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EU의 전기차 관세 보복 예고에…獨 "EU의 문 열려 있다"
중국산 전기차(EV)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유럽연합(EU)에 중국이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EU는 이달 초 중국의 부당한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현행 10%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에 최대 38.1%의 상계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상계관세란 수출국이 보조금을 지급해 수출한 상품으로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받을 경우, 이를 불공정 무역 행위로 간주해 부여하는 일종의 패널티다. 이에 맞서 중국이 EU산 돼지고기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측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에선 중국‧독일 간 기후변화 녹색전환에 관한 제1차 고위급 대화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정산제(鄭柵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EU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은 남에게 해를 끼칠 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은 중국기업의 합법적인 권익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EU의 ‘관세폭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EU산 돼지고기와 돼지 부산물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이미 착수했다. 또 지난 1월 EU산 수입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 결과 역시 오는 8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이 배기량 2.5L 이상의 EU산 대형 가솔린 수입차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소식도 중국 내에서 나왔다. 중국승용차협회와 미국 컨설팅회사 로듐그룹의 집계를 종합하면, EU산 대형 승용차의 대중 수출액은 180억 달러(약24조8600억원)에 이른다. 이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 115억 달러(약 15조9000억원)를 훨씬 웃돈다.
같은 회의에 참석한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개막식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이 베를린과 베이징 간의 경제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FAZ)은 “하베크 부총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에 대해 공개적이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독‧중 관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공식화했다”고 짚었다.
하베크 부총리는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미국·튀르키예·브라질이 부과한 것처럼 포괄적이고 징벌적인 부과금이 아니라 9개월 동안 면밀히 검토된 차별화된 관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독일의 입장은 유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일은 유럽 최대 자동차 생산국인 만큼 그간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상계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과 소형차 생산을 경쟁하는 프랑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다. 하베크 부총리 역시 중국 당국과 만나 이같은 독일의 입장을 밝히는 등 독일 기업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베크 부총리는 또 “EU의 문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문제 논의를 위해 열려 있다”며 “11월까진 EU와 중국이 논의할 시간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도 함께 발표했다.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는 다음달 4일부터 시행되지만, 올해 11월까지 27개 회원국의 가중다수결 투표(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 찬성 및 찬성한 국가의 전체 인구가 EU 전체 인구의 65% 이상일 경우 가결된 것으로 인정)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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