전드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는 호날두가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을 보고 호날두를 향해 존경의 표시를 했다.
퍼디난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챔피언스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득점. 챔피언스리그 역사에서 가장 많은 도움.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득점.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도움"이라면서 호날두를 치켜세웠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스포츠 브리프'는 "오랫동안 이기적이고 팀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았던 호날두를 칭찬하기 위해 팬들이 X(구 트위터)에 몰려들었다. 호날두는 튀르키예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헌신적인 플레이로 칭찬받았다"라고 했다.
호날두는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일대일 상황에서 득점을 터트릴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골 결정력을 보유했으나, 동료에게 기회를 양보하면서 양보의 미덕을 보여줬다. 호날두의 이런 플레이는 유로2016에 이어 8년 만에 대회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포르투갈 팀 전체에 동기부여를 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호날두가 자신의 기록을 위해 페르난데스에게 공을 밀어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호날두가 커리어 내내 개인 기록에 집착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사실상 자신의 마지막 유로 대회에서 유로 최다 도움 기록을 쌓기 위해 패스를 내줬다는 주장이다.
호날두의 의도가 어떻든 호날두는 개인 기록과 팀 동료들의 지지를 모두 챙겼다. 황혼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호날두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현재 F조 최하위에 있는 조지아를 만난다. 포르투갈은 3차전 결과와 관계없이 토너먼트에 오르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에게 대거 휴식을 줄 가능성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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