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정관계 수평적 재정립…당대표되면 채상병특검법 발의"(종합)
채상병특검법 질문에 "국민 의혹 풀 기회 실기"
당정관계 수평적 재정립…보수정치 혁신해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23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여당이 여야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특검법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 위원장이 친윤계와 차별화를 노리는 동시에 '할 말은 한다'는 소신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한 후 "지난 2년간 9번이나 집권당의 리더가 바뀌었다. 그 배경이나 과정이 무리하다고 의문을 갖고 비판하시는 국민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이 정부의 정책 방향 혹은 정무적인 결정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이나 수정 제안을 해야 할 때, 그럴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들이 반복됐다. 국민들과 당원들께서 실망하셨다"며 "지금 우리가 눈치 봐야 할 대상은 오로지 국민이다. 의석수가 부족한 국민의힘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길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물가·고금리 대응, 불합리한 세제 개혁,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 민생 경제문제 해결 등에는 정부와 협력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수정 제안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친소 관계가 공적인 결정에 영향 요소가 돼선 안 된다는 강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건강한 당정관계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많은 국민이 그걸 바라고 있다"고 거리를 뒀다.
韓 "국민 의혹 풀 기회 잃어…與, 채상병 특검법 발의해야"
한 전 위원장은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제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본 후 미진하다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오던 윤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과는 대치된다.
우선 한 전 위원장은 국가에 봉사하던, 의무복무하던 젊은 군인이 돌아가셨다. 안보의 핵심 중 하나가 나라를 위해 봉사·헌신하는 분들에 대한 안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집권 여당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채상병뿐 아니라 유족, 군에 가족을 보낸 군 장병 부모님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채상병 순직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그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는 법리적으로나, 정무적으로나 논리적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를 실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추진하는 특검법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이 제안하는 특검법은 민주당이 특검을 고르게 돼 있다.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경기’라는 논란이 끝나지 않고 불신만 쌓일 것"이라며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대통령도 아닌,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 규명을 위한 '이명박 특검' 때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한 전례를 들기도 했다.
반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특검을 도입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현재 항소심 선고가 얼마 남지 않을 정도로 재판이 진행된 점을 들었고, 가방 수수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드러났고, 법리적 판단만 남은 상태라는 게 한 전 위원장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제가 당대표가 되면 특별감찰관을 더 미루지 않고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추천하겠다. 그리고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을 즉시 설치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정치 재건·혁신…"수도권·중도·청년 향한 정치 확대"
한 전 위원장은 보수 정치를 재건하고, 혁신을 이루기 위한 공약도 내세웠다. 그는 '보수 험지'인 광주에 출마한 박은식 후보, 오산에 출마한 김효은 후보를 거론하며 "선거철만 되면 벼락치기식으로 청년 인재를 영입해 험지로 보내고 귀한 인재들을 일회용으로 사라지게 둘 건가"라며 사실상 지구당 부활을 뜻하는 '원외 정치인들의 현장 사무실 개설 허용'을 공약으로 제안했다.
이어 "현재의 시스템은 현직 국회의원들과 정치신인들을 차별하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차별이나 격차 없이 꿈과 열정만 있으면 정치할 수 있어야, 참신하고 좋은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 것이고, 그것이 곧 정치개혁"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등의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보수·중도의 수준 높은 민간 브레인들에 정책과 전략에 대한 아웃소싱을 활성화해 역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언급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것이 우리 정책과 전략이 더 유연해지는 것을 도울 뿐 아니라, 보수나 중도 정책전문가들이나 전략전문가들과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기술 및 에너지정책,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힘쓸 것을 약속했다. 한 전 위원장은 "방탄, 강행, 보이콧 이런 단어를 휘두르며 좁은 여의도 안에서 싸울 일이 아니다"며 "우리의 싸움은 더 넓은 무대에서 더 치열하게 치러져야 한다. 그 역할은 정부에, 집권당에, 그리고 야당에도 주어진 국민의 명령일 것"이라고 했다.
韓 "野 자주 만나 설득할 것…이조심판론 총선 전략적 선택"
한 전 위원장은 여소야대로 인한 난국을 타개할 구심점이 되겠다며 "야당과도 자주 만나 논쟁하고 설득하겠다. 자강의 자신감으로 강한 여당, 이기는 여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이조심판론(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웠지만, 민주당은 이재명·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데 야당과 어떻게 대화를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전쟁 같은 총선을 쉬었고 이제는 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충분히 설득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리고 필요할 때는 설득 당해주기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전 위원장이 택했던 이조심판론이 지난 총선의 패착이었다는 여권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굉장히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제가 전략적으로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라며 "그 시점에서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었을지에 대해 한번 다른 전략이 뭐가 가능했을지에 대해 살펴볼 보실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한 전 위원장이 언급한 상황은 '대파 논란'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 '의대 정원 확대' 등 여권에 불리한 사안들이 잇따라 벌어졌던 시기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누가 당 대표가 됐든지 가장 강력하게 우리 지지자를 대변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받는다면, 누구라도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한 전 위원장은 "3년 뒤를 생각했다면 지금 안 나왔다"며 "지금 상황에서 제가 나서는 게 당과 우리 진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만 생각했다"고 역설했다. 이어 '원외 대표 한계론'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원내 기준으로만 말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라며 "나경원 의원이야말로 두 번이나 (원외 출마)를 시도한 것 아니냐. 지금 중요한 것은 민심에 부응하고 변화할 수 있고 이끌 수 있는 당 대표"라고 답변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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