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이번주 첫 다영역 연합훈련…'북∙러조약' 김정은, 다음 수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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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함 부산 입항
22일 해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미 해군의 니미츠급(10만t)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프리덤 엣지 훈련 참가를 위해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루스벨트함의 국내 입항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3국이 최초로 실시하는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 다영역 훈련이다.
한·미·일 국방 수장은 지난 2일 아시아 안보 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올 여름 프리덤 엣지를 처음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번 훈련을 통해 다영역 훈련의 틀을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훈련은 한반도 주변 공해상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이미 예정된 일정이지만, 훈련의 타이밍 상 북·러의 선 넘은 밀착에 대한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띄게 됐다.
미국 제9 항모 강습단의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단장(준장)은 이날 공개 행사에서 "이미 몇 달 전부터 계획된 정례적·일상적인 훈련"이라며 "북·러 결속에 대한 대응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합법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지, 북한을 위협하거나 자극할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이 강력 반발할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주 개최될 당 전원회의에서 최대 성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앞세울 전망이다. 북·러 군사 동맹 체결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야 하는 시점에 한·미·일이 최초의 다영역 연합훈련을 통해 찬물을 끼얹는 게 될 수 있다. 반발 차원에서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하거나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북·러 조약 자신감"…연합훈련 겨냥할 듯
실제 북한은 러시아와 정상회담 직후 대남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1일 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등에 반발해 남측을 향해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길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김여정은 지난 9일 한국이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을 병행하면 "새로운 대응을 목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지난 20일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전단 30만 장을 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22일에도 또 다른 탈북민 단체인 '큰샘'이 쌀이 든 페트병 등을 북쪽으로 방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같은 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핵무력에 이어 러·북 동맹의 결성을 통해 '이중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남 정책 전환의 체감 지수를 높이기 위해 하반기에 공세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1월 미국 대선 직전을 타이밍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만간 북·러 조약이 양국의 국내 비준 절차를 마무리하고 정식 발효되면 북한으로선 조약의 위력을 발휘할 시험대로 당장 오는 8월 한·미 연합훈련부터 꼬투리잡아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조만간 전원회의 등을 통해 김정은의 직권으로 혹은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조약 비준에 나설 전망이다. 러시아 또한 하원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러시아도 '뒷수습'…"뒤로는 걱정 말라 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뜻대로 한반도에서 대남, 대미 견제에 동참할지도 두고볼 대목이다. 북·러 조약에 따라 각종 군사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뒀지만, 실질적인 조약의 적용은 사실상 러시아의 선택에 따르도록 '선택권'을 뒀기 때문이다.
북한과 군사 동맹 체결이라는 '큰 사고'를 치고 돌아온 푸틴으로선 무엇보다 한국과 관계 관리 '뒷수습'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푸틴이 한국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큰 실수"(지난 21일)라고 경고한 데 대해 "앞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한국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하는 얘기도 같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러는 연일 '말 대 말' 엄포를 주고받으면서도 구체적인 향후 행동에 대해선 모호성을 앞세운 대결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를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며 손에 쥔 카드를 '살라미식 전술'처럼 하나씩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당장은 북·러 결속의 추이를 지켜보고 실제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기 위한 한·미·일 주도의 신규 메커니즘 발족 등 외교적 압박에 보다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북한에 핵심 기술과 정밀 무기를 넘기고 이에 한국이 불가피하게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비롯한 살상 무기를 지원하는 시나리오는 양국 모두 피하고 싶어하는 '파국'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북한이 '대리 물자 공급국'(proxy supplier state)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국가로선 보다 전체적인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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