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에 천만감독 생존법 "'아수라' 내 멋대로 찍고 떠나려 했다"
'서울의 봄' 천만감독 김성수
대표작 '비트' '아수라' 상영
"영화는 젊은 예술, 변화해야 생존"
‘비트’가 개봉한 1997년에 태어났다는 MZ관객부터 중년 영화팬까지 질문이 골고루 쏟아졌다. 영화 ‘서울의 봄’으로 올초 1300만 흥행을 거둔 김성수(62) 감독이 22일 강원도 메가박스 남춘천에서 열린 제11회 춘천 영화제를 찾았다. 주목할 만한 영화인을 초대하는 ‘클로즈업 섹션’에서 출세작인 청춘영화 ‘비트’와 범죄 누아르 ‘아수라’(2016)로 관객을 만났다.
천만 노린 ‘감기’ 잘 안돼…‘아수라’ 터닝포인트
그는 1990년대 충무로 방화시대를 경험한 몇 안 되는 현역 감독이다. 영화 ‘오발탄’(1960)에 충격 받아 유현목 감독의 제자가 됐고 박광수 감독의 ‘그들도 우리처럼’(1990), ‘베를린 리포트’(1992) 등 각색‧연출부를 거쳐 35㎜필름으로 촬영한 단편 ‘비명도시’(1993)로 연출 데뷔했다. 청춘영화로 히트하며 '비주얼리스트'로 주목받았지만, 2000년대 침체기가 길었다.
환갑에 천만감독 “영화는 젊은 예술, 변화해야”
“영화는 젊은 사람들의 예술”이라 말하는 김성수 감독을 영화제 현장에서 따로 인터뷰했다. “인간으로도, 영화감독으로도 하락기인 저는 정체되면 절대 안 된다. 생존법은 딱 하나, 변화하는 것”이라 그는 강조했다.
Q : -‘감기’ 땐 스스로 천만 영화 감독감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감기’는 투자‧시나리오까지 다된 밥에 들어가서 천만을 가로채고 싶었다. 그런데 감독으로서 컨트롤을 잘 못 했다. 누가 한마디 하면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어 잡탕 같이 됐다. 그 반작용으로 ‘아수라’는 내 생각을 밀어붙였다.”
Q : -‘서울의 봄’은 관객들의 심박수 챌린지, 현대사 다시보기 운동까지 벌어졌다.
“신군부 세력이 작당해서 호의호식하는 이야기가 분노를 일으킬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짜증 나는 것에 돈 낼 사람은 없지 않나. 그런데도 관객들이 호응해줬다. ‘보면 짜증 나지만, 너도 꼭 보라’고 권하는 영화가 됐다. ‘서울의 봄’ 같은 일이 우리 사회에도 있지 않나. 염증과 비판의식을 가진 분들이 공명해준 게 아닐까. 천만은 전부 관객의 힘이다.”
"범죄 현장 르포 사진처럼"…역동성 통했다
Q : -‘아수라’부터 연출 방식을 바꿨다고.
“현대영화는 진짜같은 날 것 느낌으로 가고 있다. ‘아수라’는 범죄 현장 르포 사진처럼 찍고 싶었다. 맹수가 서로 으르렁대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 모든 장면에서 움직이며 말하도록 했다. 역동적인 움직임 만으로 관계와 감정, 적대감이 표현됐다. ‘서울의 봄’ 때도 같은 방식을 썼다.”
Q : -30년 넘게 현역으로 살아남은 비법은.
“생존하려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변화란 혼자서 안 된다. ‘아수라’ 때 나 자신이 투영된 작품을 찾는다는 마음에서 연출방식을 크게 바꿨고, 그런 변화가 ‘서울의 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모개 촬영감독 등 실험적·도전적 동료들이 함께했다.”
스승 유현목 계승한 현대판 '오발탄'
김 감독은 “나이를 먹을수록 남성 집단의 사리사욕과 패거리 문화를 더 비판적으로 보게 된다”면서 “희극이나 해피엔딩은 관심 없다.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리면 종결점이 더 근사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정신 차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 가족의 비극을 그린 '오발탄'이 그에게 남긴 유산이다. 김 감독은 “‘오발탄’이란 제목 자체가 목적 없이 허망하게 쏘아진 총탄을 뜻한다. 어두운 밤 거리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린 주인공의 ‘가자, 가자’ 하는 허망한 절규가 제 영화의 굉장히 큰 부분이 됐다”며 “욕망의 아귀 다툼이 끝나고 났을 때 깨닫는 허망함, 속절없음을 담은 영화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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